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퀵’ 강예원 “원조 아이돌 될 수 있었는데…헬멧 쓰고 섹시댄스 췄죠!”

입력 2011-07-22 08:34:3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강예원(31)이 더 예뻐졌다. 지난겨울, 강예원은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간호사(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였다. 그 이전엔 아버지를 죽인 복역수(영화 '하모니·2010')였고, 천방지축 재수생 희미(영화 '해운대·2008')였다.

그런 그가 20일 개봉한 영화 '퀵'에선 작정하고 망가진다.

생방송 스케줄에 쫓겨 퀵서비스를 이용하려다가, 엉겁결에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 맨 기주(이민기)를 만나 생사의 기로에서 질주한다.

눈물로 번진 마스카라, 먼지와 땀으로 번들번들해진 얼굴, 헬멧에 눌려 꾀죄죄한 머리카락까지….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는 이민기와는 달리, 강예원은 꽥꽥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일쑤다. 그런데 이상하다. 예쁘다.

"그래도 명색이 여자 아이돌 가수 역할인데 상황이 암담해서 몰골이 참담하네요. 그래서 해맑게 연기했죠."


▶꽥꽥 비명 질러가며 제대로 망가진 여배우


길에서 자신을 알아봐주는 팬이 있으면 오히려 쑥스럽다는 강예원. 그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또…그날의 저녁 식사의 메뉴를 고민할 때도 그렇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퀵'은 제목에서 엿보이듯 스피드와 폭탄이 또 다른 주인공이다. 주인공들이 땅에 가만히 두 발을 붙이고 있는 장면이 10분도 되지 않는다.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았을 촬영이었을 터. 강예원이 '고생담'을 줄줄 털어놓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촬영하면서 힘든 적은 있었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웃었다.

그는 현장의 밝은 분위기를 전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다. 연쇄 폭발 장면을 촬영하던 중 도망쳐야 하는 강예원이 넘어진 것. 다행히 이민기가 그를 안아 올려 구해내 얼굴에 상처가 약간 나는 정도로 그쳤다.

"힘들었던 일은 금방 잊어요. 이번 영화 찍으며 고생한 건 맞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즐거운 일만 기억나요. 실은 여자 스태프들과 매우 친해졌거든요. 만나면 반가워서 '꺅'하고 소리부터 지르고. 보통 남자 배우가 현장에서 여자 스태프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이번엔 제가 더 많았어요. 이민기 씨가 절 질투했어요."

그는 내친김에 '가족 자랑'을 이어갔다.

"조범구 감독님은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배려해주는 스타일이에요. 특히 여배우가 저밖에 없어서 더 신경 써주셨어요. '예원이 괜찮아?', '예원이 더워?' 이렇게 다정하게 물어주니 오히려 전 '괜찮습니다'라고 답하게 돼요."

아이를 어르는 듯한 조범구 감독의 말투 흉내도 잊지 않는다. '가족 같은 현장 분위기'가 인사말이 아니라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전해졌다.

그리고 유쾌했던 현장 분위기는 영화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퀵'은 경쾌하다. 조연들의 깨알 같은 코믹 연기는 물론 정체불명의 폭탄 테러범까지도 개그감이 충만하다.

웃고 즐기다 보면 120분이 후딱 지나간다. 기주와 아롬이 서울 명동의 복잡한 골목길을 질주할 때나 고층 건물을 넘나들 땐 쾌감도 느껴진다.

▶'성악도' 강예원, 가지 않은 '아이돌'의 길 후회한 적도

강예원은 “영화배우 말고 다른 길을 갔다면 오페라 가수가 됐을 것”이라며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제 모습을 그려본 적도 있지만, 이제는 노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지금은 영화배우지만, 강예원은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나온 재원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조수미의 스승으로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성악을 배웠다.

얼굴이 예쁜데 노래까지 잘하니, 중·고등학교 시절 대형 연예 기획사의 명함을 받은 적도 꽤 있다고 한다. 성악도인 강예원이 영화배우 길에 들어선 이유는 뭘까.

"노래가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집을 부렸죠. 그때 그룹이든 솔로든 가수했으면 더 빨리 성공했을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웃음) 아쉽긴 하죠. 대신 이번 영화에서 아이돌로 출연했으니 괜찮아요."

그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담이지만, 덤덤하게만 들리지 않았다. 10년차 배우 강예원의 연예계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시트콤 '세 친구(MBC·2000)', '허니허니(SBS·2001)'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육감적인 몸매로만 주목받았다. 영화 '마법의 성(2002)'으로 단박에 여주인공 자리까지 꿰찼지만, 역시 '파격 노출'로만 이슈가 됐다.

그 후에는 활동마저 끊겼다. 절망 끝에 선 그는 '김지은'이란 본명 대신 '강예원'이란 예명을 만들었다. 그리고 '1번 가의 기적(2007)'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엔 여유가 없어 내 눈앞의 상황만 보였어요. 그리고 매 작품 최선을 다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기쁘고, 슬프고 다양한 역할을 보여줘도 다 그의 얼굴로 보였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희로애락을 이미 겪어본 '언니'의 단단한 내공.

"가장 저와 닮았던 역할이요? 음…. 밝은 면, 어두운 면 다 있어요. 하지만 평소엔 절대 힘든 부분은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만큼 큰 아픔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요. 더 밝으려고 노력해요. 행복도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정확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목표를 전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윤여정 선배님처럼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신뢰가 금방 생기진 않잖아요. 제 작품수도 아직 부족하고요. 그래서 '퀵'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지금도 열심히 해왔지만 훨씬 더 열심히 하려고요."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동영상=‘퀵’ 강예원 “원조 아이돌 될 수 도 있었는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