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우람(오른쪽)과 롯데 김사율은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둘은 함께 고교시절을 보낸 적은 없지만, 경남상고 선후배라는 이유로 서로를 묵묵히 응원하고 있었다.스포츠동아DB
Q1. SK 훈련량 도대체 얼마나 많기에
A1. 감독님 마음에 들때까지 던져야…
Q2. 고향팀 롯데에서 뛸 마음 있니?
A2. 기회 와야 갈 수 있는거죠, 하하
정우람은?
▲생년월일=1985년 6월 1일 ▲출신교=하단초-대동중-경남상고 ▲키·몸무게=181cm·82kg(좌투좌타) ▲프로 데뷔=2004년 SK 입단(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번·전체 11순위) ▲2009년 성적=62경기 56이닝 1승 1패 1세이브 2홀드, 방어율 3.38 ▲2010년 연봉=1억 5000만원SK 정우람(25)은 2004년 2차 2번(전체 11순위)으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올해 SK의 최강불펜이자 ‘출첵(출석체크·시도 때도 없이 마운드에 오른다는 의미)투수’로 뛰고 있다. 얄궂게도 롯데 김사율(30)도 1999년 롯데에 입단해 이렇다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다가 올시즌 팀의 핵심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다른 유니폼을 입었지만 닮은꼴 길을 걸어온 선후배는 인고의 결실을 맺은 서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정우람은 “나 같은 선수를 지목해줘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고는 이제 프로야구계에서 대(?)가 잠시 끊겼다는 경상남고 선배의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대답했다.
다음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는 마침 그라운드에서 훈련하고 있던 동갑내기 친구 두산 김재호(25)를 불러 “다음 바통은 너에게 넘기겠다”며 직접 섭외를 마쳤다.
○롯데 김사율이 SK 정우람에게
처음에는 학교후배라는 이유로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언제부턴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네 모습에 반해 내가 팬이 돼버렸다. 내가 군대 있을 때 TV 중계를 매일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도 불펜투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네 모습을 보면서 공부를 참 많이 했다. 입단해서 많은 게임에 나가다보면 힘든 점도 많을 텐데 계속 몸관리 잘 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가 되길 선배로서 응원하마. 학교 선배라서 그런지 항상 만날 때마다 찾아와서 인사도 참 잘하던데 언제나 지금처럼 겸손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 시즌 마치고 결혼한다며? 조금 일찍 하는 편이지만 형은 대찬성이다. 결혼 미리 축하하고, 청첩장 꼭 보내고. 앞으로 형한테도 많은 조언 부탁하마.
○SK 정우람이 롯데 김사율에게
진짜, 저를 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뽑아주실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저 같은 선수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비록 신문지상을 통해서지만 이렇게 얘기를 나누게 돼서 기쁩니다. 그런데 너무 칭찬만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은 팀에서 야구를 하고는 있지만 개인으로서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연차도 얼마 안 됐고, 이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야말로 TV를 통해 형이 던지는 모습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롯데 핵심불펜으로 자리매김한 선배를 많이 응원했고요.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제가 결혼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ㅋㅋ. 사직에서 경기 있을 때 꼭 찾아뵙고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최근 몇 년간 게임수가 많았잖아. 거의 이기는 경기에 나왔고. 부담도 클 텐데 몸관리 노하우를 가르쳐 다오.
“거짓말이 아니라 몸관리 노하우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전 그냥 잘 먹고 잘 쉬는 게 가장 좋던데…(웃음). 보강운동 열심히 하고 러닝 많이 하고. 그 정도죠. 특별한 게 있다면 21세부터 79∼80kg 사이였는데 몸무게를 가능한 한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잘 찌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안 빠지게끔 노력하고 있고요. 그리고 솔직히 올해 (광저우)아시안게임 생각해서 많이 던졌는데 대표팀에 떨어져서 몸보다는 마음이 아픕니다.”
-이기는 경기에 나가 흔들림 없이 다 지켜내잖아. 선배로서 참 보기 좋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마음가짐은 어떻게 하고 오르는 거야?
“자꾸 왜 그러십니까. 후배가 선배한테 배워야죠. 음…. 마운드에 오르면 마음가짐보다는 타자 분석한 것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경기 나가기 직전에도 훑어보거든요. 전날 경기에서 저 타자가 어떻게 쳤는지, 어떤 공에 방망이가 나왔는지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SK가 얼마나 훈련을 많이 하는지 말로만 들어서 잘 모르겠다. 우리 경남상고 훈련량도 엄청나잖아. 솔직히 SK 훈련량이 많냐, 아님 고등학교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 언제가 더 힘들다고 느끼는 거야?
“(곰곰이 생각하더니)비슷한 것 같은데…(웃음). 경상남고도 많이 뛰고 많이 치고 많이 달리잖아요. 많이 혼나고.ㅋㅋ SK도 비슷해요. 다른 점이라면 프로구단이니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죠. 기본기를 특히 중시하고요. 그런데 솔직히 투수들은 그나마 괜찮아요. 타자들이 진짜 고생하죠. 캠프 때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점심시간 없이 계속 치니까. 투수들은 피칭할 때만 힘들어요. 감독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던져야 하니까요.”
-다른 팀 선수로 봤을 때 SK는 정말 훌륭한 팀이란 생각이 든다. SK 소속 선수로서 SK가 이처럼 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얘기해 다오. 어떻게 하면 그리 잘 이길 수 있는 건가?
“일단 수비력인 것 같아요. 투수들이 잘 막고 타자들이 요소요소에서 잘 치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결정적인 수비 하나로 흐름을 끊어주니까요. 그게 크죠. 타격은 사실 8개 구단이 비슷하다고 봐요. 타 구단에 좋은 타자들도 많고.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지만 수비는 들쑥날쑥하면 안 되잖아요. 작은 걸 소홀히 안 하는 것도 SK의 강점인 것 같아요.”
-직구 볼끝 좋고, 컨트롤도 좋고. 변화구 다양하고, 위기관리 능력도 좋고. 내가 선배지만 널 보면서 참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한수 지도해줄 거냐?
“(크게 웃으며)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도는 오히려 제가 받아야죠. 아! 아니다. 지도 받고 싶으세요? 그럼 김성근 감독님을 찾아오세요.ㅋㅋ”
-부산 출신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롯데를 동경하잖아. 사직구장의 뜨거운 열기도 그렇고. 언제 기회 닿으면 롯데 오고 싶은 생각은 없냐? 기회가 온다면 올 거야, 안 올 거야?
“아무래도 부산 출신이니까 (롯데에 대한)이미지가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기회가 와야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하하. 롯데는 팀컬러가 확실한 것 같아요. 공격적으로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기회가 닿으면 한번쯤은 부산에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12월에 결혼한다고 얘기 들었다. 부산 여자 분이신가? 제수씨 얼굴도 아직 못 봤네, 그러고 보면. 부산 한번 온나. 내 밥 살게.
“(연거푸 ‘어떻게 아셨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다)네. 부산 사람입니다. 그리고 밥은 꼭 사주십시오. 제가 (장)원준이 통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웃음).”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