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채의 사커에세이] 귀화 선수, 언제쯤 태극마크 달까?

입력 2011-01-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 해는 유난히 선수들의 국적이 이슈가 되었던 한 해였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의 정대세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주목을 받더니 얼마 전에는 일본으로 귀화한 이충성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아시안 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국적의 재일 교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재능 있는 공격수를 놓친 셈이다.

이웃 일본은 지난 20여 년 동안 라모스, 로페스, 산토스, 툴리오 등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보강해왔고 이제 브라질 출신은 일본 축구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프랑스는 한 때 ‘다국적’ 대표팀으로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고,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터키, 폴란드, 튀니지, 나이지리아, 가나, 브라질 계 선수들로 구성된 독일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아시안 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4년 전, 우루과이 출신 스트라이커 세바스티안 소리아 킨타나를 전방에 내세웠다. 카타르는 조별예선에서 최하위로 탈락했지만 킨타나는 일본, 베트남, UAE를 상대로 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골을 모두 책임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킨타나는 브뤼노 메추 감독이 이끄는 카타르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미에서 태어난 선수들만 국적을 바꾸는 건 아니다. 한국과 같은 조에 있는 호주의 수비수 사샤 오그네노브스키는 멜버른 태생이지만 아버지가 마케도니아 사람이다. 그래서 작년 초에 마케도니아대표팀의 부름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경기에 뛰지는 못했고, 올해 들어 성남 일화의 주장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호주대표팀에 발탁될 기회를 얻었다.

사샤와 같은 클럽에서 뛰는 공격수 제난 라돈치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라돈치치는 몬테네그로 출신으로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고 2년 전 귀화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귀화에 성공해 한국대표팀에 입성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 지도 잘 알고 있다.

클럽월드컵이 열린 아부다비로 떠나기 직전, 라돈치치는 심한 몸살감기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의지는 확고했다. “한국인이 돼서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자신의 소망이자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라돈치치는 몸이 무거웠는지 그 대회에서 부진했고 마지막 경기에선 부상까지 당하고 말았다.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난 그게 나쁜 일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라돈치치가 클럽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몬테네그로대표팀의 호출을 받게 됐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복잡해졌을 것이다. 그럴 경우엔 어떻게 하겠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라돈치치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대표가 되는 게 꿈이긴 하지만 조국의 부름을 거절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가족과 에이전트랑 상의해 보고 가장 좋은 결정을 내려야겠죠.” 하지만 끝까지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몰라요. 어쨌든 선착순 아니겠어요.”

아직 불러주는 사람은 없지만 라돈치치의 행복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3월 29일에는 한국과 몬테네그로의 친선 경기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FIFA.COM 에디터

2002 월드컵 때 서울월드컵 경기장 관중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넷에서 축구기사를 쓰며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 국제축구의 흐름을 꿰뚫고 싶다.

[스포츠동아]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