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쾅! 위대한 출발

입력 2012-03-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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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짧게치던 이대호 세이부 연습경기 마수걸이 투런
절친 추신수도 시범경기 첫 홈런…윈윈공식 증명


미국과 일본에서 ‘부산 사나이’들의 홈런포가 나란히 폭발했다. 클리블랜드 추신수와 오릭스 이대호,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가 같은 날 약속이나 한 듯 첫 아치를 뿜으며 홈런포 가동에 들어갔다.

오릭스 이대호는 8일 제2홈구장인 고베 호토모토필드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1회 2사 1루서 상대 선발 오이시 다쓰야의 초구를 걷어 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오이시는 지난해 2군 15경기에서 6승4패, 방어율 2.25를 기록한 우완 영건.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개 구단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을 정도의 기대주다. 그러나 이대호에게 홈런을 맞은 뒤 곧바로 2군행을 지시 받았다. 시범경기가 아닌 연습경기라 공식기록으로 잡히지 않지만 하루 전 교세라돔에서 큼지막한 2루타를 때린 뒤 나온 연속 장타. 세이부전 홈런은 한동안 낯선 일본 투수들의 볼에 욕심 내지 않고 짧게 끊어 치던 이대호가 이제 본격적으로 방망이를 돌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대호는 2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4회 수비 때 교체됐다.

눈길을 끄는 건 이대호의 홈런이 터지기 전,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클리블랜드 추신수가 시범경기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는 사실. 둘은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한 뒤 중·고교를 나란히 부산에서 나온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수영초 3학년 때 먼저 야구를 하고 있던 추신수가 이대호의 손을 이끌고 야구에 입문시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은 8일 뿐만 아니라 이미 수차례 같은 날 동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전에 먼저 추신수가 홈런을 치면 오후에 이대호가 홈런을 치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추신수와 이대호는 5월 14일, 8월 24일 같은 날 홈런을 쳤고, 각각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에서 커리어하이(추신수 22개·이대호 44개) 홈런을 찍은 2010년에도 동반 홈런포를 때린 날이 4번이나 됐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첫 1경기 3홈런을 때린 2010년 9월 18일, 이대호는 개인 시즌 최다인 44호 아치를 뿜었다. ‘추신수가 홈런을 치면 이대호도 친다’는 기분 좋은 공식이 생겼고, 8일 둘이 나란히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올린 것에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에 건너간 이대호는 한국 최고 타자가 일본에서도 최고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고, 추신수는 지난해 아쉬움을 털고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첫 홈런을 토해낸 둘에게 관심이 모아진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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