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각종 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존재감을 알린 배우 송새벽이 ‘위험한 상견례’에서 첫 주연에 도전한다.
■ ‘위험한 상견례’로 스크린 첫 주연
배우란 직업은 비움의 연속 이었죠
1년새 영화 네편…욕심보다 ‘인복’
주연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 있나요
덕분에 복서 이시영에 흠씬 맞았죠
그래도 휴대전화 없던 시절 로맨스
누군가의 사랑 부럽긴 처음이에요
행운은 마음을 비워야 더 자주 찾아오는 걸까.배우란 직업은 비움의 연속 이었죠
1년새 영화 네편…욕심보다 ‘인복’
주연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 있나요
덕분에 복서 이시영에 흠씬 맞았죠
그래도 휴대전화 없던 시절 로맨스
누군가의 사랑 부럽긴 처음이에요
2010년 각종 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발견’으로 불린 배우 송새벽(32). 그는 욕심에 관한 질문을 연달아 받으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연기 욕심을 빼놓고 송새벽의 활약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재능을 펼칠 기회를 잡는 건 욕심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스크린에서 본 송새벽의 모습에서는 연기욕심이 강하게 묻어난다. 그는 성적 취향이 독특한 변사또로 등장한 ‘방자전’을 시작으로 ‘해결사’ ‘부당거래’ ‘시라노 연애조작단’까지 1년 동안 네 편의 영화에 출연해 자신의 존재를 관객에게 각인시켰다. 그는 이를 “욕심보다 인복이 많았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 작품을 시작할 때 ‘이를 기회로 삼고 뭘 어떻게 해보겠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냥 잘하자는 생각이에요. 욕심을 버린 건 직업 때문인 것 같은데, 배우란 직업은 원하고 욕심내는 대로 되지 않잖아요. 차라리 놓아버리는 게 편할 때가 있어요.”
송새벽은 전라북도 군산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 극단에 들어가 연극을 시작했다. 친한 형의 도움으로 서울 대학로에 왔고 송강호 김윤석 등을 배출한 극단 연우의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과해 3년 동안 무대에 섰다. 극단 생활은 그에게 마음 비우기 연습이었던 셈이다.
# 첫 주연 ‘위험한 상견례’…“맞는 장면서 아마 복서 이시영 주먹에 혼쭐”
31일 개봉하는 새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송새벽의 첫 주연 영화다. 80년대를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가 가족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렸다.
“주연을 시켜준다는 데 마다할 이유 있나요. 하하.”
그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나이트클럽 후계자 자리를 마다하고 서울로 상경해 순정 만화가를 꿈꾸는 현준 역을 맡았다. 상대 역은 이시영이다.
“ 이시영 씨는 적응력이 굉장히 빨라요. 금방 친해졌는데 맞는 장면에선 제가 고생 좀 했어요. 아마추어 복서잖아요.”
‘위험한 상견례’는 송새벽·이시영 커플을 중심으로 백윤식 김수미 박철민 등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처음엔 주눅이 들었죠. 무서울 거라 상상했는데 겪어보니 아니었어요. 김수미 선생님은 매일 김치와 게장을 바리바리 싸오고 우린 도시락을 챙겨갔어요. 박철민 선배와는 이번까지 세 편을 같이 했고요. 다들 웃음이 많아서 웃느라 촬영이 중단된 때도 많아요.”
송새벽은 영화의 배경인 80년대를 겪으며 이시영과 간접 연애도 했다. 그의 소감은 “그 시대의 연애가 부럽다”는 것.
“휴대전화도 비퍼도 없던 시절의 연애는 두근두근 떨리고 애절한 사랑 같다”는 그는 “연기하며 누군가의 사랑이 부러운 건 처음이었다”고 돌이켰다.
# “잘 나가는 배우?…너무 소모되는 건 아닌지 걱정”
‘위험한 상견례’ 촬영을 끝내고 송새벽은 옴니버스 영화 ‘케세라세라’ 촬영까지 소화했다. 올 여름에는 해양 블록버스터 ‘7광구’ 개봉을 앞뒀다. 이제는 ‘잘 나가는’ 배우이지만 여전히 거리에서 그를 알아보는 팬들은 없다.
“며칠 전에 길을 걷는데 여자 두 명이 저를 보며 ‘송새벽 닮았다’며 웃더라고요. ”
작품 수가 늘어갈 수록 마냥 행복해할 수만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캐스팅이 감사하죠. 끊기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건 복 받은 거예요. 아쉬움도 있어요. 촬영이 많아지고 제 시간이 줄어들면서 너무 달리는 건 아닌가, 소모되는 걸까 고민이에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