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황재균이 강정호에게 묻다

입력 2010-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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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 이젠 적으로… 얼마 전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의의 라이벌’ 강정호(왼쪽)와 황재균. 이제는 다른 팀에 몸담고 있지만 동갑내기의 우정은 여전했다. 친한 만큼 스포츠동아 릴레이인터뷰에서 짓궂은 질문과 솔직한 답변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스포츠동아DB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는데…‘강게이’라는 별명 왜 생겼어?
“달라붙는 옷 좋아해 그런가? 몰라 황청아(황재균+멍청이=황청이)”

황재균(23·롯데)이 넥센 유니폼을 입던 시절, 넥센 김시진(52) 감독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황)재균이나 (강)정호(23·넥센), 둘 중에 한 명이 2루타라도 치면, 다른 한 명의 눈빛이 달라져.” 동갑내기이자 입단동기인 둘은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2008년 주전자리를 꿰찼고, 2009년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등 야구인생의 행로도 비슷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라이벌 관계는 주변에서 만든 것이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황재균이 롯데로 트레이드된 뒤로도 둘은 여전히 우정을 나누는 친구. 그래서인지 질문의 수위(?)는 더 강했다. 한편 강정호는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지난 시즌까지 팀 동료였던 LG 이택근(30)을 지목했다. 둘 역시 친형제 같은 사이라, 톱스타와의 열애 등 가감 없는 질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황재균이 강정호에게

잘 지내냐? 내가 가니까 속시원하냐? ㅎㅎ. 이제 경쟁할 사람 없어서 외롭기도 하겠다. 일단 올해 네 성적이 좋아 나도 기분이 좋다. 근데 하나는 꼭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수비할 때 에러 좀 그만 하란 말이야. 작년에도 수비 때문에 골든글러브 놓쳤잖아.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앞으로 실책 하지 말고 꼭 골든글러브 딸 수 있는 강정호가 되길 바란다.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줄게.


○강정호가 황재균에게

나야 잘 지내지. 하긴 네 말대로 선의의 경쟁자가 없어서 외롭기도 하다. 사실 우리 라이벌 관계는 주변에서 더 부추긴 것 같아. ^^ 내가 실책 많이 한다고? 올해는 수비보다 방망이로 더 많이 보여주고 수비는 광저우 때부터 좋은 모습 보여주마. 골든글러브를 못 탄 게 어디 꼭 수비 때문 만이겠냐. (손)시헌(30·두산)이 형, (나)주환(26·SK)이 형, 좋은 선배들이 많잖아. 그건 그렇고, 넌 잘 지내냐? 하위팀에 있다 상위팀 가니까 좋아? 꼭 4강에 들어서 여기서 못 이룬 우승의 꿈을 펼치길 바란다.


Q1. 넥센 동기 넷중 네가 젤 잘생겼다고?
A1. 당연하지! 너야 순전히 화면발 아냐

Q2. 여자 많으면서 왜 자꾸 소개해달래?
A2. 너야말로 제발 여자 그만 좀 울려라



-작년엔 우리가 선의의 라이벌이었잖아. 내가 부상에다 성적까지 좋지 않았고,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는데 솔직히 네 기분은 어땠어? 난 사실 많이 힘들었다.

“올 시즌 초반에 너랑 나랑 둘 다 안 좋았잖아. 난 원래 슬로 스타터지만, 넌 처음에도 잘 하는 스타일이잖니. 솔직히 나도 안타까웠지. 그래도 난 믿었어. 너도 슬슬 페이스가 올라올 거라고. 그런데 손목도 아프고, 힘든 시기를 보내니 친구로서 나도 많이 마음이 안 좋았단다.”


-올해 정호 성적이 좋은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분도 좋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시샘이 날 정도로 말이야. 너는 내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어떻게 생각을 했어?


“나도 네가 잘 할 때는 시샘을 했지.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나봐. ^^ 우리는 서로 어드바이스를 많이 하는 사이잖아. 난 무엇보다 손목통증이 네 부진의 원인이라고 생각했어. 손목이 아프니까 타격기술도 잘 발휘가 안 되고, 신경도 많이 쓰였던 것 같아. 하지만 실력이 있으니까 내년에는 야구 잘할 것 같다. 내가 널 잘 알잖니. 넌 분위기를 많이 타는데 롯데는 팬도 많으니까 흥겹게 잘 칠거야.”


