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심재명씨, 2011 최고의 ‘시네마 파워’

입력 2011-12-0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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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영화계 전문가 20인 설문조사

‘써니’ ‘최종병기 활’ 등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작품들의 대박 행진, ‘도가니’ ‘완득이’ 등 사회성 짙은 영화들의 선전….

올해는 전문가나 관객의 예상을 빗나간 영화가 유난히 많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주제의식만 있으면 톱스타가 없어도 관객이 모이는 전에 없는 기류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여러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전문가 20인의 도움으로 올해 영화계를 돌아봤다.

○ 영화계 ‘최고의 파워엘리트’는 심재명 대표

올해 국내 영화계의 흐름을 좌우한 인물로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꼽혔다. 심 대표는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 관객(220만 명)을 모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명필름은 그동안 ‘접속’ ‘섬’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만드는 영화마다 한국 영화의 새 장을 열어온 대표적인 제작사다. 설문에 참여한 심 대표는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영화계 ‘최고의 파워 엘리트’ 2위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투자 배급사인 CJ E&M이 올랐다. 3위는 지난해 ‘과속 스캔들’의 흥행 성공에 이어 ‘써니’로 737만 명을 모은 강형철 감독이 차지했다. 인화학교 성폭력을 고발한 ‘도가니’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황동혁 감독,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746만 명) ‘최종병기 활’의 제작사인 다세포클럽의 안동규 대표가 공동 4위를 기록했다.

흥행 성적은 좋았지만 안 봐도 좋을 ‘과분한 영화’ 1위의 불명예는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위기’에 돌아갔다. ‘가문의…’ 시리즈를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문이 아닌 관객의 수난” “‘개그콘서트’와 ‘무한도전’을 (대신) 보면 된다”는 ‘독한’ 평가를 내렸다. ‘최종병기 활’도 “‘아포칼립토’를 변주한 의혹을 벗어날 수 없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과분한 영화’ 2위에 올라 최고 흥행 영화의 자존심을 구겼다.

흥행 성적은 별로였지만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영화’ 1위에는 ‘만추’가 선정됐다. “구체적 스토리와 대사에 익숙해 있는 한국 관객에겐 다소 낯선 여백의 영화” “맥없이 쓰러지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동 2위는 ‘혜화,동’ ‘파수꾼’이 차지해 독립영화의 만만치 않은 역량을 과시했다. 외화로는 ‘은둔의 영상 철학자’ 테런스 맬릭 감독이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트리 오브 라이프’가 1위에 올랐다. 브래드 피트의 성숙한 연기가 돋보인 ‘머니볼’이 2위, 흑인 가정부의 감동 스토리를 담은 ‘헬프’가 3위였다.

○ 송강호, 하지원 ‘고비용 저효율 배우’ 1, 2위에

‘푸른 소금’의 송강호와 ‘7광구’의 하지원은 국내 최고 개런티(4억∼6억 원)와 지명도에 걸맞지 않게 최악의 연기를 한 ‘고비용 저효율 배우’ 1, 2위에 선정됐다.

송강호는 “그도 ‘후진’ 시나리오를 만나면 ‘후진’ 연기를 한다는 걸 증명했다” “특유의 연기력이 (감독의) 스타일에 잠식됐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원에 대해선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 그러나 그 시나리오와 연출에서 훌륭한 연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는 애매한 평가가 나왔다. 두 영화는 흥행에도 실패했다.

외국 배우로는 ‘걸리버 여행기’의 잭 블랙, ‘마세티’의 로버트 드니로가 ‘고비용 저효율 배우’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뛰어난 연기를 한 ‘저비용 고효율’ 배우 1위는 이제훈이 차지했다. ‘파수꾼’ ‘고지전’에 출연한 그에게는 “한국 영화의 든든한 미래 발견”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마스크와 섬세하고 절제된 심리연기”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혜화,동’에서 신인답지 않은 절제된 연기를 한 유다인, ‘…활’의 강렬한 만주족 장수 쥬신타 역을 열연한 류승룡이 공동 2위에 올랐다.

‘가장 매력적인 한국 영화 캐릭터’에는 심은경, 진희경 등이 연기한 ‘써니’의 배역들이 단체로 1위에 올라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입증했다. ‘완득이’의 김윤석이 연기한 욕쟁이 교사 동주와 ‘…활’의 박해일이 열연한 조선의 신궁 남이는 2, 3위. 외화 캐릭터로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유인원 시저 역이 1위를 차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설문에 응답해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미희 드림캡쳐 대표 △김세윤 전 필름2.0 기자·방송작가 △김시무 부산국제영화제연구소장 △김태균 감독 △박지예 티캐스트 극장영화사업팀장 △송낙원 건국대 예술문화대 영화전공 교수 △신유경 영화인 대표 △심영섭 영화평론가 △심재명 명필름 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 대표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일어학과 교수·영화평론가 △임승용 바른손 영화사업부 부사장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정우정 영화평론가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정지욱 영화평론가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 △전진수 제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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