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캡틴!…김재현 ‘마지막 헹가래’

입력 2011-10-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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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주장 김재현 은퇴하던 날

두차례 연기 끝에 늦은 작별…관중석 눈물도
카퍼레이드 등 행사…日 요미우리서 코치연수


#일화 하나. SK의 전훈지였던 일본 고지에서 지역의 명물로 통하는 군만두 포창마차 노점이 있었다. 만두를 좋아하지 않았던 박진만이 “이제껏 먹은 만두보다 그 가게에서 먹은 만두가 더 많았다. 덕분에 만두 맛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다. SK 주장 시절 김재현이 여기서 만두를 먹고 있었다.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SK 선수들이 왔다. 결국 그 선수들 것까지 계산하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또 선수들이 왔다. 결국에 김재현은 그날 그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선수들 먹은 만두 값을 혼자 다 책임졌다. 이렇듯 캡틴의 신망은 괜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차를 가지고 가면 되겠느냐고 묻자 SK 홍보팀 김성용 사원은 “오늘은 주차하기 힘들 것 같네요. 김재현 은퇴식이 있거든요”라고 답했다. 1일 문학구장은 청명한 날씨의 토요일 경기인데다 SK의 홈 최종전, 그리고 김재현의 은퇴식이라는 호재가 겹쳐서 거의 만원관중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SK는 홈 최종전에서 시즌 최다관중 기록(99만8615명)을 달성했다.

예정대로라면 6월 LG전에 치렀어야 될 은퇴식. 그러나 번번이 비가 내려 결국 두 차례의 연기 끝에 10월의 첫 날에야 야구팬들은 선수 김재현과 늦은 작별을 하게 됐다. LG 팬 앞에서도 은퇴식을 하고 싶었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재현은 떠나는 순간까지 ‘쿨’했다. 아련한 눈물이 아닌 시원한 웃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오히려 이제야 진짜 캐넌히터를 떠나보내는 것이 실감 나는 듯, 관중석 곳곳의 여성 팬들이 눈물을 훔쳤다.

캡틴을 떠나보내는 자리까지도 SK 선수들은 주장의 예우를 잊지 않았다. 김재현이 주장으로서 어떻게 처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은 김재현을 헹가래 쳐줬고, 20년 지기이자 후임 주장인 이호준은 시구를 맡아 시타자로 나선 친구 김재현을 배려했다. 심지어 공익근무로 복무 중인 나주환까지 구장을 찾았다. SK는 김재현의 아내, 딸과 카 퍼레이드를 열어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은퇴식 직후 김재현은 “동료, 후배들과 식사 자리라도 마련하고 싶었는데 팀이 처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떠나는 순간까지 캡틴다운 처신이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산하 싱글A 그레이트 레이크스 룬즈에서 지난 1년 코치 연수를 받고 돌아온 김재현은 향후 일본 요미우리에서도 코치 연수를 받는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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