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애. 스포츠동아DB.
“제일 많이 배웠던 한 해다. 골프도 인생도….”
2011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는 신지애(23·미래에셋)가 “아쉬움과 교훈을 함께 얻은 한 해였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신지애는 올해 1승도 하지 못했다. 24일부터 열리는 일본여자프로골프 리코컵 출전을 앞두고 19일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훈련 중인 신지애를 만났다.
●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이전까지는 골프에 있어서 성공을 목표로 골프를 했었는데, 성공을 하고 조금씩 커지는 저를 보면서 출세에 눈이 먼 선수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이루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골프를 해왔는데, 올해는 목표가 없었다. 다 이루었고, 나머지 목표는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니 뚜렷한 목표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단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신지애도 아쉬움은 남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3월 열렸던 기아클래식이다. 우승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산드라 갈에 역전을 허용했다. 신지애 답지 않았다. 만약 이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올해도 신지애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퍼트 실수에 대해 한 1000번은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너답지 않았다. 왜 그랬어’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심리적인 부담이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경기를 잘 읽었다. 올해 스윙을 많이 바꾸고, 또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준비를 많이 했어도 100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에 들어가다 보니 경기를 읽을 수 있는 흐름을 놓치고 자꾸 내 안에 갇히게 됐다. 전체적인 흐름을 읽지 못했다.”
크게 보지 못하고 눈앞에 있는 것에만 신경 쓰다보니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고 끌려갔던 게 패인이었다. 올 시즌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라식시술의 후유증?
올 시즌 신지애를 가장 괴롭힌 건 라식시술이다. 우승이 없었던 것도 라식시술의 후유증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신지애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전혀 지장이 없다. 주변에서도 ‘라식시술 이후 퍼트가 잘 안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전혀 문제가 없는데 라식시술을 했던 데 제일 쉬운 핑계거리가 됐던 것 같다. 솔직히 올해 퍼트 덕분에 이만큼 버텼다고 할 수 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신지애는 자신의 활약에 대해 ‘반반’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몇 점정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점수를 주기 애매하다. 그렇다고 아예 안 줄 수도 없다. 정말 크게 무너질 수 있는 한 해였는데 그나마 위기를 잘 넘겼다. 훨씬 더 무너지고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니 잘 버텼다고 할 수 있다.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시즌 준비를 빨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더불어 올해 많이 배우고 문제를 알고 있으니 내년이 기대된다. 또 얼마나 성장할지 저 역시 기대된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고요?
“주변에서 ‘헝그리 정신이 빠진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저는 그만큼 많이 벌었기에 더 많이 투자해서 이만큼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승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진다. 그 맛을 봤고, 원하는 걸 이뤘기 때문에 더 (큰 걸)원하게 된다. 헝그리 정신과는 다르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신지애는 자신에 넘쳤다. 그 중 하나가 스윙에 대한 자신감이다.
“감각을 살리기도 했다. 올해는 이론적으로 너무 파고들다보니 내 감각을 무시했던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퍼펙트한 스윙이었지만 남자 스윙이었다. 남자가 써야할 스윙을 하고 있으니 몸에 무리가 왔다. 또 너무 많은 변화에 감각이 무뎌졌다.”
안정되지 못했던 스윙은 신지애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원인이 됐다.
미야자키에서 2주 째 훈련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새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코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감이 좋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감각이 좋다. 내 몸에 맡겨 스윙하고 있는 데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 그런 기분이 든다.”
또 한 가지 신지애를 든든하게 만드는 건 긍정적인 마인드다. 올해는 긍정적인 마인드마저 흔들렸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생각을 무기로 앞세워왔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해도 웃고 넘겼다. 그런데 올해는 몸으로 흡수되면서 긍정적인 생각도 약해졌다. 그러다 내 스스로 축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다음주가 마지막 대회인데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가 된다.”
프로 데뷔 이후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낸 적은 없다. 올해 마지막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으니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많이 배웠고 문제를 잘 알았으니 내년이 기대된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우승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신지애의 표정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진지함이 엿보였다. 우승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미야자키(일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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