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홍 자매작가 “‘미스터 틱톡의 연인’이 제목 될 뻔” ①

입력 2011-07-05 15: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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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은 작가는 “진짜 웃긴 코미디는 시치미를 뚝 뗀 코미디다. 차승원 씨가 그걸 너무 잘한다.”며 “그의 애드립은 애드립이 아닌 대본 연구 결과”라고 전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띵똥', '충전' 등 수많은 유행어를 낸 2011년 상반기 최대 히트작 '최고의 사랑'(MBC)이 16회를 끝으로 지난달 23일 막을 내렸다. 드라마를 끝내고 1주일간 사이판 여행을 다녀온 홍정은(37)·홍미란(34)자매 작가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만났다.

20%를 넘긴 시청률은 두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의 힘이 컸다.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톱스타 독고진(차승원)과 비호감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공효진)의 '목숨 건' 사랑은 2달간 안방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다. 홍정은·홍미란 작가는 "한 달 동안은 무조건 쉬겠다"고 종영 소감을 말했다.

2005년 KBS2 '쾌걸 춘향'으로 데뷔한 뒤 '마이 걸',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연달아 히트시킨 두 사람은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는 오락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다. 작품을 할 때는 작업실에서 24시간 꼭 붙어 지낸다. 홍콩 코미디 배우 주성치 마니아라는 점도 똑같다.

인터뷰 내용은 두 작가의 육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대본 형식'으로 꾸몄다.


S#1. 홍대 정문 인근 커피숍 2층
홍정은, 홍미란 작가 자매가 청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
기자 2명이 냉커피를 연신 들이키며 질문한다.
이하 홍(정)은/홍미(란)

Q: 어떻게 이런 재밌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됐나. 홍정은 작가는 학교(이화여대 행정학과) 다닐 때 지금과는 이미지가 달랐다. 홍미란 작가도 사범대 출신이다.

정: 공부에 취미가 있었으면, 공무원이 됐겠지. 학교에 잘 안가는 학생이었다. 책이나 드라마에 더 관심이 있었고, 학과 선배들이 방송 작가로 들어가는 바람에 이 길로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동생도 들어와 있고. 우리 둘 다 자유로운 일을 좋아한다.
란: '쾌걸 춘향' 시놉시스를 냈는데, 갑자기 취소된 드라마 자리에 들어갔다. 기획하듯 낸 게 잘 돼서 쭉 드라마를 하고 있다.

Q: '쾌걸 춘향'때 구축했던 드라마적 특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 드라마도 아니고 만화도 아니고. (웃음) 그때부터 여타 드라마와는 다른 우리의 색깔이 유지되고 있다. '최고의 사랑'까지 오게 됐다. 우린 사건과 대사 위주가 아닌 에피소드, 캐릭터, 그림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MBC ‘최고의 사랑’ 4회 캡처.

Q: 드라마 중간에 등장한 영화 대본 '미스터 틱톡의 연인'은 의미심장하게 나왔지만, 그 뒤로 나오지 않았다.

정: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른 것으로 갔다.
란: 원래 '미스터 틱톡의 연인'이 드라마 제목 후보 중 하나였는데 MBC 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와 비슷해서 제외됐다. 독고가 심장을 체크하는 느낌으로 '틱톡'이 들어가서 넣은 것이었다.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찍는다는 느낌으로 준 것인데, 따로 있는 만화는 아니다. 편집된 장면이지만, 독고진과 문 대표가 대화를 하다가 "원래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꽃이 피지"라는 느낌을 주면서 구애정이 오버랩 되는 것으로 넣었다. 그런데 4회 엔딩이 좋게 나와서 느낌만 남겨두고 다르게 바뀌었다.

Q: 편집된 장면이 궁금하다. 재밌는 신이 많았다고 들었다.

란: 분량이 넘치니까 어쩔 수 없다. 만약 감독 판이 나오면 2회 정도 추가될 수 있을 정도다.
정: 애정이가 처음 독고를 거절하고 사무실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다. 독고가 나이트클럽 전단을 비행기로 만들어서 날린다. 그 직전에 독고가 앉아 있을 때 애정이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하지? 너무 의식한다고 할 텐데", "왜 자는 척하지" 라면서 애정이가 우왕좌왕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면서 독고를 애정이 훑어보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생겼네"라고 한다. 재미있게 잘 나왔다고 하는데 잘렸다.

