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구단에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

입력 2011-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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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SK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성근 감독 속내 들어보니…

벌써 5년째 SK 사령탑…이젠 마지막
사실 봄부터 고민…성급한 결정 아냐
재계약 질질 끌기 싫어…지금 매듭지어야
현재 아무 계획 없어, 이 나이에 뭘…
남은 경기 잘하는게 팬들에 대한 예의
사퇴번복? 나도 고집 세다고


SK 김성근 감독은 17일 오후 5시20분 취재진이 모이자 뜸 들이지 않고 ‘시즌 후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이날 오후 4시쯤 SK 민경삼 단장에게 전화로 자신의 결심을 통보한 뒤 1군 매니저와 구단 홍보팀을 통해 오후 5시15분 감독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었다.

취재진이 감독실로 들어설 때까지 흐트러짐 없이 포켓 일한사전을 읽고 있던 그는 “SK에서 올해만 하고 떠날라고. ‘재계약한다, 뭐 (안)한다’ 해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봄부터 고민했어”라며 시즌후 사퇴를 공식화했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여러 소리가 나온 게 결심의 계기였나.

“그런 걸 떠나서 이제 나갈 때가 됐어. 여러 가지 생각할 때 적절한 때가 됐어. (남은) 41게임 최선 다하고, 새로운 사람이 하면 될 것 같아.”


-언제 결정했나.



“개막 이틀, 사흘 전에도 고민이 많았어. 지금이 끝낼 시기라고 생각했어. 새로운 사람이 와서 새롭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 모든 걸 깊이 생각했을 때 제일 적절한 시기가 된 것 같아.”


-시즌 도중에 갑작스러운(성급한) 결정 아닌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구단에 섭섭함이 있었나.

“나로서도 안 좋지만 매듭지어야 할 것 같아. 구단 입장 있을 거고, 내 입장도 있고. 그런(섭섭한) 것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지저분하게 굴고 싶지 않았어. 결정을 안 하고 질질 끌면 뭔가 기다리는 것 같았어.”


-구단에는 언제 알렸나.

“아까 단장한테 전화했어. 단장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내가 결정해버렸어. 내가 처음에 왔을 때보단 성적도 났고, 관중도 세 배 가까이 늘었고.”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가.

“현재 아무 계획도 없어. 지금 어떤 계획이 있다면 내가 나쁘지. 내가 이리하면 구단도 움직이기 좋잖아. 지금 이 나이에 내가 어디서 어떻게 뭘 한다는 것도 그렇고.”


-직접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때는 언제인가.

“계속. 올스타전 때 할까도 했는데 선수들한테 결례도 되고(참았다는 의미).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됐어. (시즌) 끝나고 사표 내고 나가는 것보단 지금이 좋아. 나머지 게임 전력을 다해야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선수가 부족하다고 하면 선수들한테 미안한 거고. (올해) 어떻게든 만들어가려고 했고, 그 안에 부상자가 많았고. (그간) 100% 내가 짐을 지고 갔고, 5년 동안 FA 하나도 안 잡았는데 이 정도 했으면 선수들이 너무 잘해준 거야.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텐데. 5년 동안 애들이 잘해줬잖아. 보강도 없이.”


-선수들한테는 알렸나.

“(오늘) 게임 끝나고 선수들한테 해야지.”


-사퇴 결정은 번복할 수 없는 것인가.

“나도 고집 세다고. 안 한다면 안 하는 거지.”


-재계약 과정에서 구단에 아쉬움이 있었나.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고. 할 필요도 없고.”


-한국시리즈를 우승해 아시아시리즈까지 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

“아시아시리즈까지 간다면 해야지. 그게 선수와 팬한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


-가족한테 얘기했나. 김정준 코치(아들)도 아나.

“몰라. (김정준 코치도) 모를 걸.”


-다시 묻자면 언제 결심했나.

“개막 전 포토데이(3월 30일 서울시청 앞 광장) 때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 뭣(포토데이 당시 직접적 계기가 된 사건)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는 얘기할 수 없는 거고.”


-지금 심정은.

“평범해. 41게임 어떻게 할까 싶지. 마지막까지 잘하는 게 팬들에게 예의지. 난 성격상 단순하거든. 해야 할 때 안하면 답답해.”


-미련은 없나.

“미련 갖지 말아야지. 내가 (SK에서) 5년 하면 긴 것 아니야. OB 때 5년 하고, 나머지는 다 1년 하고 잘렸는데. 민 단장한테 구두로 통보했어. 오전에 만났을 땐 다른 모양새를 얘기했고. (다른 모양새의 의미를 묻자) 그건 우리끼리 비밀이고.”

문학 |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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