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 특유의 ‘작전 야구’ 사라지나

입력 2012-03-13 1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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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는 적어도 10년 안에는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돼 메이저리그의 양대 리그가 같은 룰 아래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명타자 제도는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처음 도입 된 제도로 타격이 약한 투수 대신 타격만을 전담하는 선수를 따로 두는 제도.

현재는 미국의 내셔널리그와 일본의 센트럴리그에서만 시행되지 않을 뿐, 전 세계 대부분의 프로야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명타자 제도는 타격 능력은 살아있으나 발이 느려진 탓에 수비력이 떨어진 선수들의 선수 생명을 늘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으나, 수비를 하지 못하는 반쪽 선수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듣고 있다.

또한 지명타자 제도가 사라진다면 내셔널리그 특유의 작전 야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내셔널리그만이 가진 작전 야구란 무엇일까? 시간은 2011년 4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간의 경기로 돌아간다.

샌프란시스코의 팀 린스컴과 LA의 클레이튼 커쇼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 이날 경기는 5회 까지 0-0으로 팽팽히 맞섰다.

LA는 6회 말 상대 실책으로 한 점을 얻은 뒤 2사 2,3루의 추가 득점 찬스를 이어가게 됐다. 8번 타자의 타순에 샌프란시스코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고의사구를 지시한다.

이어 타석에 등장할 9번 타자가 투수이기 때문에 어찌 본다면 당연한 작전이지만, 여기에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을 봉쇄하던 커쇼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리겠다는 의도가 포함 돼 있었다.

하지만 LA의 감독 돈 매팅리는 추가 득점의 찬스에서 보치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그대로 커쇼를 타석에 세워 한 점의 리드에 만족했다. 이후 커쇼는 7회 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작전 야구의 묘미다. 투수 대신 지명타자가 등장해 호쾌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것도 보는 이를 즐겁게 하지만 상대 팀과의 심리 싸움을 통한 작전 야구를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일 것이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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