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표팀 조기 소집훈련도 독단…회장단 왜 이러나

입력 2011-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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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는 최근 프로축구연맹 고위관계자를 만나 내년 2월 축구대표팀의 소집훈련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을 통한 정식 제안은 아닌 구두 전달이었다.

내년 2월 A대표팀의 보강훈련은 규정상 불가능하다. 협회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 제10조에 ‘남자팀의 경우 월드컵, 올림픽 및 U-20 월드컵 본선에 한하여 해당 대표팀은 해당 해의 1,2월 중 3주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별도의 훈련 보강 기간을 가질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내년은 월드컵 최종예선이 열리지만 본선이 개최되지 않는다. A대표팀은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홈경기 4일(경기일 포함)전부터 훈련하는 게 규정에 맞다.

대표팀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 회장단의 독단적이고, 규정을 무시한 소집훈련 결정에 K리그 구단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2012년은 K리그 팀에게 중요하다. 2013년부터 승강제가 실시돼 내년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2부로 강등된다. 2월 장기간 대표팀을 소집훈련을 실시하면 대표선수를 보유한 구단들의 시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대표팀 경기력이 K리그 흥행과 직결돼 프로연맹과 구단들은 협회의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또한 대표팀의 2월 소집훈련은 효율성이 의문이다. 현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와 일본 J리거 등 해외파의 합류가 불가능하다. K리그 위주로 선수들을 모아 훈련해도 쿠웨이트전은 해외파들이 대부분의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게 뻔하다. 새로운 감독이 국내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지만 대표팀 경기력 향상이라는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회 회장단은 조광래 감독을 경질할 때도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다. 기술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장 직권으로 조 감독을 잘랐다. 협회는 규정상 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표팀 지도자 선발권을 가진 기술위의 권위를 회장단이 무너뜨렸다. K리그 소집훈련 결정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대표팀의 훈련스케줄을 협회 회장단이 직접 결정하고,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 협회가 회장단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기술위에도 회장단의 입김이 작용할까 걱정된다.

회장단은 기술위원회가 의지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제대로 된 새 감독을 선임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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