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는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츠동아DB
아직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씩 말문이 트이자 특유의 너스레를 보이며 여유를 되찾았다. 한국 축구의 보배 수비수 홍정호(22·제주 유나이티드)는 최근 엄청난 홍역을 치렀다. K리그를 한바탕 휘몰아친 승부조작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리됐지만 심적 상처는 정말 컸다. 외부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애써 듣지 않으려 했다. ‘무혐의 됐다’는 것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 “나중에 훨씬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봐요. 이토록 괴로웠던 걸 보니.” 펄펄 날던 홍정호의 축구 인생. 잠시 삐걱거렸지만 다시 출발선에 섰다.
박경훈 홍명보 조광래 감독님 그리고 가족
모두 믿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두달만에 나선 K리그 한동안 숨 안 터져 헉헉
한일전 ‘홍정호 공백?’ 말만 들어도 영광
홍역 치렀으니 이제 좋은 일만 있겠죠ㅎㅎㅎ
모두 믿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두달만에 나선 K리그 한동안 숨 안 터져 헉헉
한일전 ‘홍정호 공백?’ 말만 들어도 영광
홍역 치렀으니 이제 좋은 일만 있겠죠ㅎㅎㅎ
○너무 그리웠던 그라운드
-오랜만에 출전했어요.(승부조작 파동 이후 홍정호는 거의 두 달 만에 13일 대전과의 K리그 21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실전에 나섰다.)
“아, 정말 뛰고 싶었어요. 한동안 숨이 터지지 않아 헉헉거렸는데, 후반부터는 괜찮았어요.”
-대전전에서 실점이 많았어요.(제주는 대전과 3-3으로 비겼다.)
“오랜만에 나서서 그런지 진짜 실점 안하고 싶었는데. 몸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서서히 만들어 가야죠.”
-몸은 어때요?
“컨디션은 좋은데, 경기 감각이 떨어졌어요.ㅠㅠ 뛰어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간 훈련은 어디서 했어요?
“계속 제주에 있었어요. 2군 선수단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나름 열심히 했어요.”
-(승부조작 얘기가 나올 때) 동료들과는 관계가 어땠어요?
“말은 필요 없죠. 그냥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사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변 동료들이 제게 어떤 말을 하진 못하더라도 옆에서 묵묵히 어깨를 두드려 주는데 너무 감격했어요.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믿어준 은사들, 그리고 가족
-박경훈 감독님께 찾아갔다면서요?
“예, 팀에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 것 같아서요. 직접 찾아뵈었어요. 거의 2개월 동안, 실전을 못했으니까. 팀 내 자체게임만 좀 뛰고 그랬는데, 박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이번 대전전에 뛰어 보라고.”
-다행히 금세 무혐의가 나왔죠?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느낌이 어땠어요?
“기분 좋았죠. 조사를 받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마음도 아팠고요.”
-박경훈 감독께서는 무슨 조언을 해주시던가요?
“가서 사실대로만 말하면 잘 풀릴 것이라고 하셨어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더라고요.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시고. 이제 정말 잘해야죠.^^”
-가족들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의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제 인생의 버팀목이란 걸 깨달았죠.”
-어려울 때도 항상 각급 대표팀 감독들은 여전히 신뢰를 보여줬죠.
“박 감독님 외에도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님과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님께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 분들이 있어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 선다!
-8월10일 한일전 보셨어요?
“음, 제가 뛰어도 변화는 없었을 거예요. 다만 운도 없었고, 이것저것 준비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우리 축구가 사실 일본보다 크게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웃음) 그래도 저만 잘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잘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는데, 많이 아쉬웠죠.”
-한일전 직후 ‘홍정호 공백’이 화제였죠.
“그런 말이 나오면 영광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워요. 제가 그런 말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실망을 드리면 안 되죠.”
-친한 동료인 김영권이 일본전에서 발목을 다쳤죠.
“곧바로 연락을 했어요. 크게 다친 건 아니라고 해서 다행이에요. 영권이랑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편이에요. 승부조작 얘기가 나온 뒤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연락을 했어요.”
-요르단과의 내년 런던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때 실점 때마다 실수를 했죠?
