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영상물 연기자 이석우 “내 팬은 1+1”

입력 2011-05-05 14: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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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팬'들과 사진 20여 장을 찍고 나서야 겨우 시작됐다. 그런데 이 '극성팬'들은 인터뷰 중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와 '나 좀 봐 주세요' 웃었고, 그럴 때마다 이야기는 끊겼다.

이석우(32)는 "이럴 때는 내가 아이돌인가 싶다"며 멋쩍어 하면서도 두 손 크게 흔들고 팬들을 반겼다. 그도 그럴 것이 팬들이 평균 4~5세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직업은 영상물 연기자. 유아전용 프로그램에서 캐릭터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로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형, '딩동댕 유치원'의 번개맨을 떠올리면 된다.

그는 교육전문기업 베네세코리아의 유아교육 전문 프로그램 '아이챌린지'에서 '튼튼아저씨'로 5년 째 활동 중이다.


▶ 유아전용 프로그램 숨겨진 시청자는 엄마들


'아이챌린지'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2006년. 이석우는 2007년 합류해 지금까지 '튼튼아저씨'를 꿰차고 있다. 엄마들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그의 '장수 비결'을 논하기도 한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답은 배우 박시후와 김재원을 닮은 훈훈한 외모.

"하하.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TV를 보시죠. 그러니 아이들도 즐거워야 하지만 엄마들도 즐거워야 해요. 아이는 호비(호랑이 모양 캐릭터)를 보고 엄마들은 저를 보시다 보니 아무래도 외모가…. 가끔 공연도 하는데 공연장 오신 엄마들이 선물도 주세요. 엄마들이라 그런지 먹을 것을 잘 챙겨주세요."

말끝은 흐렸지만 '훈남'임을 인정하는 눈치다. 그리고 두 번째 매력으로 꼽히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말 할 때도 입꼬리를 올리는 타고난 '웃는 상'이었다.

"원래 잘 웃는 편이었는데 아이들 프로그램하면서 더 웃게 됐어요.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어른이 무표정한 어른이거든요."

짜잔형 번개맨 튼튼아저씨와 같이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은 영상물 연기자는 국내에 10명 정도다. 지금이야 '튼튼아저씨=이석우'로 통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영상물 연기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어요. 방송에 관심도 많아 방학 때마다 스태프 일도 돕고 단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죠. 그러다 EBS에서 유아 전용 프로그램 진행자를 뽑는데 마침 지원 자격이 체육학과 출신 중에 방송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서 응모했어요. 그 때부터 유아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어린이 드라마에도 출연했습니다."



영상물 연기자는 그가 "전공도 살릴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였다. 대학시절 응원단장을 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응원단장은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관객들과 에너지를 주고 받아요. 유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에요. 성인이 아닌 아이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는 점이 다르죠. 오히려 성인들보다 아이들과 교감이 잘 돼요. 성인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만 반응하는데 아이들은 내가 쏟은 만큼 반응하거든요. 내가 더 쓰면 받는 게 더 커지니 성인들 대상으로 할 때보다 아이들과 할 때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되죠. 그래서 더 재밌고요."

단, 아이들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보니 힘들 때가 있다.

"방송에서는 때론 제가 아빠 역할이고 삼촌 역할을 해야 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저는 그냥 아저씨일 뿐이죠. 가식적인 아빠, 삼촌이 되지 않으려면 정말 친해져야 해요. 저도 처음에는 대본대로만 하려고 하고 녹화만 빨리 끝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우선 아이와 친해지려고 하죠. 아이가 대본과 다르게 해도 큰 흐름만 같다면 아이의 답을 방송하려고 하고요. 이런 걸 깨닫는데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아이들과 친해질수록 팬들도 늘어났다. 엄마와 아이가 있는 곳이라면 그는 유명인사다. 포털사이트에는 팬카페도 개설되어 있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아이들과 엄마들이 타셨어요. 멀리서 '튼튼아저씨다!'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사실 영상물 연기자는 엄마와 아이들 사이에만 알려지거든요. 그러다보니 다른 승객들은 '대체 저 사람은 누구야'라는 표정으로 보시고…. 아이들하고 사진 찍고 싸인해 주는데 고맙고 신나기도 하면서 민망하기도 했죠."


▶ 해병대와 영상물 연기자 공통점은?

 

그의 진짜 꿈은 배우다. 단역이지만 드라마 '아이리스' '쩐의 전쟁'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원래 꿈이 배우에요. 지금도 포기하진 않았고요. 배우 오디션도 많이 봤었고 지금도 보고 있어요. 우선은 '아이챌린지' '호비쇼(호비와 튼튼아저씨가 주인공인 유아용 뮤지컬)'에 집중하면서 단역으로라도 출연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 출연한 드라마는 '인생은 아름다워'. 이상윤의 친구 역으로 2회 정도 나왔다. '호비쇼'는 2~4월 서울 공연을 마치고 이달부터 지방 공연을 시작했다. 지방 공연이 끝나면 서울에서 앵코르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또 '호비쇼 시즌2'까지 기획 중이니 영상물 연기자로 인기를 얻을수록 '진짜 꿈'과는 멀어지는 셈이다.

"아쉬움은 없어요. 배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그 쪽만 바라본다면 아이들을 배신하는 거죠. 시간 날 때만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전 나쁜 사람이이에요. 또 '호비쇼'가 끝나면 시간 여유가 많아지니 그 때는 영화, 드라마 오디션도 적극적으로 볼 거고요."
오디션을 볼 때는 원칙이 있다. 아무리 눈에 띄는 캐릭터여도 사기꾼, 야한 역, 비호감 등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 역할은 거부할 생각.

"아이들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요. 아이들도 다 알거든요. 아이들이 커서 제가 다른 연기를 해도 '튼튼아저씨가 이번에는 다른 연기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 까지는요. 요즘 아이들은 빠르니 초등학생만 되도 다 알지 않을까요?"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싱글벙글하는 모습이 그의 미니홈피 속 폴더 '강한 남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폴더 속에는 해병대 시절 사진들이 빼곡하다.

"유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다보니 의외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근데 영상물 연기자도 해병대도 몸으로 부딪히는 일이잖아요. 전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부딪히는 걸 좋아했어요. 중2까지는 검도 선수단도 했고 배우 오디션 볼 때도 액션 많이 하는 역만 고집했었어요. 기왕 군대 갈 거면 가장 힘든 곳에 가고 싶어서 해병대 다녀왔어요."

인터뷰 말미 그는 영상물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유아체육에 관심이 생겨서 대학원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어요. 실전 경험을 접목해서 강단에 서는 것은 제 또 다른 꿈이에요."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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