애정이랑 필주랑 같이 라면 먹는 장면이 있다. 라면 이야기한 후 "그럼 같이 드실래요?" 라면서 함께 한의원 옥상에서 먹는다. 재미있게, 아기자기하게 라면을 끓인다. 필주가 터프하게 계란을 넣는 장면도 있었다.

Q: '내 팬티 내놔' 신이랄까. 구애정이 독고진의 집에 들어와 숨는 장면도 재밌다. 그걸 후반부에선 뒤집었다. 독고진이 구애정의 집에 숨는 장면으로.

란: 반복되는 부분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감독님도 재미있게 찍어줬다.
정: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숨는 장면은 코미디의 정석인데 써도 써도 재밌다. 나름 독고진과 구애정의 첫 베드 신이다.

 MBC ‘최고의 사랑’ 11회 캡처.

Q: 독고진이 차창 밖으로 허리 빼고 하는 키스 장면이 유명했다. 일명 '뱀 몸뚱이 키스'라고. 차승원 씨는 그걸 하다가 담에 걸렸다던데.

란: 아주 '긴' 배우여서 가능했다. 워낙 차승원 씨가 키(188cm)가 크다. 힘들면 문을 열고 나오라고 했지만 창문을 열고 하면 더 독특하다. 가장 아름다운 각도를 연구해서 나온 장면이다.
정: 차승원 씨 턱 선을 잘 보여주려고 몸을 더 틀게 했다. 힘들었을 거다.
란: 독고의 '기럭지'가 더 강조됐다. 남자가 돋보이는 키스신이다.

Q: 야한 대사가 많았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독고가 침대를 쳐다보거나, 자고 가라고 했지만 그게 다다. 왜 그렇게 베드신에 인색했나.

란: "일생이 7년인 남자와 일생이 37년인 남자를 예뻐해 주는 방법은 달라", "불태워야지" 이런 대사. (웃음) 억울하다. 그래도 과거 작품보다는 스킨십이 많이 나왔다. 키스장면도 4번이나 나온다. 사실 야한 대사는 '구미호'가 더 많았다. "잡아먹고 싶어", "짝짓기하자" 등등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대사지만. 중의적인 거다. '최사'는 배우 나이가 있고, 섹시한 느낌을 가진 배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다.

Q: 차승원 씨 근래 작품 중에 가장 건전했다. 그 분 몸매가 19금인데.

란: 하하하. 굳이 베드신을 넣었다면, 독고진이 구애정에게 반지를 줬던 날 들어가야 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고, 성인 남녀니까.

Q: 마지막 회 악플 신도 의미심장하긴 했다. '독고진이 심장 수술 후 고자가 돼서 구애정과 위장 결혼했다'는 누리꾼 글. 독고진이 구애정에게 "아니라고 네가 인증 댓글 달아!"라고 했다.

란: 맞다. (웃음) 그냥 이렇게 평범하게 연애하면서 사나보다 그런 느낌으로 마무리 지었다. 대사는 수없이 많았다. 독고가 세리에게 "바디랭귀지만 했다"는 대사도 있고.

Q: 세리가 참 '쿨'하다. 독고진과 사귀다가 구애정 결혼식 들러리가 됐다.

정: 구애정의 행복을 빌어서, 축하하기 위해 들러리로 서는 게 아니다. 구애정을 마음에 둔 윤필주를 좋아하니까 구애정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게 기뻐서, 즉 자기 행복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란: 독고와 세리 모두 나 잘되는 일에만 관심이 많다. 서로 대놓고 서로 성격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았나.

Q: 독고진이 주성치를 닮았다. 구애정의 앞을 독도하게 '쌩'하니 지나가겠다며, 천천히 차를 몰고 가는 장면은 '도성'에 나온 주윤발 패러디를 떠올리게 한다. 슬로우 모션인줄 알았는데, 주성치가 폼 잡고 천천히 걸었던 장면 말이다.

정: 진짜 웃긴 코미디는 시치미를 뚝 뗀 코미디다. 차승원 씨가 그걸 너무 잘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한다. 웃기려고 작정하고 오버하면서 하지 않는다. 그게 주성치 식의 코미디인데 그런 부분을 차승원 씨가 잘 구현해 줬다.
란: 차승원 씨가 재미있게 해줄 걸 알아서 그런 장면을 많이 넣었다.

