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망주들에게 J리그는 아직도 ‘약속의 땅’인가? 준비 안된 젊은 그들…돈·명예 ‘뜬구름’

입력 2011-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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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스포츠동아DB

한국선수들 거액 몸값 보장받던 J리그
2000년대 들어 스타보다 유망주 선호
일본 J리그는 한국축구 선수들에게 한때 ‘약속의 땅’이었다.

1993년 J리그 출범과 함께 노정윤이 일본진출 첫 스타트를 끊은 이후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 황선홍(포항 감독), 최용수(FC서울 코치) 등 스타들이 일본으로 날아갔다.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은 이들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 기량 뿐 아니라 철저한 프로의식과 모범적인 생활로 한국축구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2000년대 들어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일본은 높은 연봉의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유망주를 원했다. K리그에서 드래프트가 시행되는 것과 맞물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찾아 수많은 젊은 피들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바야흐로 J리그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의 상황은 다르다. 일본 적응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과연 J리그는 우리 유망주들에게 아직도 기회의 땅일까.


2009년 32명·작년엔 46명 늘었지만
20경기 이상 출전한 주전급 고작 7명

○주전급은 3분의 1 이하

최근 2년 간 J리그에서 활동한 한국선수 현황을 살펴보자.

2009년 1부 리그 13명, 2부 리그 19명 등 32명에서 2010년 기준으로 한국선수 등록 숫자는 1부 리그 21명, 2부 리그 25명 등 46명으로 크게 늘었다. 1부 리그 소속 선수 가운데 국가대표 급 스타플레이어는 이근호(감바 오사카),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 현 알 사드), 곽태휘(교토 상가) 등이다. 나머지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 가운데 꾸준한 경기 출전을 보장받은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J1은 한 시즌에 팀 당 34경기를 치른다.

2010시즌에 2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7명밖에 안 된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로 범위를 좁히면 박주호와 이강진(이상 주빌로 이와타), 조영철(니가카 알비렉스), 박주성(베갈타 센다이), 김영권(FC도쿄)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정도만 주전급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대로 10경기도 못 뛴 선수는 9명이나 된다. 각급 청소년대표팀이나 올림픽대표팀에 이름을 오르내렸던 김근환(몬테디오 야마가타), 서용덕(FC도쿄)도 각각 4경기,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상황이 이러니 J리그에서 K리그로 유턴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4명의 J리그 출신이 신청서를 냈다. 이 중 김동섭은 장훈고 재학시절 조영철과 함께 가장 재능 있는 공격수로 꼽혔다. 2007년 시미즈와 3년 계약을 맺어 주목을 받았지만 경쟁에서 밀려 1부 리그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작년 도쿠시마로 임대됐다가 K리그로 유턴해 광주시민프로축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영건들“정 안되면 J리그”정신적 해이
말 안통해 팀서 겉도는 경우 부지기수



○안이한 생각 버려야


J리그 적응이 점차 어려워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안이한 생각이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우리가 일본으로 갈 때는 국가를 대표해 나간다는 생각이 컸다. 한국축구의 우수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요즘 이런 생각을 가진 선수는 흔치 않다.

한 에이전트는 “여기 저기 알아보다가 ‘정 안 되면 J리그나 가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의외로 많아 놀랄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속된 말로 J리그를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다.

외부환경도 녹록치 않다.

외국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그러나 일본에 있는 동안 언어를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해 팀 내에서 계속 겉도는 경우도 흔하다. J리그에서 뛴 한 선수는 “후배들이 J리그에 대해 많은 문의를 한다. 정말 독한 마음먹지 않으면 오지 말라고 충고한다.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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