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등장한다. 책장이 한 장씩 넘어가면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한 아버지의 일생이 펼쳐진다. 책장 왼쪽은 철없는 아들의 성장기를, 책장 오른쪽은 여기저기 치이는 아버지의 고단한 생활이 담겨 있다. 그리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예상치 못한 결말(The Father).
정체불명의 몬스터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육상 대회에 참가한 몬스터 청년이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좌절한다. 힘없이 돌아가던 청년은 너무 맛이 없어 길바닥에 버려진 와플을 실수로 밟게 되고, 신발 바닥에 달라붙은 와플은 쿠션처럼 충격을 흡수한다. ‘와플 신발’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파리만 날리던 와플 가게는 신발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The Runners).
이 애니메이션들은 모두 디자인 그룹 ‘스티키몬스터랩’의 작품이다. 흔한 대사 하나 없어도 이해하기 쉬운 직관적인 구성, 독특한 분위기의 캐릭터, 번뜩이는 스토리메이킹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티키몬스터랩은 아트디렉터 부창조, 프로듀서 김나나, 디렉터최림, 피규어 아티스트 황찬석과 강인애 다섯 명의 한국 젊은이들로 구성됐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캐릭터 인쇄 디자인, 피규어제작 , 전시 및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란다.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는 철저히 다국적이며, 어떤 언어권에 속한 사람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 및 텍스트를 배제했기 때문이다(물론 세계 공용어인 영어는 등장하지만). 이는 국적이 주는 편견을 피하고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한 스티키몬스터랩의 의도적인 전략이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주효했다.
물론 국내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하다. CJ그룹의 통합 멤버십 ‘CJ 원’을 비롯해 나이키, 대우건설 등이 집행한 광고에서도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전시회는 팬들로 붐비며, 피규어는날개돋친듯 팔린다. 이제 스티키몬스터랩은 한국 및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인 집단 중 하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HP의 광고모델로도 출연했다. 아트디렉터 부창조와디렉터최림이HP의 기업용 노트북 중 전문적인 그래픽 작업에 특화된 모바일 워크스테이션 w시리즈의 얼굴이 된 것이다. 이제‘얼굴 없는 디자인 그룹’에서 벗어나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광고까지 찍은 두 명의 젊은 예술가를 만나 봤다.
최근들어 눈에 띄게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부창조: 지낸 해 피규어 출시 기념 전시회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부분이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점을 좋게 평가해주고 응원해줬다. 동료들에게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힘이 났다.
최림: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특별히 인기를 실감하지는 못하겠다(웃음). 인터넷에 스티키몬스터랩을 검색했을 때 우리 이야기가 나오면 신기하다.
어떻게 해서 HP의 광고모델로 합류하게 되었나?
최림: 사실 우리는 무언가 모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몬스터 캐릭터에 손이 없는 것도 이를 의미한다). 엘리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처음 HP의 엘리트북 모델을 제안받았을 때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마 우리의 작업 결과가 국내외에서 두드러지고 있어서 선택을 받은 것 같다.
광고를 만들기만 하다가 직접 광고 모델이 되는 경험을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부창조: HP 엘리트북은 HP 노트북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최상위에 있는 모델이라 그것에 맞는 카리스마 있는 표정과 포즈를 취해야 했다. 솔직히 굉장히 어려웠다(웃음).
최림: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면서 만족했던 제품이고, 우리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직접 사용해봤다고 했는데, 엘리트북 w시리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최림: 워크스테이션은 3D 그래픽작업이나 복잡한 설계작업을 소화하고,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거나 여러 개의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고성능 PC다. 우리처럼 3D 그래픽이나 영상편집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PC다. 나 역시 무거운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3개 이상 실행할 일이 많아서 워크스테이션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높은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인지, 보통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하면 엄청난 크기의 데스크탑 PC를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트북만한 크기에 워크스테이션의 성능을 담은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 떠오르고 있다. 엘리트북 w시리즈가 대표적인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이다. 출장이나 외근 등 외부에서 작업을 확인해야 할 때 서브 워크스테이션으로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바라본 엘리트북 w시리즈의 디자인은 어떻던가?
부창조: 처음 봤을 때 단단해보이는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주석 합금 소재의 마감재가 이와 일맥상통한다. 또 전체적인 색상을 어두운 회색으로 통일해 시선 분산을 방지했다. 집중해서 사용해야 하는 작업용 노트북에 적합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최림: 엘리트북 w시리즈처럼 심플하고 꼼꼼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튼튼해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튼튼해서 더 마음에 든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듣고 싶다.
부창조: 스티키몬스터랩은 4년을 갓 넘긴 스튜디오다.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성공이라고 부르기 이른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리를 엘리트라고 불러 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고, 후회없이 주어진 일에 몰입한다면 누구나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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