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장미란, 그녀가 에이스인 이유

입력 2010-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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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여왕 장미란에게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시련의 길이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지만 조국을 위해 몸을 돌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포츠동아DB

역도 여왕 장미란에게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시련의 길이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지만 조국을 위해 몸을 돌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포츠동아DB

2007년부터 허리디스크로 고통
연이은 국제대회참가 포기 없어
통증 참아가며 AG 금사냥 구슬땀

한국역도 에이스의 눈물겨운 숙명이다. ‘로즈란’ 장미란(27·고양시청·사진)이 장밋빛보다 더 붉은 부상투혼으로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장미란의 세계기록은 인상140kg·용상187kg·합계326kg(각각 다른 대회에서 작성).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누구도 그녀의 기록에 범접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장미란은 허리디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역도 선수에게 중량을 지탱하는 허리는 생명과 같다.

8월말이었다. 9월 터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던 장미란의 허리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튀어나왔다”고 말할 정도의 디스크였다. 하지만 장미란은 출전 자체가 무리였던 상황 속에서도 309kg(인상130kg·용상179kg)을 들어올리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국직전 훈련 때(합계225kg·인상100kg·용상125kg)보다 무려 쌀 한가마니(80kg) 이상을 더 든 셈이었다.

허리디스크는 2007년부터 장미란을 괴롭히고 있다. 관계자들은 “충분히 쉬면 나을 수 있지만, 장미란의 현실이 그렇지 못했다. 아마 역도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제대로 휴식을 취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7세계선수권, 2008베이징올림픽, 그리고 2009년에는 고양에서 열린 세계선수권까지 연이어 참가했다. 올해는 세계선수권에 아시안게임까지 장미란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현실적으로 장미란 만큼 확실한 메달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에이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끊임없이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은 디스크를 고착화시켰다. 역도계에서도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장미란이 회복기를 가져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미란은 “솔직히 (몸이) 좋지 않지만,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바벨을 잡는다. 현재 장미란은 자신이 판단해 통증이 심해지면, 훈련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 워낙 성실한 선수라,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에이스의 판단을 믿고 있다.

경쟁상대는 9월 세계선수권에서 합계 310kg으로 은메달을 차지한 멍수핀(21·중국)이다. 김 감독은 “멍수핀이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더 초점을 두었을 것”이라면서 “세계선수권 때보다는 더 기록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험난한 가시밭길이지만, 장미란은 오늘도 묵묵히 그 길을 간다. 이미 역도역사에 남은 그녀의 세계기록. 그리고 이제 장미란은 계량화할 수 없는 크기의 감동으로 무대 위에 선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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