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백은 2007년 데뷔 이래 한국 쇼트트랙 단거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목동|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한국 쇼트트랙 500m의 지배자 성시백(25)이 은퇴를 선언했다. 성시백은 국가대표팀에서 500m를 전담으로 맡으며 ‘단거리 제왕’으로 불렸다.
500m는 남녀 공히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이다. 이 종목에서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은 14년 전인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채지훈(38)을 마지막으로 끊어졌다. 500m 전문 선수로 육성됐던 송석우(30), 최민경(30), 성시백 모두 결국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성시백은 1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가진 공식 은퇴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 뒤를 이을 후배가 없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성시백은 단거리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최근에 국제 대회 500m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한국 선수가 거의 없다”라며 “답할 선수가 마땅찮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 중에도 없는 것 같다”라고 난감해했다.
그 이유로 성시백은 “한국 쇼트트랙은 너무 중장거리로만 치우친다”라고 꼬집었다. 세계선수권에는 3000m에서 판도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고, 4종목을 뛰어야하는 만큼 세계선수권 국가대표를 뽑을 때는 모든 종목을 잘하는 선수 위주로 선발한다. 현실적으로 ‘쇼트트랙 라이벌’인 캐나다와 중국 선수들이 500m에 워낙 강하다보니 우위에 있는 1000m 이상 종목에 주력하기도 한다.
2012-13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2012 KB금융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에서도 500m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 중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은 6위로 턱걸이한 김병준(경희대) 뿐이다. 500m 1위 박세영(광문고)와 3위 이현성(인천연맹)은 선발되지 못했다.
성시백은 “500m는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 나처럼 집중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종목”이라며 “앞으로 좋은 단거리 선수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성시백의 뒤를 이을 ‘단거리 제왕’은 누가 될까. 목동|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SBS ESPN 안상미 해설은 “장거리 근육과 단거리 근육은 완전히 다르다. 단거리는 노력보다는 타고난 순발력이나 파워가 중요하다”라며 “캐나다나 중국 선수들은 타고난 체격 조건이 좋다. 대신 그들은 중장거리에 상대적으로 약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선수들의 경우 빙상계에서는 “겉만 동양인이다”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타고난 파워가 좋기 때문.
반면 한 빙상 관계자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거리 차이가 크지 않아 전 종목을 다 뛸 수 있다. 훈련을 통해 충분히 단련할 수 있다”라며 “채지훈이나 김동성, 노진규처럼 파워 있는 올라운더는 500m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이처럼 관계자들도 500m 종목의 약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형편.
안상미 해설은 “세계선수권과 달리 올림픽 시즌에는 주종목에 주력한다. 500m 전문 선수를 따로 선발하기도 한다”라며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어떤 식으로 선발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점 500m. 소치 올림픽에서는 이 종목 금메달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