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이대호, 2인자는 아름다웠다

입력 2011-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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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임찬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첫 수상 놓쳐도…단 2표 뿐이라도…

1위만을 기억하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러나 7일 MVP 및 신인왕 시상식을 빛낸 아름다운 2인자들이 있었다. 롯데 이대호(29)와 LG 임찬규(19)다.

임찬규는 올해 9승 7세이브라는 호성적을 거두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다. 만약 팀 성적이 좋고, 개인적으로도 10승 사냥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수상까지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그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었다. 스스로 “신인왕은 15년 전에 포기한” 만큼 수상자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배영섭이 압도적인 표차로 신인왕을 차지하자 무대까지 올라가 꽃다발을 건네는 훈훈한 모습도 연출했다. 하지만 야구선수라면 한 번쯤은 수상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도 “한 번 와봤더니 ‘내년에 꼭 상을 받아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얼른 진주로 내려가 열심히 땀을 흘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MVP 이대호는 올해도 타격 3관왕을 기록하며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4명 중 가장 적은 득표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개표 중반 자신의 이름이 처음으로 불리자 박수를 치며 좋아하더니 2표를 받자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타격 3관왕을 하고도 8표밖에 받지 못한 최형우에게 “나는 표가 안 나와도 상관없는데 우리 형우가 잘 했는데 너무 표가 안 나왔다”고 챙기는 여유를 보였다.

취재진이 모이자 부담스러운 듯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 빨리 가야겠다”며 급히 시상식장을 빠져나가는 그에게서 대인배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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