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독려…신치용 감독의 감동 리더십

입력 2011-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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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감독

꼴찌서 우승으로…삼성화재의 힘

대한항공에 내리 4연승…5번째 챔피언 영예
경험 많은 고참+특급 폭격기 가빈 최고궁합
“우린 우승 DNA 있다” 신 감독 지도력 돋보여
삼성화재가 2010∼2011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대한항공에 4연승을 거두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얻은 결과물이라 더욱 값지다. 프로배구 출범 후 7번 챔프전에 올라 5번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신치용 리더십

삼성화재 신치용(56) 감독은 아마시절에는 경기 전날 선수들 야식을 단속하기 위해 쓰레기통까지 뒤졌다. 프로가 된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선수들이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다가 잠 설치는 걸 방지하려고 경기 전날 휴대폰을 모두 수거한다.

볼멘소리가 나오면 “경기 전날 밤 늦게까지 노닥거리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혹독한 훈련은 기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들은 무늬만 프로가 아닌 진짜 프로가 됐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탁월한 지도력도 돋보였다. 삼성화재는 2라운드까지 꼴찌였다. 한 순간 동네 북 신세가 됐다. 선수들은 순식간에 패배의식에 젖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자신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2라운드 이후 새벽 6시에 눈이 쌓인 트레이닝센터를 뛰는 것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실망하지 말자. 14년 간 결승에 오른 우리는 우승 DNA가 있다. 한 번 해보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가빈의 진화

캐나다 출신 가빈 슈미트(25)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 일부에서는 ‘몰빵배구’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가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 감독이 만들어 낸 선수다. 신 감독은 2009년 봄, 제대로 스텝조차 밟지 못하던 가빈을 데려왔다. 2007년 현대캐피탈에서 테스트를 받고 떨어진 선수였지만 높은 점프력과 큰 키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신 감독은 “많은 훈련으로 너를 성장시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가빈도 성실함으로 화답했다.

가빈은 2년 만에 한국 배구를 평정했다.

좋아하는 높이와 코스로 볼이 오면 여지없이 강타를 코트에 꽂았다. 듀스 접전이나 매치 포인트 등 1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확실한 해결사였다.

동료애도 무시할 수 없다.

코트에서 동료들이 실수하면 집중하라고 질책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여간해서 볼 수 없는 모습. ‘몰빵배구’ 비판에 대해 “더 이상 그 질문은 받지 않겠다. 배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동료들이 있기에 내가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해 했다.

신 감독도 “가빈 그 녀석은 외국인 같지가 않다. 대단하다”며 웃음 지었다.


○고참들의 우승 경험

주장 고희진(31)과 최고참 여오현(33)은 팀의 정신적 지주였다. 고희진은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흐름을 가져왔고, 여오현은 최고 리베로답게 신들린 디그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고희진은 “오현 형이 아빠면 난 잔소리 많이 하는 엄마다. 항상 후배들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고참 선수들의 비중은 큰 경기에서 더 잘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 후 한 번도 빠짐없이 매 시즌 챔프전을 치렀다. 우승 DNA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세터 유광우와 레프트 김정훈, 신으뜸 등 주전으로 첫 시즌을 치르거나 벤치를 지키다가 갑자기 투입된 선수들도 실수 없이 제 몫을 해냈다.

고희진은 “결승전은 정말 다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마추어 배구도 결승전은 각별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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