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수염 깎게 만들었던 한방! 프로데뷔 9년 만에 비로소 자리를 잡았다. 넥센 김민우가 올 시즌 5월 5일 어린이날 문학 SK전 5회초 홈런을 친 뒤 SK 덕아웃을 바라보고 있다. 김민우의 일격으로 SK는 넥센에 1-2로 패하며 16연승 행진을 마쳤다. 김민우가 SK 김성근 감독의 수염을 깎은 셈이다. 스포츠동아DB
▶ “첫 풀시즌…내가 지금 술마실 때니? ”
Q1. 스위치타자 시도 후회 안하니?
A1. 실패통해 자만심 버리고 거듭나
Q2. 3루 경쟁자 황재균 이적 소감은?
A2. 친구같던 후배…기쁨보다 서운
● 넥센 김민우는?
▲생년월일=1979년 3월21일 ▲출신교=관산초∼중장중∼부천고∼한양대 ▲키·몸무게=184cm·84kg ▲프로 데뷔=2002년(1998년 신인 드래프트 현대 2차지명) ▲2009년 성적=78경기 125타수 33안타(타율 0.264)· 3홈런· 10타점· 9도루 ▲2010년 연봉= 3300만원
<릴레이 인터뷰 순서 : 홍성흔→김현수→김상현→류현진→이대호→장원삼 →윤석민→임태훈→양현종→이용찬→강윤구→정민태→로이스터→이만수→양준혁→서용빈→김재현→박용택>
출중한 야구실력, 잘생긴 외모, 남다른 패션 감각까지.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LG 박용택과 넥센 김민우(이상 31)는 많이 닮아 있었다. 비록 학교는 달랐지만, 국가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하지만 프로입단 이후 둘 앞에는 다른 길이 펼쳐졌다. 아마시절 명성 그대로 성공가도를 달린 박용택. 그리고 스위치타자 전향 실패와 병역비리연루 등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김민우. 하지만 2010년. 둘의 길은 다시 하나로 모아졌다. 당당히 넥센의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릴레이인터뷰대상자로 오랜 친구를 선택했다. 한편 김민우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롯데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황재균(23)을 지목했다.
○LG 박용택이 넥센 김민우에게
민우야, 우선 프로 입단 9년 만에 마침내 네 기량을 마음껏 펼치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라면 당연히 프로 첫해부터 잘 하리라고 굳게 믿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구나. 이제 주전으로 뛰고 올스타전에도 나오면서 즐겁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 올해 우리가 정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야구장 밖에서 만났잖아. 모처럼 얘기를 나눠 보니 네가 너무 어른스러워진 게 느껴졌어. 힘들게 잡은 네 자리인 만큼 이제 놓치지 말고 쭉 잘 지켜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빨리 결혼해라. 내가 어른으로서 충고하는 거야.
○넥센 김민우가 LG 박용택에게
용택아, 지금까지 네가 나를 친구로 인정해주고 격려해줘서 힘든 시간들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 친구끼리 막상 잘 못하는 말 있잖아. “고맙다”는 말. 이번 기회에 꼭 전하고 싶다. 요즘 널 보면 참 부러워. 결혼해서 잘 사는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그래도 난 야구부터 자리 잡고 결혼하려고. ^^ 너 올 시즌 초반에 좀 안 좋더니만, 요즘에는 슬슬 페이스가 올라오는 것 같더라. 하긴 당연하지, 박용택인데…. 항상 1·2위를 다퉜던 선수인 만큼 또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길 친구로서 바란다.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어. 현대에 입단하고 첫 전지훈련에서 스위치히터 변신을 시도했잖아. 그 때 김용달 타격 코치님이 권유하셨다고 들었어. 나도 LG에서 김 코치님 지도를 처음 받을 때 트러블이 많았는데, 지금은 타격에 있어서 가장 고마워하는 분이거든. 네가 스위치히터를 하겠다는 얘기에 모든 선후배들이 말렸던 기억이 나는데(네가 대학교 3∼4학년 때 얼마나 잘 치는지 다들 봤으니까), 정작 실패를 맛본 네가 김 코치님을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뭐였어? 그리고 네가 정말 양손 타자를 원했는지도 알고 싶다. 그 시도가 없었다면 네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지도 궁금하다.
