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정민태 코치가 로이스터 감독에게 묻다

입력 2010-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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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탈권위적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우리 선수들에게 물어보라”는 자신감도 그래서 가능하다. 로이스터 감독이 유독 신임하는 포수 강민호와 승리 후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8개구단 선수들 중 ML행 추천 한다면?
“류현진 넘버원…빅리그서도 롱런할 실력”

Q1. 안쓰시던 번트작전도 내시던데?
A1. 경기상황 고려…변한건 아닙니다

Q2. 농담 걸고 즐겁게 해주는 선수는?
A2. 성격좋은 홍성흔 그리고 강민호

-감독님께서 한국에 오신 지 3년째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야구에 대한 생각과 실제로 경험해본 한국야구는 다를 것 같은데요. 한국야구에 대한 인상, 그리고 한국야구의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립 서비스는 사양합니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하하. 미국야구와 한국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느꼈나요?

“지금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은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미국은 한국보다는 야구역사가 깊고 오래전부터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국보다는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수비, 피칭, 타격 같은 모습만 보더라도 미국이 약간은 앞서 있습니다.”


-감독님은 한국에 온 뒤 처음에는 희생번트 작전을 잘 구사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미국야구 스타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롯데도 경기 초반부터 번트 작전이 나오기도 합니다. 감독님이 변하신 건가요? 한국야구가 감독님을 변하게 한 건가요?

“변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상황이나 타순 따라 어떤 선수가 주자로 나가있는지, 타자는 누군지, 다음 타자는 누구인지에 따라 희생 번트 작전을 쓰는 것이죠.”


-제가 투수코치다보니 롯데의 투수 훈련법에 대해 많이 궁금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스프링캠프부터 투수들에게 훈련을 많이 시킵니다. 체력훈련도 많고, 투구수도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롯데 투수들의 훈련량은 다른 팀보다 적은데,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한국야구 뿐만 아니라 일본야구에 대해서도 아직은 잘 모릅니다. 다만 미국 야구는 잘 알죠. 그래서 제가 아는 대로 훈련을 지도하고 그런 방식에 따라 투수들을 조련합니다. 제 훈련 방식에 대해 장단점을 제가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우리 투수들이 대답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식 훈련에 길들여졌고 지금의 저를 만나 미국식 훈련도 경험했으니까요.”


-롯데는 최고 인기구단입니다. 감독으로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요. 가끔씩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요.

“한국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의 감독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운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도 부담되는 건 전혀 없답니다. 우리 팬들도 타 구단처럼 좋은 야구를 한다면 팬이 더 많이 찾아오시지 않을까요? 당연히 야구를 못하면 불만도 있을 테지만 인기가 많기 때문에 타구단보다 재밌는 일도 많은 게 아닐까요?”


-저도 일본 요미우리에서 뛸 때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어서 외로웠는데 감독님도 외국생활이라 외로울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한국생활 중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며,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궁금합니다.

“정 코치님 말씀대로 6∼7개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건 사실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에도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덕분에 외로움은 많이 느끼지 못한답니다. 매일 식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저에겐 큰 도움이 되고요. 스트레스는 골프로 풀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보시기에 8개 구단 중 최고의 투수와 타자는 누구인가요. 또 메이저리그 팀에 추천하고 싶은 투수와 타자 1명씩만 말씀해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8개 구단 최고 타자는 김현수, 최고 투수는 류현진 선수입니다. 특히 류현진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에 간다면 오랫동안 좋은 모습으로 뛸 수도 있을 거예요. (메이저리그에 갈)타자 중에는 이대호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이대호는 본인 실력을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추천할 수 있겠네요. 파워는 원래 좋고 홈런을 비롯해 높은 타율과 타점능력을 함께 지녔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리라 생각합니다.”


-롯데는 다른 팀과 달리 감독과 선수가 마치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롯데에서 감독님과 장난을 가장 잘 치고 즐겁게 해주는 한국선수는 누구인가요?

“홍성흔 선수와 자주 농담을 즐겨합니다. 홍성흔은 나름 영어를 잘하고 성격도 좋습니다. 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알아듣습니다. 강민호도 마찬가지죠. 이대호는 제가 화가 나서 말할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일 궁금해 하는 선수고요. 정민태 코치님이 지금 저에게 궁금해 하는 것처럼 강영식 선수도 호기심이 많은 선수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피칭에 대해서 말이죠.”


-한국음식 중 가장 즐겨 드시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혹시 롯데에서 나오는 소주도 마셔봤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사람들, 특히 롯데팬 중에도 소주 좋아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저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요.

“불고기와 밥을 제일 좋아합니다. 소주는 당연히 마셔봤답니다. 소주를 마신다면 당연히 ‘처음처럼’(롯데소주)을 마시죠. 홈경기 끝내고 귀가할 때 보면 거리에 술 취한 분들이 상당히 계시던데 사실 저는 그 분들처럼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소주를 마셔보진 못했답니다.”


-이렇게 감독님과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부탁이 있다면 넥센전에서는 살살해주세요. 투수코치 입장에서 강력한 롯데타선이 신경 쓰입니다. 하하.

● 에피타이저

릴레이 인터뷰 최초로 감독이 등장했다.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가 롯데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에게 평소 마음속에 담아뒀던 질문을 꺼냈다. 이에 로이스터 감독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역시 미국야구를 경험한 SK 이만수 2군감독을 지목했다. (당초 로이스터 감독은 KBO 유영구 총재를 지목했으나 인터뷰는 기꺼이 할 수 있지만 중립성을 표방하는 총재의 위치상, 특정 야구인을 지목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고사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릴레이 인터뷰의 연속성을 감안해 로이스터 감독에게 다시 대상자를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이만수 감독이 선정됐다.)

● 정민태 코치가 로이스터 감독에게

안녕하세요, 로이스터 감독님. 저는 넥센 히어로즈 정민태 투수코치입니다. 제가 인터뷰 대상자로 감독님을 지목해 놀라지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감독님이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라 계속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저는 선수 시절 한국야구와 일본야구를 경험했지만 미국야구를 체험하지는 못해 미국에서 오신 감독님에게 궁금한 게 많습니다. 그래서 감히 감독님을 인터뷰 대상자로 선택했습니다. 무례하다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목동이나 사직구장에서 경기할 때 멀리서 뵙기는 하지만 인사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6월 14일 목동에서)


● 로이스터 감독이 정민태 코치에게

이렇게라도 인사드리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또한 저를 스포츠동아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뽑아주셔서 고맙고요. 저희가 다음번에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가 있을 때 직접 인사 나누며 더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야구와 미국야구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보다 잘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요?(6월 16일 사직에서)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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