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기자의 취재 파일] ‘볼 넷’에 야구계 몰수패 당할 뻔, ‘경기조작=범죄’ 가슴에 새겨라

입력 2012-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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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17일 대구지방검찰청이 수사 착수를 선언한 이후 채 1개월도 흐르지 않아서다. 선수 2명을 포함해 4명이 입건되는데 그쳤다. 이를 지켜보면서 ‘프로야구는 역시 조작이 쉽지 않았다’, ‘시범경기 개막 전에 사태가 일단락돼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승패 자체를 조작하는 게 아니었던 데다, 수사를 통해 밝혀낸 혐의자가 적었다. ‘볼넷 하나 주는 게 무슨 문제가 되며, 하더라도 안 걸리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처벌 강화, 암행 감찰, 인성 교육 등 대책이 쏟아졌으나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인식이다.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죄의식이 마비돼 있어서는 백약이 무효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는 59명의 현역 선수가 기소되는 미증유의 사태로 번졌다. 그럼에도 얼마 전 한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승부조작 가담으로 제명된 최성국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나도 그 상황이었으면 실수하지 않는다고 장담 못 한다”고 해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명백한 범죄행위를 ‘실수’로 치부하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자리 잡을까 두렵다.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사석에서 “검찰의 칼은 외과의사의 메스와 같다. 뜬소문을 듣고 마구 절제하다간 환자를 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병이 거듭 재발하고, 이에 맞설 면역능력도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어떨까. 선수들이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조작이 재발한다면 검찰도 신중한 자세를 버리고 전면적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선수 자신의 신세를 망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동료들의 삶의 터전인 프로야구 자체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united9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united97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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