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인터넷전화, 꼭 제한해야만 하는가

입력 2012-03-07 17: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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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6일, 오픈인터넷협회(OIA)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로 인한 이동통신사의 매출 감소가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망중립성 원칙에 의거해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대한 차단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KISDI는 3세대(3G)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m-VoIP 이용을 전면 허용할 경우, 이통사의 매출은 0.74% 감소하는 것으로 밝혔다. 그리고, m-VoIP의 품질이 개선됐을 경우, 이통사의 매출은 1.6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도 이통사의 매출은 2.36%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3G망에서 m-VoIP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m-VoIP는 주로 이동전화와의 통화 대체가 아니라 추가적 무료 통화에 한정되어 사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이통사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5만 원대 이상의 월정액 가입자에게만 3G 환경의 m-VoIP를 허용(SKT, KT)하거나 아예 금지(LGU+)하고 있는 이통사의 주장이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 m-VoIP 문제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학계, 기업, 소비자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연구 전담반을 구성해 논의 중이다.

OIA의 주장


이통사는 m-VoIP 서비스에 대해 차별하거나 차단할 근거가 없다.

그 동안 이통사가 m-VoIP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차단했던 근거는 ‘트래픽을 과다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OIA는 현재 이통사가 사용자의 데이터 하루 사용량에 대해 별도 기준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경우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m-VoIP만 따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해 망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이통사들은 m-VoIP가 음성통화 매출을 줄어들게 만들고 네트워크 투자 요인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m-VoIP가 음성통화 시장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설득력을 잃고 있는 상태. OIA는 이통사가 정당한 근거와 이유 없이 m-VoIP 등 신규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은 차별하는 행위라 주장하고 있다.


m-VoIP 차단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12월, 방통위가 발표한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및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에 대해 차단과 불합리한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 일시적 과부하 등 망 혼잡 해소, 관련 법령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m-VoIP는 망에 부담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법적 서비스로서 트래픽 관리 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며, 차단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OIA는 이통사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요금제에 따라 적용되는 m-VoIP 서비스 제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m-VoIP 문제에 대한 논의는 서비스를 정상화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지난 2월 14일, KT는 삼성 스마트TV에 대한 접속제한 조치를 5일만에 정상화하며 앞으로 협력과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OIA는 이미 1년 이상 차단되고 있는 m-VoIP도 서비스를 정상화한 이후, 망중립성과 합리적 네트워크 관리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더 이상 트래픽이나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m-VoIP을 제한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m-VoIP는 정부와 망 사업자, 인터넷 사업자들이 모두 협력하는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 조사기관 인스탯(Instat)과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Sullivan) 등에 따르면 전세계 m-VoIP 이용자 수는 내년 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5년 200억~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통사 수익 구조 측면도 예상과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m-VoIP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의 데이터량이 늘며, 자연스럽게 더 비싼 요금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 이처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좋은 서비스가 사용자의 호응을 얻어 트래픽이 증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통사의 수익 증대에 기여한다는 것이 OIA의 주장이다.

이통사의 현실도 생각해 봐야

하지만, 이통사가 당장 m-VoIP를 개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보급화 이후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사용자가 많은 장소에는 데이터 전송은 물론, 통화가 끊기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KISDI의 보고서는 m-VoIP의 데이터 트래픽이 미미하다지만, 무턱대고 개방하기엔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설비 투자 증설이다.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이 몰리는 곳에 망을 확충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설비 투자 비용. 현재 이통사 모두 LTE로의 전환을 선언한 상태이고, 전국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이통사가 언급하는 바도 이와 같다. 현실적인 여력이 불가하니 서비스 업체도 망 투자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 양측의 평행선 주장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 OIA가 제기하고 있는 이통사의 m-VoIP 차단 논란도 결국 망중립성 문제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끊임없이 반복되는 양 측의 대립이 이제는 지겹다. 시장에 맡기겠다는 방통위도 지금의 상황이 껄끄럽기는 마찬가지. 물론, 지금과 같은 시점에 정답을 내놓기는 힘들다. 다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라도 나오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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