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은중(왼쪽)이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와의 쏘나타 K리그 2010 챔피언십 준PO를 앞두고 이동국(전북)을 응원했다. 김은중과 이동국은 31살 동갑내기로 함께 국가대표를 지낸 절친이다. 스포츠동아 DB
98년 U-19대표팀서 투톱 첫 인연…전북 준PO 승리땐 PO서 절친맞장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가 24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쏘나타 K리그 2010 챔피언십’ 준플레이오프(PO) 단판 승부를 치른다.승리 팀은 28일 제주에서 정규리그 2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경기라 더욱 양보할 수 없다.
제주 김은중(31)이 스포츠동아를 통해 결전을 앞둔 동갑내기 친구 이동국(전북)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스포츠동아가 K리그 챔피언십을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절친 노트’ 시리즈 1탄이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 통산 99골로 대망의 100호 골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국아!
우리 얼마 전에도 사우나에서 만났잖아. 이렇게 이름을 부르려니 좀 쑥스럽다. 문득 너랑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1998년 태국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이었지. 네가 직전에 열린 1998프랑스월드컵으로 너무 유명해졌던 때라 청소년대표팀이 소집됐을 때 우리 동기들은 사실 걱정이 많았다.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까.’ ‘목이 뻣뻣하겠지.’
그런데 웬걸. 너무 의외였어. 너는 정말 축구 밖에 모르는 순박한 촌놈이었지. 남자다운 구석도 있었고. 우리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다 너의 그런 성격 덕분이었을 거야.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우린 정말 환상의 투 톱이었지. 너랑 최전방에 서면 축구가 너무 재밌었고 너무 편했어. 우린 서로의 장점은 부각시켜주고 부족한 점은 메워주는 그런 파트너였지. 파워 좋고 어느 위치에서든 슛을 때릴 수 있었던 너의 그 능력을 지금도 난 존경한다. 우리가 그 대회에서 9골을 합작한 게 우연만은 아닐 거야.
작년 이맘 때 내가 중국에 갈 때가 생각난다. 주위에서는 마치 중국에 가면 축구인생 끝날 것처럼 떠들었지만 네가 보내준 문자를 보고 난 힘을 냈다. ‘넌 중국 가서 다시 일어설 거야’라고 했었지? 문장에서 너의 믿음이 느껴졌어.
올해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도 난 네가 무조건 갈 거라 생각했었어. 네가 작년 시즌에 보여준 가공할 득점력은 정말 대단했거든. 서른 넘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모습을 네가 보여줬지. 우린 최전방공격수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느낌 같은 게 있잖아?
내가 얼마 전에 ‘어시스트 많이 해주는 (구)자철이와 산토스에게 음료수 사주면서 챙긴다’고 노하우를 털어놓자 네가 ‘내가 루이스에게 축구화 몇 개나 준 줄 아느냐’고 말해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동국아, 성남과 전북 가운데 내가 누구를 응원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너랑 그라운드에서 올 시즌 마지막으로 정말 재미있는 게임 해보고픈 마음은 굴뚝같다. 언론에서 100골 100골 이야기 하는데. 너나 나나 100골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 계속 나가야 하는 거잖아. 너라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만 너무 기록에 신경 쓰지 말고 게임하렴. 무엇보다 부상 조심하고.
시즌 끝나거든 사우나에서 또 한 번 보자. ^^ -11월23일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