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KIA 양현종, ‘힘현종!… ‘강’ 명품 강속구 ‘약’ 제구력 글쎄’…

입력 2011-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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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은 파워 넘치는 좌완 피처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다녀온 뒤 올해 의욕과잉 탓인지 슬럼프에 빠졌지만 투구폼과 제구력을 가다듬으면 충분히 시즌 15승을 거둘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양현종. 스포츠동아DB

4. KIA 좌완 에이스

타자 압도하는 힘 갖췄지만
피니시 흔들…제구력 악영향
다리 위치 등 자세교정 통한
스피드+제구력 확보가 해법

亞게임 후 커터 장착은 자충수
수비·견제 능력 등 더 길러야

불꺼진 구장서 홀로 연습투구
성실함까지 갖춘 미완의 대기
15승? OK!


야구란 스포츠가 최고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1970년대, 우리나라의 국력은 굉장히 미약했다. 야구에 관련된 모든 것이 부족한 걸음마 단계였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좋은 투수들이 많이 배출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스포츠의 첫 번째 타깃은 일본이었다. 특히 야구는 일본을 넘어서기 위한 야구인의 노력과 국민의 성원이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한국야구가 일본야구를 넘어서기 시작한 순간은 빼어난 좌완투수가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과거 이선희를 필두로 구대성 봉중근 김광현 류현진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누르고 세계정상에 우뚝 서기까지 왼손투수의 활약이 굉장히 컸다.
좌완 5인방 김광현(SK) 류현진(한화) 봉중근(LG) 장원준(롯데) 장원삼에 KIA 양현종이 있다. 많은 시즌을 던지진 않았지만 등판 자체에 임팩트가 굉장히 강했고, 놀랄 정도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최근의 부진에 야구계 선배로서 마음이 아팠다. 이에 양현종을 이번 회 대상자로 삼았다. 훌륭한 투수조련사라 불리는 감독이 새로 부임한 만큼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리라 기대하지만, 밖에서 보는 느낌을 보탬으로 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투구능력

양현종은 원래 불펜투수였다. 경기 중반 등판해 뿌리는 강속구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크지 않은 신체에서 크게 나무랄 데 없는 투구폼으로 빠른 공을 던졌다. 피니시 동작에서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제구는 뛰어나 보이지 않고 공도 왔다 갔다 했지만, 가운데로 들어가는 공이라 해도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투수였다.

이후 선발로 자리를 잡으면서 본인의 장점이 계속 살아나는 투구와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양현종의 가장 큰 장점은 타자를 압도하는 강한 힘에 있다. 물론 이렇게 파워 피칭을 하려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결국에는 제구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렇게 흔들리는 제구를 잡으려다 본인의 장점인 스피드가 떨어지게 되면 평범한 투수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 보통 투수들이 제구력을 좋게 만들기 위해 실행하는 첫 번째 노력은 전체적인 투구리듬과 힘의 세기를 반감시킬 위험성도 내포한다. 천천히 약하게 던지는 것이 제구를 좋게 만들어줄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양현종은 좌투수다. 오른 다리가 스트라이드된 후 엄지발가락의 위치(전체적이 발끝이 보이는 위치)가, 조금 과장하면 3루쪽으로 향해 있을 정도로 다리의 위치가 좋지 않다. 상체가 아주 강한 스윙을 하게 되면 기초가 흔들리기 때문에 좋은 제구력을 가질 수 없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교정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것보다 더 관심을 갖고 시간을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무릎과 발끝이 포수를 향하지 못하고 이렇게 바깥으로 열리게 되는 투수는 모든 것을 잃을 수가 있다. 팔 스윙, 스윙의 세기, 길고 강한 피니시 동작을 예정대로 유지하면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는 안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

● 국가대표

항간에선 양현종이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마음이 해이해져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양현종은 절대 그런 선수가 아니다. 확신한다. 올 시즌 등판 후 관중이 모두 떠나고, 광주구장 불이 모든 꺼진 뒤 불펜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 야구를 잘 하겠다는 열망이 없으면, 속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이런 훈련을 절대 할 수가 없다.

아시안게임 이후 커터를 배우고 사용한다고 들었다. 완성되지 않아 올 스프링캠프에서도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구종을 하나 개발하기 위한 선택이 본인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전체적인 투구리듬이나 투구능력을 떨어뜨린 게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아직 양현종은 완성된 투수가 아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쭉쭉 커나가는 선수다. 지금 부족해 보인다고 ‘한 가지만 더’ 하는 생각에 욕심이 앞설 수 있다. 필자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다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장점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투구 이외 투수가 할 일

사실 양현종은 던지는 것 이외에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좌투수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1루 견제는 많이 약하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투구내용에 차이가 많다. 1루 주자를 쉽게 2루로 보내주는 모습을 많이 본다.

양현종의 투구능력으로는 15승도 충분하다. 그러나 결국 투수는 투구 이외 수비, 견제 등의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힘들어도 아직 어린(?) 선수라고 가정하면 충분히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또한 기대해본다.

주변에선 그에 대해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좋은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대표선수임에도 지도자의 지시에 충실히 따라가고 스스로 리빌딩을 통해 대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목표의식이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선수는 코칭스태프에게 배운 것을 ‘예’가 아니라 ‘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좋다고 무작정 따라하는 것보다 이런 것을 할 때의 장점과 이런 것을 할 때 나에게 미치는 잘못된 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를 하고 인정한 다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양현종은 아직 구력은 짧고 확실한 자기 것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큰 변화가 필요할 만큼 능력이 떨어지는 투수는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선수가 돼야 하지만 ‘이것만 더 하면’이라는 것 때문에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을 수없이 많이 봤다. 너무 착하고 순한 선수라고 들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철학과 기본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양현종은 기본적인 것을 먼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 기술적인 면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강하고 힘 있는 빠른 볼을 절대로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이고 싶다. 새로운 감독 밑에서 내년 시즌 새롭게 태어나는 양현종의 모습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 KIA 양현종은?


▲ 생년월일 = 1988년 3월 1일

▲ 출신교 = 학강초∼동성중∼동성고

▲ 키·몸무게 = 183cm·85kg(좌투좌타)

▲ 프로 입단 = 200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KIA 지명·입단
▲ 2011년 연봉 = 1억7000만원

▲ 2011년 성적 = 28경기 106.1이닝 7승9패 방어율 6.18

▲ 국가대표 경력 =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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