Q: 잘난 척해도 밉지 않은 게 독고진과 주성치의 또 다른 닮은 점이다. 주성치 팬으로서 'CJ7 - 장강7호' 는 못 보겠더라. 늙어 힘 빠진 모습이 싫었다.

란: '장강 7호'는 우리도 안 봤다.
정: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주성치를 위해선 팬픽(Fan Fiction)을 쓸 수도 있다.

 MBC ‘최고의 사랑’ 1회 캡처.


Q: 내가 썼지만, '정말 웃긴 장면'은 뭐가 있나.

란: 1회에서 독고진이 해골 스카프를 매는 장면이다. 그런 동작이 재미있는 사람은 독고진 밖에 없을 거다. 잘렸지만, 독고진이 영어 책을 들고 '¤라¤라' 열심히 공부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엉터리 발음으로. 웃긴데 잘렸다.
정: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정말 많이 잘렸다. 세리가 처음부터 못된 캐릭터는 아니었다. 국보소녀가 욕을 먹으면 정색을 하면서 화를 내고 변론해주는 인물이다. 그런 장면들이 삭제된 상태에서 초반에 얄미운 모습만 보여줬다.

Q: "띵똥", "극복" 등의 대사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란: 죽을 것 같은 고통으로 회의를 통해서 짜낸다. 너무너무 힘든데 회의를 하면 나온다. 말을 만들 때 독고는 웃기는 사람이라는 설정을 주고 멋있는 말보다 구어적으로 쓸 수 있는 말들을 만든다.

Q: 흥행하리라 예상한 대사는?

란: "띵똥"은 1회 '세바퀴' 다짜고짜 퀴즈 신부터 쭉 나왔다. 독고라는 캐릭터가 뜨려면 이 대사가 떠야 했다. 드라마 망하지 않는 이상 떠야 하는 유행어였다.

MBC ‘최고의 사랑’ 2회 캡처.


Q: 독고진은 언제부터 '급'이 다른 구애정을 좋아한 건가.

란: 2회에서 애정이가 옛날 매니저에게 뺨을 맞는 것을 보고, 독고진이 돌아보는 장면이 터닝 포인트다. 애정이는 그렇게 두들겨 맞으면서 살아왔다. 독고도 1~2회 안에서 "넌 급이 다르잖아", "넌 구질구질해"라는 식으로 구애정이란 여자를 괴롭혔다. 독고도 애정이를 두들겼던 사람 중 한명이 된 거다. 그러다 또 두들겨 맞는 걸 독고는 목격한다. 하지만 독고는 그걸 외면하지 않는다.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얽히면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걸 외면하지 못하면서 '애정'이 시작됐다. '국민 비호감, 뭐만 해도 욕먹는 저 여자'를 보면서, 나만 잘 살고 싶은 사람이었던 독고가 '아이언맨'이 돼 그 여자를 지켜주고 싶어 할 때 사랑이 시작됐다.

Q: 필주와 세리의 행방은?

란: 확실히 필주가 세리하고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세리가 필주를 쭉 좋아했으니까 언젠가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느낌? 독고도 그렇게 들이대서 애정이가 마음을 열었으니까.

Q: 마지막 장면이 특이했다. 독고진이 "이런 드라마 만난 걸 영광인 줄 알아!"라고 말했다. 순간, 드라마적 환상이 깨지고 현실로 돌아오게 됐다.

란: 그건 차승원 씨의 아이디어다. 현장에서 합의된 애드립이다.
정: 차승원 씨가 행동이나 말투로 승화시키면서 대사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대본을 열심히 연구해서, 외워서하는 애드립이라 쉽지 않을 거다. 차승원 씨도 엄청난 노력파이다.
란: 우리가 대본 지문에 '얼굴을 가리고 펴면서 극복'이라고 적어 놨다. 근데 차승원 씨가 발랄하게 손을 펴면서 "극↗복↘" 이라고 하니까 재미있는 거다. 운율을 주면서 "충~전", "띵!똥!" 한다.
정: 차승원 씨는 대본에 굉장히 충실하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사를 하고, 애드립 역시 캐릭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한다. 대본을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 홍정은·홍미란 작가 인터뷰 ②편에 계속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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