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과 오연수(왼쪽부터)는 1990년대 신세대 주부를 일컫는 ‘미시족’을 대변했다. 스포츠동아DB
1994년 KBS ‘독점여성’ 첫 미시족 방송
‘줌마렐라.’아줌마의 ‘줌마’와 ‘신데렐라’의 ‘렐라’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파생된 이 말은 경제적 능력을 갖춘 아줌마라는 의미가 강하다. ‘줌마렐라’와 대비되는 말, 바로 ‘미시’(missy)가 있다. ‘아가씨 같은 아줌마’의 뜻으로 1990년대 초중반 널리 쓰였다.
1994년 오늘, KBS 2TV ‘독점 여성’이 이 ‘미시’에 카메라에 들이댔다. ‘미시족 집중탐구’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기획 배경은 당시 각종 기업의 마케팅 용어로까지 떠오를 정도로 사회적 현상이 된 미시족의 급부상이었다.
그 저변에는 드라마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오연수와 ‘당신이 그리워질 때’의 박지영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배우들의 인기와 맞물려 있었다. 미시족의 한 상징으로 비친 오연수와 박지영은 당시는 아직 미혼이었다. 박지영은 그해 가을 SBS에서 일하던 윤영섭 프로듀서와 결혼했다. 오연수는 4년 후인 1998년 손지창과 결혼해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시절 두 사람은 각기 톡톡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 개성 강하고 아름다운 외모가 뿜어내는 도회적 이미지와 극중 당당한 신세대 주부로서 모습이 겹쳐지면서 미시족을 대표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남편과 평등한 관계를 요구하며 새로운 주부의 모습을 보였다. 또 미혼의 여성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패션 감각과 스타일로 여성 시청자의 큰 지지를 얻었다. 이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보여준 ‘미시 스타일’은 그 또 다른 표상으로 비쳤다.
‘독점 여성’의 ‘미시족 집중탐구’에 출연을 신청한 주부들 역시 대부분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고 당시 제작진은 전하고 있다. 또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이들은 기존의 주부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연출할 줄 알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