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휴대 게임기의 아찔한 몸싸움 '이제부터'

입력 2011-02-11 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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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와 소니 상반된 전략.. 시장은 이미 '춘추전국시대'
얼마 전 '불멸의 게임기 왕국' 닌텐도의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이유는 지난해 3분기 결산 매출에서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3DS의 발매 예정으로 주력 휴대 게임기인 NDS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주 원인이다. 닌텐도는 이어 지난 1월28일 4분기 결산에서도 전년대비 1,893억 엔(약 2조 5,830억 원)이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러한 닌텐도의 고전에 함박 웃음을 짓는 곳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당장 NDS와 경쟁구도에 있는 소니는 PSP의 후속 모델 격인 NGP를 발표해 주가가 상승 중이다. 또 스마트폰 업계와 태블릿 업계도 일제히 닌텐도의 고전을 반색하고 나섰다. 이렇게 휴대 게임기 시장은 서서히 닌텐도 독주가 무너지고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스마트폰-휴대게임기 시장 경계 약화>

지난 해 5월 북미의 모바일 시장 분석업체인 '플러리(Flurry)'는 휴대 게임기 전문 업체들에게 불쾌한 소식을 전달했다. 당시에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아이폰이 북미에서 PSP의 점유율을 제치며 휴대 게임기 시장에서 1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 애플은 아이폰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100억 회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얘기다. 또 스마트폰은 올해부터 일제히 듀얼코어 프로세서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말이면 2천만 대의 스마트폰이 보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망은 휴대 게임기 시장에는 굉장히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현재의 휴대 게임기인 NDS와 PSP에 비해 성능상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조작이 들어가는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이미 스마트폰과 휴대 게임기에 동시에 게임을 출시하는 게임업체들도 늘고 있다. 국내 상장사인 게임빌은 자사의 RPG를 스마트폰에 이어 이미 PSP나 NDS로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본 게임기 판매의 상징으로 불리우는 아키하바라 에서도 스마트폰을 게임기로 취급해 유통하고 있다.

미국 재정분석연구소 웹부시모건(Wedbush Morgan Securities)은 "기존 휴대용게임 개발사들은 아이폰 게임의 등장으로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아이폰은 PSP나 NDS게임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흥미로운 게임들을 즐길 수 있어 휴대용 게임기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휴대 게임기 진영, 서로 다른 노선으로>

이러한 스마트폰의 약진에 뜬 눈으로 시장을 빼앗기게 생긴 휴대 게임기 진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 야심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닌텐도는 스마트폰에서 실현할 수 없는, 입체 3D패널을 주무기로 장착했다. 3DS에 장착된 입체 화면은 최근 이슈가 되는 3D 영화 등의 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3DS는 때아닌 시각 논란에 휩싸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래 플레이 하면 눈이 피곤해지고, 이용자의 양쪽 눈 시력이 일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는 예측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견에 대해 3DS를 실제로 플레이 해 본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국내 최대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루리웹의 김재원 수석기자는 "3DS를 실제로 보면 의견이 달라질 것이다. 안경을 안 써도 화면은 입체적이고 선명하고, 특히 조작감이 좋았다.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에 소니 측은 스마트폰과 PS3의 융합을 테마로 잡았다. 우선 소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자사의 과거 독점 타이틀들을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그란투리스모' '릿지레이서' 등 소니 진영을 뒷받침하던 PS1 게임들을 안드로이드로 출시하겠다는 것. 이런 발표와 동시에 국내에서도 '갤럭시S로 철권을 즐기는 시대가 온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시장으로의 대응과 함께 PS3와의 연동도 소니 진영의 승부수다. 현재 PS3에는 미려한 그래픽의 게임들이 가득한데, NGP는 단 시간에 이들 게임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실제로 NGP 발표회 때 코나미 측에서는 보름 동안 작업한 PS3 게임을 NGP로 버그없이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진영, 진격 앞으로>

휴대 게임기 진영에 맞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진영은 발 빠르게 시장 점유율 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폰은 아이폰4에 이어 올해 중반기에 아이폰5의 발표를 예약해두고 있다. 아이폰과 사실상 호환되는 아이패드도 2와 3의 발표가 속속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아이폰 진영보다 물량 공세가 더 대단하다. 삼성, HTC에 이어 델, HP가 뛰어들었고 태블릿 진영까지 합세해 기세 등등한 모습. 진저브래드, 허니콤 등 계속적으로 버전업되면서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으며, C언어가 아닌 자바지만 쉽게 변환 가능한 툴(NDK)이 개조되는 등 게임 개발자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제 막 진출을 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7도 뒤늦게 나마 치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윈도우7은 PC와 가장 연계가 잘 되고 엑스박스 라이브와 연계하면 스마트폰 진영 중에서는 가장 퀄리티가 높은 게임을 단시간에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플랫폼이다.

현 시장에 대해 한 전문가는 "폐쇄적인 노선을 유지해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닌텐도와 스마트폰 물결에서 더 큰 시장을 일구겠다는 소니의 전략이 상반돼 재미있다."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이다. 경쟁을 통해 더 재밌는 게임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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