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챔스리그 둘러싼 팀간 신경전] “내 코가 석잔데… K리그 일정 못바꿔”

입력 2011-09-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중동원정 서울 변경 요청 부산과 설전
순위 민감한 9∼10월 의견 조율 안돼
승강제 앞두고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


서울과 부산은 18일 25라운드 맞대결에 앞서 설전을 주고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위해 사우디 원정을 다녀온 서울이 일정 변경을 요청했고, 부산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

서울이 역전승을 거두며 두 팀 간 신경전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없다. 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있다.


● 과거 사례

2009년, 울산은 3월10일 나고야(일본), 14일 성남, 17일 뉴캐슬(호주) 3연속 원정을 앞두고 성남에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은 14일 오후 2시 경기 후 오후 8시에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할 수 없이 호주에 2군을 보냈다. 포항은 2009년 챔스리그(우승), 정규리그(2위), 리그 컵(우승), FA컵(8강) 모두 상위권에 올라 시즌 막판까지 살인일정을 소화했다. 포항 관계자는 “다른 팀들에 몇 차례 부탁했지만 협조를 잘 안 해줘 선수단이 녹초가 됐었다”고 말했다. 서울과 부산이 유독 날선 공방을 벌여 이슈가 됐을 뿐, 비슷한 일은 반복돼 왔다.


● 현실적 어려움

경기일정 변경은 강제사항이 아니다. 두 팀이 합의를 한 뒤 프로연맹 승인을 받으면 된다. 연맹이 여러 변수를 대비해 시즌 전 정해 놓은 예비 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챔스리그 진출 팀들은 중동 원정이 시작되는 9∼10월 8강 토너먼트부터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즌 막바지라 예비 일을 쓰기 빠듯하다. 요청을 받은 팀도 한창 순위에 민감한 시기라 갑작스런 변경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 내년 시즌 더 심각

내년 시즌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K리그는 2013년부터 승강제를 실시한다. 내년 시즌 후 15개 팀(상무 제외) 중 3개 팀이 2부 리그로 내려갈 것이 유력하다. 강등 팀을 가르는 중요한 잣대는 성적. 내년 순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챔스리그에 나가는 팀을 위해 경기일정을 바꿔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응하는 팀이 몇이나 될까. 연맹 관계자는 “내년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