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류현진, 두렵고 존경스럽고 애처롭다”

입력 2011-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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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전 8이닝 10K 하고도 완투패 불운
팀 타선 먹구름…4월 성적 1승4패 초라
외조모 발인 날 삼성전선 1실점 완투승
괴물 킬러 박석민도 “그가 존경스럽다”
한화의 절대 에이스 류현진이 1일 대구 삼성전에서 9이닝 4안타 무4사구 1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2승째이자 개인 통산 19번째 완투승을 거뒀다. 한화의 3-1 승리.

경기 전까지 프로 통산 992.2이닝을 던졌던 류현진은 데뷔 6시즌·145경기 만에 1000이닝 투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던진 공 134개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 타이. 이틀 전 외할머니를 잃고 발인 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경기 후 “외할머니가 하늘에서 도와주신 것 같다. 이 승리를 외할머니께 바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절대 에이스’류현진(한화·24)은 올시즌‘고독한 에이스’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워낙 팀전력이 취약해 그의 등판이 승리로 이어질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한달간 5경기에 나서 1승4패(방어율 5.29)에 그친 성적은 그의 고독을 설명하는 하나의 지표다.

타선은 침묵하고, 야수진은 실책을 멈추지 않았다. 4월 26일 목동 넥센전에선 8이닝을 4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버티고도 완투패를 안았다. 이제 류현진이 등판해도 상대는 한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은 1일 대구 삼성전에 출격했다.


○여전히‘두려운’ 류현진,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한화는 작년에 비해 타선이 약해졌다. 중간투수도 세지 않다”며 “오늘도 초반에 실점을 줄이고, (추격)사정권에만 두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류현진이 지난번에 127개를 던졌으니까 우리 타자들이 류현진한테 볼을 좀 많이 던지게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시즌 처음 5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의 등판간격까지 고려한 공략법을 거론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대팀들은 류현진 등판경기 자체를 껄끄러워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류현진한테 2점 정도는 뽑을 수 있는 만큼 한화 타선을 봉쇄하면 승산도 올라간다는 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류 감독은 “류현진이 등판해도 작년보다는 확실히 부담감이 줄었다”고 총평했다.


○‘존경스러운’ 류현진!

삼성 박석민은 류현진에게 가장 강한 타자 중 한명이다. 류현진도 ‘피하고 싶은 타자’로 롯데 이대호와 함께 박석민을 지목했다. 지난 3년간 박석민은 류현진에게 20타수 8안타(타율 0.400)를 기록했다. 그 중 홈런도 4개였다. 그러나 박석민은 1일 “난 류현진을 상대하러 타석에 들어서면 영광스럽다.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투수가 류현진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석민은 “(그런 류현진에게)4타수 무안타면 어떠냐”고도 말했다. 즉,‘밑져야 본전’이라는 편안한 자세가 류현진을 공략할 수 있는 최상의 해법임을 강조한 것이다.


○‘대단한’ 류현진!

이틀 전 돌아가진 외할머니의 발인이 있었던 날, 류현진은 그간의 피로와 슬픔도 감춘 채 눈부시게 호투했다.

9이닝 동안 모두 134개의 볼을 뿌리며 4안타 6탈삼진 1실점의 완투로 2승째를 따냈다. 종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2008년 9월 5일 대전 삼성전)와 타이를 이룬 혼신의 역투 앞에 삼성의 계산은 통하지 않았다. 1회 장성호가 프로 17번째 개인통산 200홈런(우월2점홈런), 9회 강동우가 1타점 우중월 3루타로 지원해준 3점을 바탕으로 그는 꿋꿋이 팀의 1승을 책임졌다.

류현진은 경기 후 “돌아가진 외할머니가 도와주신 것 같다. 그동안 부모님이 한번도 경기장에 안 오신 날이 없었는데 오늘(외조모 발인일) 처음으로 안 오셨다”면서 “외할머니께 오늘 승리를 바치고 싶다”고 했다.

대구|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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