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탁구얼짱’ 서효원 “얼짱? 에이~ 사진이 잘 나온 것일 뿐”

입력 2012-03-07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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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원. 보라매공원|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탁구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일
○20세에 허리 디스크… ‘탁구 불가’ 판정도 받아
○강력한 서브가 특징… 롤모델은 현정화 감독

“예쁘다는 말? 조금 듣긴 해요. 사실 사진이 너무 잘 나왔던 거죠.”

구김살 없는 웃음이 매력적이다. ‘탁구 얼짱’ 서효원(26)은 이제 당당히 실력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 김경아(35)-박미영(31)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 수비형’이다. 지난해 12월 당예서-석하정 등 중국 귀화 선수들이 독식해온 한국 챔피언의 자리를 6년 만에 되찾아온 덕분이다. 수비형 선수의 우승은 1979년 박홍자 이후 30여년만의 일이었다.

최근 채널A 인기예능프로그램 ‘불멸의 국가대표(토요일 저녁 8시 50분)’ 촬영장에서 서효원을 만났다. 지난 7월 세계랭킹 7위였던 이시카와 카스미(일본)을 격파하면서, ‘탁구얼짱 서효원’은 주요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갑작스레 ‘출현’한 미모의 서효원에 팬들은 열광했다.

"차유람 선수나 손연재 선수는 그냥 있어도 예쁘잖아요. 전 흔한 얼굴이에요. 주변에선 말하면 못 생겼으니까 입만 벌리지 말래요. 어느 날은 주말 아침에 머리도 안 감고 얼굴에 아무 것도 안 바르고 미용실에 갔다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고 다니시나요’라는 글이 올라와서 민망했어요. 처음엔 부담이 컸는데, 이젠 괜찮아요.“

곁에 있던 김숭실 한국마사회 플레잉코치는 “밝고 긍정적인 게 매력이고 강점”이라며 “유명해지니까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탁구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진다. 서효원에게 탁구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내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답이 나왔다.

“12월에 우승한 건 사실 운이 좋았어요. 데뷔 6년 만에 첫 우승이었으니까, 아무도 제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 못했을 거예요. 제 목표도 4강이었거든요.”

지난 1월 헝가리오픈에서는 현 세계랭킹 2위 류스원(중국)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서효원은 “이시카와 카스미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류스원도 생각보다 할 만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효원이 탁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올해로 16년째 탁구를 놓은 적이 없다. 하루 평균 연습시간은 12시간 정도. ‘연습이 충분하면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는다’라는 게 평소 지론이다. 경기가 잘 안 풀려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왜 잘 안되는지 코치님이나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고치면서 푼단다. ‘술을 한 잔 하거나 놀러가야하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술 마신다고 탁구 잘 쳐지는 거 아니잖아요”라는 당돌한 대답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투정부린 적은 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너무 쿨하게 ‘그래 그만둬라’ 하시는 거예요. 진짜 그만두게 할까봐 깜짝 놀라서 ‘그냥 할 게요‘ 그랬죠. 사실 탁구가 재미있었거든요.”

서효원. 보라매공원|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시련도 있었다. 20세 때 심한 허리디스크가 찾아온 것. 레이저 수술로 튀어나온 뼈를 깎아냈고, 의사는 ‘탁구선수는 못한다’라고 선언했다. 고통스런 재활훈련이 1년여 동안 이어졌다.

“허리근육을 강하게 하려고 웨이트-러닝-복근 운동만 반복했는데, 제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빨리 탁구장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했죠. 그리고 막상 돌아오긴 했는데, 탁구가 너무 안 되니까 답답했죠. 지금은 다 나아서 괜찮지만.”

서효원은 어린 시절 아이돌그룹 H.O.T의 토니 안(34)의 팬이었다. "CD를 5장씩 살 정도로 열렬한 팬이었다“라는 설명. 요즘도 소녀시대와 티아라, 비스트 같은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내는 우리나라 선수는 ‘깎신(깎아치는 수비형 탁구 선수)’ 김경아와 박미영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도 두 선수가 개인전에 출전할 예정. 김경아는 미스 없는 끈질긴 커트, 박미영은 빠른 풋워크를 활용한 순간적인 반격이 특징이다. 서효원은 그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언니들은 서효원에겐 소중한 멘토이기도 하다.

서효원의 차별점은 강력한 서브다. 서효원은 “다른 건 많이 배워야하지만 서브는 제가 최고예요. 언니들도 ‘내가 니 서브만 가졌으면’ 하시거든요”하며 배시시 웃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탁구 전설’ 양영자(49)씨는 “침착성이 좋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서브가 있다. 공격력도 좋다”라면서도 “안정감이 아직 약간 부족하다. 수비에 기복을 줄여야한다”라고 평가했다.

서효원의 꿈은 물론 올해 열리는 런던올림픽이다. 3년 전만 해도 170위 근방이었던 세계랭킹이 36위까지 올랐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단체전에 출전할 나머지 한 명은 당예서-석하정-양하은 등 공격형 선수가 좀더 유력한 상황. 하지만 서효원은 실망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안 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노리면 되죠. 경아 언니도 아직 잘 뛰시는데, 전 아직 10년이나 남았잖아요? 현정화 감독님처럼 존경받는 대선수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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