“안 풀리려니 정말 그대로 실점이 되던데요. 사실 제가 주장인데, 제 몫을 못해줬죠. 자꾸 외부에서 나오는 소문들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그래도 이젠 홀가분하니까요.”
-대표팀이 신뢰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요?
“조광래 감독님께선 저의 패싱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수비에서 빠른 움직임도요. 홍명보 감독님의 경우는 일단 청소년 시절부터 함께 해왔고, 그 때부터 수비에서 만큼은 리드를 해온 편이라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일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
“인생의 반환점이 될 것 같아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를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겸손한 태도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랜만에 출전했어요.(승부조작 파동 이후 홍정호는 거의 두 달 만에 13일 대전과의 K리그 21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실전에 나섰다.)
“아, 정말 뛰고 싶었어요. 한동안 숨이 터지지 않아 헉헉거렸는데, 후반부터는 괜찮았어요.”
-대전전에서 실점이 많았어요.(제주는 대전과 3-3으로 비겼다.)
“오랜만에 나서서 그런지 진짜 실점 안하고 싶었는데. 몸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서서히 만들어 가야죠.”
-몸은 어때요?
“컨디션은 좋은데, 경기 감각이 떨어졌어요.ㅠㅠ 뛰어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간 훈련은 어디서 했어요?
“계속 제주에 있었어요. 2군 선수단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나름 열심히 했어요.”
-(승부조작 얘기가 나올 때) 동료들과는 관계가 어땠어요?
“말은 필요 없죠. 그냥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사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변 동료들이 제게 어떤 말을 하진 못하더라도 옆에서 묵묵히 어깨를 두드려 주는데 너무 감격했어요.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믿어준 은사들, 그리고 가족
-박경훈 감독님께 찾아갔다면서요?
“예, 팀에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 것 같아서요. 직접 찾아뵈었어요. 거의 2개월 동안, 실전을 못했으니까. 팀 내 자체게임만 좀 뛰고 그랬는데, 박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이번 대전전에 뛰어 보라고.”
-다행히 금세 무혐의가 나왔죠?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느낌이 어땠어요?
“기분 좋았죠. 조사를 받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마음도 아팠고요.”
-박경훈 감독께서는 무슨 조언을 해주시던가요?
“가서 사실대로만 말하면 잘 풀릴 것이라고 하셨어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더라고요.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시고. 이제 정말 잘해야죠.^^”
-가족들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의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제 인생의 버팀목이란 걸 깨달았죠.”
-어려울 때도 항상 각급 대표팀 감독들은 여전히 신뢰를 보여줬죠.
“박 감독님 외에도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님과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님께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 분들이 있어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 선다!
-8월10일 한일전 보셨어요?
“음, 제가 뛰어도 변화는 없었을 거예요. 다만 운도 없었고, 이것저것 준비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우리 축구가 사실 일본보다 크게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웃음) 그래도 저만 잘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잘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었는데, 많이 아쉬웠죠.”
-한일전 직후 ‘홍정호 공백’이 화제였죠.
“그런 말이 나오면 영광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워요. 제가 그런 말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실망을 드리면 안 되죠.”
-친한 동료인 김영권이 일본전에서 발목을 다쳤죠.
“곧바로 연락을 했어요. 크게 다친 건 아니라고 해서 다행이에요. 영권이랑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편이에요. 승부조작 얘기가 나온 뒤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연락을 했어요.”
-요르단과의 내년 런던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때 실점 때마다 실수를 했죠?
“안 풀리려니 정말 그대로 실점이 되던데요. 사실 제가 주장인데, 제 몫을 못해줬죠. 자꾸 외부에서 나오는 소문들에 혼란스럽기도 했고. 그래도 이젠 홀가분하니까요.”
-대표팀이 신뢰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요?
“조광래 감독님께선 저의 패싱력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수비에서 빠른 움직임도요. 홍명보 감독님의 경우는 일단 청소년 시절부터 함께 해왔고, 그 때부터 수비에서 만큼은 리드를 해온 편이라서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일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
“인생의 반환점이 될 것 같아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를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겸손한 태도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