“전지훈련에서 왼손을 다쳤어. 김 코치님께서 ‘그냥 쉬면 뭐하냐?’고 오른쪽으로 스윙을 시키시더라고. 그런데 곧잘 한다고 생각하셨나봐. ‘박종호, 이종열처럼 스위치타자 해 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한 거지. 그 때 만약에 스위치타자 안했다면? 그래. 네 말처럼 인생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 코치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없어. 시켜놓고 나 몰라라 하는 스타일이 아니셨으니까. 나보다 먼저 나와서 훈련 준비를 하셨고, 훈련이 끝나면 호텔숙소까지 불러서 가르치셨지. 그래서 절대 원망하지는 않아. 도리어 나에게는 그 때 경험이 큰 재산이 됐지. 프로 들어오기 전에는 야구가 잘 됐잖아. 내가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어. ‘자만의 김민우’가 사라졌다고나 할까? 시건방도 없어지고, 삭히는 법도 배우고….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아픈 점도 많았지만 내 인생으로 봤을 때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휴식일 전날 ‘가벼운’ 술자리에서 두 번 만난 적이 있잖아. 대학 때는 너도 음주가무를 좋아했고 주량도 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두 번 다 술을 한 잔도 안 마시더라. 그렇게 변한 이유는 뭐야? 나이 때문에 몸 생각하는 거야? ^^
“내가 지금 술 마실 때니? ^^ 풀 시즌이 처음이라 일단 몸이 힘들어.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라면 모를까 그 이상은 꺼려지더라고. 너무 대학시절 ‘술 잘 마시는’ 김민우만 기억하는 것 같다. 한양대는 특히 ‘술’에 대한 자존심이 있었잖니. 그 때 (박)용택이 (술로) 많이 죽였는데…. 하지만 다 옛날 얘기다. 이제 그렇게 못 먹지. 너나 나나.”
-얼마 전에 너와 3루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황재균이 롯데로 트레이드 됐더라. 솔직히 너는 한시름 놓았을 것 같은데 어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희 팀에서도 네가 자리를 잘 잡았다고 생각해서 너를 믿고 재균이를 다른 팀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거든. 솔직히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 좋지? ^^
“재균이를 경쟁자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팀 입장에서 재균이는 무조건 써야 하는 선수잖아. 발도 빠르고 타격, 수비 다 좋고. 내가 주전이 못된 것은 내 실력과 운이 없었기 때문인 거지. 재균이 때문은 아니라고 믿었어. 그랬다면 친하게 지내지도 못했을 것 같아. 재균이랑은 운동장 밖에서도 자주 만나고 형·동생 아니, 거의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거든. 도리어 트레이드 소식듣고 섭섭했지. 단, 재균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된 것은 잘된 일이다 싶었어. ‘누구 때문에 안 된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에게 결국 기회가 오는 게 프로인 것 같아.”
-사실 옛날엔 나도 참 몸이 좋았지만, 지금은 와이프가 ‘아저씨 몸’이라고 놀릴 정도가 됐어. 그런데 민우 너는 지금도 살이 하나도 안 찌고 몸 관리를 잘 하는 것 같더라. 요즘도 웨이트 트레이닝 열심히 하는 거야? 먹는 건 어떻게 조절해서 먹어? 아, 그리고 예전에 네가 민소매 티셔츠를 즐겨 입었던 것 같은데 요즘도 자주 입어? 크크크.
“별 얘길 다하네. ^^ 민소매는 이제 안 입지. 그 때는 내가 몸매에 좀 자신이 있었나보다. 대학 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너무 무식하게 한 것 같아. 그 때는 지금(81∼82kg)보다 3∼4kg 더 나갔던 것 같다. 4년 전에는 95kg까지 불었다니까. 그런데 난 내야수니까. 수비 때문에 일부러 뺀 거지. 날렵해야 되잖아. 원래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식단도 좀 조절해. 기름기 많은 것은 잘 안 먹고 회나 야채를 자주 먹지. 한 여름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웨이트트레이닝은 딱 필요한 부분만 하고 있어. 예전의 우락부락한 몸매보다는 나도 지금이 마음에 든다.”
-야구선수로서 내 궁극적인 목표는 앞으로 꾸준히 몸관리를 잘 해서 마흔다섯까지 계속 현역으로 뛰는 거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너도 네 실력에 비해 늦게 자리를 잡게 된 만큼, 앞으로 마흔 넘어서까지 10년 이상 나와 함께 주전으로 뛰자. 자신 있지?
“나도 그 때까지 하고 싶어지는데. 넌 지금까지도 많이 했잖아. 난 늦게 자리 잡은 만큼 더 오래해야지. ^^ 너랑 꼭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 붙어봤으면 좋겠다. 다른 팀이랑 하면 그간 널 응원했는데, 그 때는 못 치기를 바라야 하나? 하하.”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