-네 별명이 ‘강게이’ 잖아. 넌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알고 있어? 정말 궁금해서 꼭 한번 묻고 싶었다.

“도리어 내가 묻고 싶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그냥 내 추측에는 내가 달라붙는 옷을 즐겨 입어서 그런 게 아닌 가 싶은데…. 아니면 남자 사이라도 친해지면 어깨동무도 잘하고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잘 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데 이 녀석이 별 얘길 다 꺼내네. 네 별명은 뭔지 알지? ‘황청이’다. (강정호는 ‘황재균과 멍청이’의 합성어라고 설명)”


-넥센에서 너랑 나랑, 그리고 김상수 유선정 이렇게 넷이 동기였잖아. 너는 항상 우리 넷 중에서 네가 가장 잘 생겼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 진심이었냐? 우리 셋은 내가 제일 꼴찌라고 이미 결론 냈다. 네 생각은 어때?

“솔직히 우리 넷이서 이 얘길 한 적은 없는 것 같아. 주로 (김)상수랑 나랑 얘기했는데, 그냥 장난스럽게 한 거지 뭐. 하지만 분명한 것은 너희 셋 보다는 내가 낫다는 거야. (유)선정이는 팬들이 ‘꽃사슴’이라고 불러주니 자기가 귀여운 줄 알고, 너는 사실 ‘화면발’이 잘 받는 거잖아. 너 실제로 본 사람들은 다 실망해. 난 ‘화면발’은 잘 안받지만 실물은 괜찮지. 아, 이런 방법이 있겠다. 인터넷 투표를 해보는 거야. 팬들은 과연 누가 젤 낫다고 생각하시는지. 야구실력 빼고 순전히 얼굴로만. 아, 이렇게 하면 팬이 많은 내가 좀 유리하려나?^^”


-너는 만나는 여자가 한 두 명이 아닌데, 왜 나한테까지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조르는 거야. 여자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마라.(황재균은 이 질문을 던진 뒤, ‘반드시’ 자신에 대한 반격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너야말로 여자가 많으면서 왜 나에게 소개를 한 번도 안 시켜 주는 것이냐? 핸드폰 저장된 번호 보면 다 여자던데…. 난 ‘친구’는 있지만 ‘여자친구’는 정말 없단 말이야. 네가 잘 알잖아. 내가 소개시켜달란 건 여자친구가 될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 여자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말라고? 그건 너겠지. ^^ 왜인지는 뭐 자세히 설명 안 해도 네가 잘 알겠지?”


-자꾸 내 사복 입는 스타일을 갖고 뭐라 하는데, 평소 네 스타일을 보면서 그런 말해야 하는 거 아냐? 꼭 촌놈 스타일로 하고 다니면서 말이야.

“(김)민우(31·넥센) 형이 지난 번 릴레이 인터뷰 때 너에게 질문 한 거 봤는데, 형도 네 스타일을 지적하더라. 누누이 말했잖아. 네 허벅지에 스키니진은 안 어울린다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야. 사람에게는 다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는 거야. 난 호리호리한 내 몸매가 좋아서 딱 붙는 옷 입는 것 뿐이지. 내가 ‘촌놈’ 스타일이라고? 내 고향이 광주라서 그렇게 놀리나본데, 너처럼 방배동 출신이라고 다 스타일 있는 거 아니거든. 고향이 무슨 죄냐? 너 광주 무시하면, KIA 팬들한테 혼난다! ^^”


-난 항상 네가 타석에서 타이밍을 잡는 게 부러웠어. 타석에서 타이밍 잡는 노하우 좀 가르쳐 줘.

“타자마다 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거잖아. 난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쳐 와서 그런지 이 폼이 익숙할 뿐이야. 딱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너는 타이밍이 조금 빠른 감이 있는 것 같아. 배트 스피드도 좋으니까, 좀 여유 있게 타이밍을 ‘죽’ 길게 가져간다는 느낌으로 쳐도 좋을 것 같아. 포스트시즌에 꼭 올라가서 그렇게 쳐주길 바란다.”


○강정호는?

▲생년월일=1987년 4월5일 ▲출신교=화정초∼무등중∼광주일고 ▲키·몸무게=183cm·82kg(우투우타)▲프로 데뷔=2006년(2006 신인 드래프트 현대 2차 1번, 전체 8번)▲2009년 성적(1군)=133경기 476타수 136안타 23홈런 81타점 73득점 3도루 ▲2010년 연봉=1억500만원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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