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넷북, 성능은 그보다 조금 더! - 아수스 EeePC 1201T

입력 2010-10-04 14: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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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3시간 반. 아수스 EeePC 1201T(이하 1201T)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운영체계, 드라이버, 각종 프로그램 설치 등 이런 저런 밑 작업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노트북은 전원만 켜고 자신에게 맞게 설정 몇 개만 하면 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건 운영체계가 다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나 그렇다. 노트북 중에는 운영체계를 빼버린 대신에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는 제품이 간혹 있는데(데스크탑 PC에서도 브랜드 PC보다 조립 PC가 저렴하듯이), 1201T 역시 그러한 제품 중 하나다. 2010년 9월 말 현재 인터넷 최저가 약 44만원가량. 가격만 놓고 보면 넷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1201T의 팜레스트(손목 올려 놓는 부분) 왼쪽을 보면 ‘AMD VISION’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이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여 캐주얼 게임 / 음악 및 사진 감상 / DVD, 인터넷 동영상 감상 / 인터넷, 이메일 사용 등의 작업을 하는 데 적합한 성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관련 기사: http://it.donga.com/plan/912/). 그 정도의 성능이라고 하면 넷북과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팜레스트 오른쪽에 달린 또 하나의 스티커가 의문을 갖게 한다. ‘HD 1,080P 멀티미디어 콘텐츠 지원’이라니! 일반적으로 넷북에서는 720p급 동영상이 한계고 1,080p급 동영상을 돌리는 건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이것이 정녕 사실인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운영체계와 드라이버를 설치하자

성능을 살펴보려면 일단 전원을 켜야 한다. 그리고 1201T에는 운영체계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윈도우나 리눅스 같은 운영체계도 설치해줘야 한다. 하지만 초기 상태로도 인터넷 서핑, 음악/사진 파일 감상, 스카이프를 통한 인터넷 전화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익스프레스 게이트(Express Gate)라는 운영체계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익스프레스 게이트는 퀵부팅을 지원하므로 전원을 넣고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까지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익스프레스 게이트에서는 윈도우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익스프레스 게이트만 쓴다면 1201T는 노트북으로서의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물론 1201T에서 강조하는 1,080p 동영상 재생도 불가능하니 운영체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1201T에는 ODD(CD/DVD 드라이브)가 없다. 따라서 외장 ODD를 사용하든가 부팅 가능하게 만든 USB 메모리를 이용하여 운영체계를 설치해야 한다. 1201T에서 권장하는 운영체계는 ‘윈도우 7 홈 프리미엄’ 에디션인데, 좀 더 가볍게 사용하고자 한다면 윈도우 XP를 설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본인은 가지고 있는 정품이 윈도우 7 프로페셔널 에디션 32비트 밖에 없어서 이를 설치하였음을 밝혀둔다). 참고로,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일단 익스프레스 게이트를 비활성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익스프레스 게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CD 부팅을 우선으로 설정해뒀다고 하더라도 무시되고 익스프레스 게이트가 실행되기 때문이다.



익스프레스 게이트 활성/비활성 설정은 어떻게?

전원을 켜고 처음 나오는 화면에서 F2 키를 누르면 바이오스 설정 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용자 설명서에 의하면 바이오스 항목 중 Boot 메뉴에 Boot Booster라는 메뉴가 있다고 하며, 이를 Disabled로 설정하면 익스프레스 게이트 메뉴를 비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리뷰 제품에는 그러한 항목이 없었으며 부팅 관련 메뉴를 이것 저것 바꾸다 보니(…) 비활성화되었다.


덕분에 무사히 윈도우 7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다시 활성화할 방법을 찾을 수 없어 익스프레스 게이트를 꺼둔 채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수스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아 설치하면 된다고 해서 다운로드도 받아봤는데 압축 파일이 손상되어 있어 설치가 불가능했다. 이러한 현상은 리뷰 제품에서만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어떻게든 익스프레스 게이트를 되살리고 싶다면 아수스 A/S 센터를 방문해보자.

