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앞으로 7년, 7가지 과제]<5>빙속코리아, 7년 뒤가 두렵다

입력 2011-07-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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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삼총사’ 후계자 안보이고
女 쇼트트랙은 이미 추월당해

한국은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겨울올림픽에서 총 31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 중 29개(금 17, 은 7, 동 5)가 쇼트트랙, 나머지 2개가 스피드스케이팅(은1, 동1)에서 나왔다. 쇼트트랙으로 한국은 겨울올림픽 무대에서 그나마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외에도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빙상은 밴쿠버 대회를 통해 ‘피겨 여왕’ 김연아와 ‘빙속 삼총사’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같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쯤 되면 쇼트트랙 강국에서 종합 빙상 강국으로 명함을 바꾸어도 될 법하다.

하지만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으로 시곗바늘을 돌리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쇼트트랙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프랑스, 캐나다, 미국, 중국 등 외국 선수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들 국가는 한국의 선진 쇼트트랙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한국인 코치를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한국은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2개밖에 따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중국은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여자 쇼트트랙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지속적인 쇼트트랙 기술 개발과 꿈나무 발굴이 절실하다.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3개나 수확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의 상황은 쇼트트랙보다 훨씬 심각하다. 아직은 빙속 삼총사가 세계무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건재하지만 뒤를 이을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차순위 선수들과 기량 차이가 커서 빙속 삼총사가 은퇴한다면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은 메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 규격의 스피드스케이트장이 태릉밖에 없는 것은 빙상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한 빙상 관계자는 “국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스피드스케이트장들도 주차장으로 바뀌거나 하는 바람에 지금은 한 곳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꿈나무들이 스피드스케이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태릉국제경기장도 실내 기온이 너무 낮아 선수들이 추위에 떨면서 훈련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층이 얇은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7년 뒤에도 이 같은 상황이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등록 선수는 일본과 미국, 캐나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김연아의 활약을 보면서 ‘제2의 김연아’를 목표로 하는 꿈나무가 늘고 있는 피겨스케이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포스트 김연아’로 꼽히는 김해진을 비롯해 박소연 등 꿈나무들이 정상급 기량으로 세계무대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 싱글과 남자 싱글을 제외하고 페어, 아이스댄스 종목은 아예 등록선수가 없다. 올림픽 개최국이 피겨 4종목 중 2종목에만 출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빙상 선수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정상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과 얇은 선수층 문제가 조속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불가능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김관규 전무는 “국내 등록 선수들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 빙상을 이끌어갈 차세대 꿈나무를 키우려면 정책적인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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