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여군 중위 출신 피앙세, 군대얘기로 아버지 마음 열었죠”

입력 2011-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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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이지윤 전 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히는 박병호는 “예비 신부의 소리 없는 응원 덕에 힘든 2군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내가 그녀를 빛나게 해주고 싶다”는 게 넥센 4번타자로 우뚝 선 박병호의 간절한 마음이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12월 10일 이지윤 전 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히는 박병호는 “예비 신부의 소리 없는 응원 덕에 힘든 2군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내가 그녀를 빛나게 해주고 싶다”는 게 넥센 4번타자로 우뚝 선 박병호의 간절한 마음이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내달10일 웨딩마치 박병호 “내사랑 이지윤…만남서 결혼까지”

2008년 야구장서 보고 한 눈에 반해
석달 가슴앓이 끝 용기내 데이트 신청
네살 연상이지만 한번도 누나라 안불러
가족 모임서 여군출
신 밝히자 분위기 업
대위출신 아버지와 30분간 군대 얘기만


넥센 박병호(25)는 현재 목동에서 진행 중인 자율훈련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0월초 왼 발목 수술을 받아 걸음걸이도 한동안 부자연스러웠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잠시도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임감의 원천은 12월 10일 이지윤(29·CJ오쇼핑 MD) 전 아나운서와 맺게 될 백년가약이다. ‘블루칩’ 박병호의 성공 뒤에는 어려운 시절 묵묵히 옆을 지켜준 그녀가 있었다.


● 먼발치서만 떨리는 가슴을 달랬던…

2008년 11월. 박병호는 제대 직후 친구의 권유로 연예인야구경기를 보러 갔다. “처음 본 순간부터 느낌이 왔어요. 내 사람이구나.” ‘턱돌이’ 인터뷰 때문에 경기장에 온 그녀를 보는 순간, 잠시 세상은 멈춘 것 같았다.

석 달간 마음에 품었던 사람을 다시 본 것은 2009년 2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다가도 그녀의 얼굴을 보면 힘이 났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기회가 잦은 스타선수가 아니었다. 먼발치서 바라만 볼 뿐. 어렵게 연락처를 수소문해 용기를 냈다. “딱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습니다.”

4월 5일 식목일. 박병호에게는 사랑의 묘목을 심은 날이 됐다. 처음으로 차 한 잔을 함께 마셨다. 네 살 연상이었지만 처음부터 “누나”라는 말은 삼갔다. “남자로 보이고 싶었으니까.” 시나브로 그녀도 마음을 열었다.

박병호는 이지윤 전 아나운서에 대해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명품 가방 하나 살 줄 모르는 수수함을 지녔다”며 웃었다.스포츠동아DB

박병호는 이지윤 전 아나운서에 대해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명품 가방 하나 살 줄 모르는 수수함을 지녔다”며 웃었다.스포츠동아DB



● 사랑했기에 더 미안했던 2군 선수의 짐

함께 하는 시간. 사랑은 반석처럼 굳어졌다. 화려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명품가방 하나 살 줄 모르는 ‘수수함’에 믿음이 갔고, 팔꿈치 수술(2010년) 이후 식사를 챙겨주는 ‘자상함’에 따뜻함을 느꼈다.

2010시즌 직후에는 둘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이직까지 결심한 그녀였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2군 선수라는 사실은 더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열애가 공개된 뒤 박병호의 연관검색어는 ‘박병호 연봉’이었다.

“지난 겨울 (김)태균(29) 형이랑 김석류 아나운서, 제 여자친구, 이렇게 넷이서 밥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태균이 형 커플은 알아보시는데…. 저는 잘 모르시니까….”

그럼에도 단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던 그녀였다. 야구 때문에 박병호의 목소리가 좋지 않은 때는 있어도 이지윤 전아나운서는 한결같았다. “이제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야구 더 잘해서 그간 미안했던 것을 만회해야죠.”


● 대위 출신 아버지, 중위 출신 예비신부

박병호는 “여자친구가 군대에 다녀와서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이지윤 전 아나운서는 KFN 국군방송 앵커와 국군홍보지원단 중대장 등을 거친 뒤 중위로 전역했다. 이런 경험들은 박병호 가족과의 친밀도를 높이는데도 촉매제로 작용했다.

“처음으로 저희 가족과 밥을 먹는 자리였어요. 아버지께서 한동안 말씀이 없으신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여자친구가 중위로 제대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순간 아버지 얼굴색이 좋아지시더라고요. 그 이후 아버지와 여자친구가 30분 동안 군대 얘기를 하더니 급격히 친해졌어요. 아버지께서도 대위 출신이시거든요.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어도, 군대에서처럼 굳은 심지로 잘 헤쳐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야 사랑도 더 깊어지는 거라고요….”

누군가는 ‘사랑은 잘츠부르크의 암염과 같다’고 말한다. 음습한 어둠과 오랜 압력을 견뎌야만 맑은 소금결정이 탄생하듯, 진정한 사랑에도 인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들도 힘든 시기를 함께 보냈다. 박병호는 “여자친구가 지금까지 내게 용기를 준 것처럼 이제는 내가 신부를 빛나게 하고 싶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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