익스프레스 게이트를 비활성화시킨 후 윈도우를 설치하면 이제 평범한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없다. 그냥 쓰려고 하면 이 키보드가 내 키보드가 아닌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므로 제품에 동봉된 서포트 DVD(1201T Support DVD Rev.1.1)를 이용하여 드라이버를 설치해줘야 한다. 외장 ODD가 있다면 이를 이용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ODD가 있는 다른 PC(데스크탑 등)에 서포트 DVD를 삽입, 안에 있는 데이터를 통째로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에 복사한 뒤 이를 1201T에서 읽어 들이면 된다. 드라이버 설치가 끝났다면 이제 기본적인 밑 작업은 완료된 것이다. 참고로 서포트 DVD에는 1201T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도 들어있으니 필요에 따라 선택, 설치하면 된다.



넷북보다 어느 정도 나은 성능일까?



일단 가장 궁금한 1,080p 해상도의 영상이 정말로 제대로 돌아가는지부터 테스트해보았다. 테스트에 사용한 파일은 7.94GB의 MKV 동영상 파일. 우선 별다른 설정 없이 곰 플레이어로 재생해보니 처음부터 영상이 느려지면서 음성과 화면이 따로 노는 현상을 나타냈다. KM 플레이어와 다음 팟 플레이어로 테스트해봤으나 마찬가지. 코덱이나 설정을 맞춰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CoreACC 코덱을 설치한 후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로 테스트해봤더니 이번엔 끊김 없이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플레이어별로 HD급 영상을 재생하는 방법은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많이 있다. 다른 플레이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스스로 조사를 해보자). CPU 점유율은 80~100%를 나타내긴 했지만 영화를 전체화면으로 놓고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동영상 재생 성능은 넷북보다 낫다고 인정. 그렇다면 게임 성능도 넷북보다 나을까? 뭐, 그렇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넷북에서 돌아가는 게임이 좀 더 쾌적하게 돌아간다는 의미지, 넷북에서 안 되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카트라이더나 던전앤파이터처럼 그래픽 성능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 그럭저럭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지만, 3D 그래픽이 강조된 최신 게임은 설치해볼 생각도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1201T는 AMD의 ‘콩고(Congo)’라는 플랫폼이 탑재된 노트북으로, 인텔 CPU를 탑재한 넷북과 울트라씬의 중간정도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인텔 울트라씬을 탑재한 노트북도 게임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으니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1201T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문서 작업을 하기에는 확실히 1201T가 넷북보다 쾌적하다. 아무래도 1,366x768 해상도를 지원하는 12인치 화면이라 그러할 수밖에(초기의 넷북은 1,024x600 해상도를 지원하여 인터넷 서핑 시 대부분의 페이지 하단이 잘려 보였다. 이후 1,366x768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이 출시되었으나, 화면이 10인치급인 경우가 많아 화면 내 모든 것이 너무 작게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윈도우 7을 설치하면 한 화면을 반으로 나눠 사용할 수 있어 테스트해봤는데, 한쪽에 웹 문서를 띄우고 또 한쪽에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띄워둔 채 사용하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국외 제조사의 제품이라 그런지 오른쪽 쉬프트(Shift) 키의 크기가 너무 작아 한글 타이핑 시 오타가 잘 나더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최대의 무기

1201T의 최대 장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가격은 넷북과 비슷한데 성능은 그보다 낫다. 크기도 큼직해서 넷북을 쓸 때처럼 답답하지 않으며, 무게도 1.44kg이라 들고 다니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절전모드를 적용하면 배터리만 가지고 약 4시간 30분 가량(고성능 모드 약 3시간) 사용이 가능하니 웬만해서는 굳이 전원 어댑터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유선랜은 100Mbps까지 밖에 지원하지 않지만(최신 규격은 1,000Mbps), 무선랜은 최신 규격인 802.11n까지 지원한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하드디스크 용량이 320GB라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고, 1,080p 영상을 재생할 수 있음에도 HMDI 단자를 탑재하고 있지 않아 HD TV로 연결해서 보기 어렵다는 정도? 두 가지 모두 1201T를 ‘노트북’으로서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니므로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다(물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용자도 있겠지만).


넷북을 살까 고민 중인데 운영체계 및 드라이버를 설치할 수 있다면, 1201T도 고려 대상해 포함해봄 직하다. 특히 지금까지 넷북을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더더욱 1201T에 무게를 실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노트북이라고 생각하고 넷북을 처음 접하면 성능이나 작은 화면 등에서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단, 스스로 운영체계를 설치할 줄 모르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마땅치 않다면 미련 없이 다른 제품을 찾아보자. 1201T의 최대 장점인 가격 대비 성능은 운영체계가 빠짐으로써 얻어질 수 있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겠다.

글 / IT동아 박민영(biaret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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