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도 ‘보릿고개’ 있다? 춘궁기 영화가 살아남는 법은…

입력 2011-04-1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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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 웃기거나 눈물샘 자극하거나, 싸게 - 돈 먹는 톱스타-CG는 NO
때맞춰서 - 파격-예술성 등 ‘센 작품’ 러시

①영호남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코믹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개봉 이후 180만 명을 동원하며 춘궁기의 ‘배부른’ 영화가 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②‘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NEW 제공, ③‘수상한 고객들’. CJ E&M 제공

《해마다 4월은 영화계의 춘궁기. 주요 관객인 대학생들은 새 학기 적응에, 상춘객들은 바깥나들이에 바빠 극장은 썰렁하다. 지난해 월별 통계를 보면 4월 관객은 249만 명으로 연중 최저였다. 최고인 8월 797만 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당연히 대작 영화는 이때 개봉을 피한다. 반면 개봉 시기를 못 잡던 ‘불편한’ 예술영화들은 보릿고개가 반갑다. 적은 관객이나마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극장에 걸린 ‘보릿고개 영화들’이 살아가는 법을 살펴봤다.》


○ 코미디 최루폭탄이 무기

웃음은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가장 손쉬운 무기. 지난 주말인 16, 17일 흥행 1, 2위는 ‘수상한 고객들’과 ‘위험한 상견례’로 모두 코미디 영화다.

3월 31일 개봉한 ‘위험한…’은 영호남 커플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담아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백윤식, 김수미, 박철민 등 이름만으로도 배꼽을 간질이는 배우들이 출동했다. 17일까지 180만 명을 동원하며 올봄 영화 비수기의 절대강자로 자리 잡았다.

‘수상한…’도 고객의 생명 연장을 위해 분투하는 좌충우돌 보험판매왕 이야기로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반면 21일 개봉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클리넥스 무비’(눈물 폭탄 영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감성적인 연출을 선보인 민규동 감독의 신작으로, 14일 시사회에서 상영 시작 10분 만에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14일 개봉한 ‘나는 아빠다’도 김승우, 손병호의 진한 부성애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 제작비 쥐어짜기 필수

적은 관객으로 수지를 맞추려면 제작비 쥐어짜기는 필수. 코미디나 감성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세트 등의 부담이 적어 제작비가 저렴하다.

‘세상에서…’의 제작비는 지난해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21억6000여만 원)에 못 미치는 16억 원. 제법 돈을 들인 ‘위험한…’은 25억 원, ‘수상한…’도 26억 원으로 평균을 넘긴 정도다.

외화도 수입 가격이 높은 영화는 사양한다. 3월 24일 개봉 이후 흥행 상위권인 인도 영화 ‘내 이름은 칸’은 3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업계 추산으로 이 영화의 수입가는 5억∼6억 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제작비를 줄이려면 톱스타의 출연은 언감생심이다. ‘위험한…’에는 송새벽 이시영, ‘세상에서…’에는 김갑수 배종옥, ‘수상한…’은 류승범 성동일이 나왔다. 충무로 최고 수준 개런티인 4억∼6억 원을 받는 톱스타는 없다.


○ 예술영화들 “지금이 개봉호기”

‘적(敵) 그리스도’(종말의 시대에 그리스도를 대적할 통치자)를 뜻하는 ‘안티크라이스트’는 제목처럼 ‘센’ 영화다. ‘킹덤’ ‘유로파’ 등을 연출한 라르스 본 트리에르 감독의 이 영화는 전작들처럼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다. 성기 훼손, 신체 학대 장면이 등장하며 마음의 준비 없는 관객들의 속을 한껏 불편하게 만든다.

‘그녀’ 역의 샬럿 갱스부르가 이 영화로 2009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여러 차례 수입사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14일에야 개봉했다.

제목부터 불편한 이상우 감독의 ‘엄마는 창녀다’도 아들은 포주, 엄마는 윤락녀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주목을 끈다. 이 영화도 2009년에 제작됐지만 3월 31일 개봉했다.

남한 내 탈북자의 비참한 삶을 다룬 ‘무산일기’는 제작비 8000만 원의 저예산 영화. 14일 개봉했으며 프랑스 도빌아시안영화제 심사위원상, 로테르담영화제 대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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