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인도서 ‘사람잡는 임상시험’

입력 2011-1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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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동의 없이 미성년자 등 대상英신문 “4년간 1730여명 사망”
화이자, 바이엘, 엘리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세계적 대형 제약회사들이 4년간 인도에서 미성년자와 문맹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1730여 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4일 보도했다.

인도의 의료윤리 권위자인 찬드라 굴라티 의사는 “2005년부터 인도인 15만 명이 최소 1600건의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이 중 1730여 명이 2007∼2010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후원하는 면역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해 대형 제약회사 10곳이 사망자 22명에게 1인당 평균 3000파운드(약 54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게 전부였다.

이 신문은 “인도가 임상시험의 새 식민지가 되고 있다”며 이를 “신제국주의(new colonialism)”로 표현했다.

현재 세계 178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은 12만 건에 이른다. 제약회사들은 최근 임상시험을 중국, 인도, 태국과 라틴아메리카 등에 주로 위탁해 연구비용을 약 60%로 줄여 왔다. 이 중에서 인도는 임상시험의 적격지로 떠오르고 있다. 느슨한 당국의 규제와 12억 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 의사 대부분이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인도 내 임상시험은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빈민 문맹자를 대상으로 가족이나 본인의 적절한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일부 참가자는 자신들이 무엇에 서명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임상시험을 하는 의사의 권유만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의사들이 윤리규정을 어기고 사적으로 임상시험을 하거나 참가자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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