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깨방정을 넘어 이번엔 순정 마초!

입력 2012-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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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에서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으로 나오는 김수현. 감정에 솔직한 왕의 모습을 연기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MBC

■ 팩션 사극 속 왕의 진화

‘해품달’ 시크한 왕 캐릭터에 매료


‘전하, 참으로 많이 변하셨사옵니다.’

연모하는 여인에게 부드러운 웃음을 짓다가, 백성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신하들에게는 차가운 눈빛으로 촌철살인을 날린다. 한 마디로 ‘시크’(chic)한 군주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30%를 눈앞에 둔 MBC 수목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왕인 이훤 역의 김수현. 그는 현대극에서나 나올법한 ‘순정 마초’를 사극 속 왕이란 캐릭터를 통해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해를 품은 달’은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퓨전 사극이다. 가상이라는 틀 안에서 전개되는 만큼 기존 사극 속 왕의 모습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 ‘해를 품을 달’의 이훤은 ‘왕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흠모하는 여인에 대한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을 둘러싼 음모와 대립에도 쿨하게 대처한다.

사극의 대표적인 핵심 캐릭터인 왕의 변화는 최근 사극의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몇 년 사이 팩션, 퓨전, 로맨스 판타지 사극 등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권위적인 절대 권력자로 비춰졌던 왕이 재해석되고 있는 것.

지난해 연말을 장식한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왕, 세종은 일명 ‘욕쟁이’ 군주였다. 극 중 세종은 국정을 살피지 않은 관료들에게 “제기랄” “젠장” “우라질” 등과 같은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백성을 향한 마음만은 따뜻한 왕으로 그려졌다.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사극’이란 장르에서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은 낯설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2010년 방송된 MBC ‘동이’에 등장한 숙종 역시 캐릭터 앞에 ‘깨방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신선했다. 진지하고 위엄 있게 그려졌던 왕들과는 달리 숙종은 궁녀들과 농담을 섞고, 담을 넘어 다니기 일쑤였다. 숙종 역의 지진희는 인간미 넘치는 왕의 모습과 함께 허술한 면도 보여주며 이전 사극 속 왕과는 다른 차별화를 꾀했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사극의 진화와 함께 왕의 모습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이산’의 정조가 감정이 풍부한 왕으로 ‘동이’의 숙종이 유머러스한 왕으로 그려졌듯이 ‘왕도 한 인간이다’라는 생각과 궁금증이 역할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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