낚시 게임 개발이 특이한 것은 아니지만, 낚시에 관련된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마치 짠 것 마냥 비슷한 시기에 게임을 출시하니 낚시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도 슬쩍 쳐다보게 만들기 충분해보인다.
오는 24일 이 게임 중 하나인 네오위즈게임즈의 '청풍명월'이 첫 번째 테스트를 진행한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제목. 경쟁이 기반인 게임의 제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적인지라 뭔가 남다른 포스(기운)를 풍긴다.
"세월을 낚는 진짜 낚시의 재미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청풍명월'을 개발하고 있는 저스트나인의 이효진 개발 이사는 개발 동기를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낚시꾼의 심정을 제대로 반영한 낚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기존의 낚시 게임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요구해 게이머들이 시간에 쫓겨 낚시 본연의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는 것.
그는 '청풍명월'이라는 제목도 이 이유에서 선택한 것이라며, 낚시 특유의 정적인 재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적인 재미를, 다이나믹한 스포츠로서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적인 재미를 모두 제공하는 게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미끼를 이용한 일반적인 낚시만 구현됐지만, 향후에는 루어, 플라잉, 트롤링 등 다양한 형태의 낚시를 모두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낚시의 사실성을 살리는 것도 개발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낚싯대만 드리우면 자동으로 낚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줄을 감고 풀고 물고기와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야 낚시 게임이지 그렇지 못하다면 단순한 미니게임에 불과하다는게 저스트나인 개발진들의 입장이다.
"저희 게임은 챔질(물고기가 미끼를 물고 낚싯대를 당기는 동작)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1인칭 시점으로 전환돼 물고기와 직접 사투를 벌이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개발진들이 낚시의 과정을 1인칭으로 표현한 이유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손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미끼를 문 물고기가 낚싯대의 움직임에 반항하는 모습을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실제로 이호진 이사가 보여준 '청풍명월'의 플레이 장면에서는 마우스를 당겼을 때 반대로 도망가는 물고기와 그로 인해 끊어질 듯 팽팽해진 낚싯줄의 모습이 실제 낚시의 그것과 별반 차이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시간과 날씨의 변화 역시 '청풍명월'의 사실성을 더해주는 요소다. 이효진 이사의 설명에 의하면 시간과 날씨의 변화가 단지 보여지는 요소가 아니라 비오는 날 저녁에만 낚을 수 있는 물고기가 존재하는 등 게임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또한 한강, 베네치아 등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청풍명월' 속 낚시터의 화보 같은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온라인 게임 특유의 함께 즐기는 재미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수족관에 물고기를 넣어 다른 이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고, 함께 배를 타고 나가서 특이한 물고기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담아둘 수 있는 개인수족관과 같은 서버 사람들이 잡은 특이한 물고기를 감상할 수 있는 서버 수족관, 플레이어의 게임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콜렉션 요소, 잡은 물고기로 미끼를 만들고, 또 요리를 해서 먹으면 일정 시간 버프 효과를 얻는 시스템.
이효진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다수의 온라인 요소들이 청풍명월에 도입된다. 특히 일정 시간 동안 무슨 물고기를 몇 마리 잡으라는 등 다양한 임무 시스템과 여러 사람들이 함게 배를 타고 큰 물고기를 낚으러 가는 파티플레이 시스템 등 MMORPG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다수 존재한다.
또한, 사실성 강조로 인해 낚시 초보들이 초반부터 좌절하지 않도록 처음은 미끼없이도 낚시를 할 수 있게 하고, 다른 물고기를 잡고 싶은 마음이 들면 하나씩 하나씩 더 많은 것을 알아가도록 단계별 성장 과정을 도입했다고 한다.
"1차 CBT에서는 한강과, 베네치아, 두 개의 시작지점과 총 30개 정도의 낚시터, 60여종의 물고기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물고기들과의 격투를 통해 진정한 낚시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오랜 기간 만들어온 게임을 처음 내보이는, 그리고 동종 게임과의 치열한 혈투를 앞둔 이효진 이사의 표정에는 의외로 긴장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낚시라는 소재는 같지만 접근 방식이 달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 그는 타 게임과의 경쟁보다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오히려 3종의 게임이 모두 성공을 거둬 낚시 게임 시장 자체가 커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청풍명월'이 낚시 게임 장르 부활을 외치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보자.
김남규 게임동아 기자 (rain@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