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팬] 야구계 징글징글 징크스, 왜?

입력 2011-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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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 빈은 자신이 관람하면 팀이 패한다는 징크스 때문에 경기를 보지 못한다. 김성근 전 SK 감독은 팀이 16연승을 달릴 당시 한번도 수염을 깎지 않아 화제가 됐다. 두산 김동주 선수에게는 경기 전 팬에게 사인을 해주면 진다는 징크스가 있고, 전 빙그레 이강돈 선수는 팬티를 입지 않으면 경기가 잘 풀리기 때문에 종종 노팬티로 출장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가장 유명한 징크스의 주인공은 삼성 박한이 선수. 그는 일단 타석에 들어서면 장갑을 고쳐 끼고 헬멧의 냄새를 음미한 다음 방망이로 선을 긋는 등 일련의 준비동작을 한다. 경기를 지연시킨다는 비난 때문에 몇 가지를 생략해보았으나, 그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아 이제는 모든 동작을 최대한 빠르고 유연하게 실시하는데, 심판마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어찌나 경건한지 마치 하나의 의식을 거행하는 듯하다.

누구에게나 징크스는 있게 마련이지만 프로야구선수들에게는 유난하며 엄격하다. 아마도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133번에 걸친 승패와 매 경기 승부를 결정짓는 상황을 맞닥뜨리다보니, 우연에 의한 결과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미신적 행동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징크스와 성적 간에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박한이 선수가 준비동작을 생략할 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단지 그가 심리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이고, 프로야구계에 만연한 ‘2년차 징크스’ 또한 상대팀의 치밀한 분석과 선수의 피로누적 및 성적이 나쁠 때만 집중해서 보도하는 뉴스 편향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징크스를 선수들의 의지부족이나 허상으로 폄하해선 안될 것이다. 심리학에선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징크스에 쉽게 빠진다고 본다. 프로야구선수만큼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가장 잘 치는 타자도 10번 중 7번은 아웃되며, 1위팀도 한 시즌에 50번은 패하니 말이다.

어쩌면 수많은 선수들이 우리가 모르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경기를 볼 자세가 돼 있기 때문이다. 어쩌랴. 비록 아무 인과관계 없는 믿음일지라도 일단 해볼 건 다 해봤다는 생각에 실패에 따르는 상실감을 약간이라도 줄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많은 선수들이 새로이 둥지를 옮겨 출발하게 되는 2012시즌의 프로야구. 부디 선수 각자의 징크스가 그들을 1년 내내 지켜주길 기원한다.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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