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서동환, ‘난 8년차 루키…이젠 삼진 잡는 법을 안다’

입력 2012-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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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8년 만에 잠재력을 터트렸다. 팔꿈치 수술과 임의탈퇴의 시련을 딛고 다시 마운드에 선 두산 서동환. 그가 던지는 것은 공이 아니라 야구를 향한 꿈과 열정이다. 스포츠동아DB

두산 불펜 서동환


부상→수술→임의탈퇴→재활
그리고, 지긋지긋한 2군생활…

하지만, 나는 야구 끈을 놓을수 없었다
누구보다 땀흘리며 준비한 2012시즌

슬라이더 장착하니, 공 구석구석 착착
8년간의 시련 딛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두산 서동환의 피칭이 예사롭지 않다. 뭔가 큰일을 낼 것만 같다. 그는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4.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2 동점인 8회 1사 1·2루서 등판해 12회까지 던졌다. 안타 1개를 맞았고, 삼진은 7개나 잡았다. 그가 프로에서 보여준 최고의 피칭이었다. 올 시즌 그는 3경기에서 8.2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았다. 볼은 빠르지만 삼진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갑자기 삼진 잡는 투수가 됐다. 폼도 좋아졌고, 구위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안정감이 느껴진다. 유망주로만 불렸던 서동환이 데뷔 8년 만에 제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


○‘넌 볼은 빠른데 왜 삼진을 못 잡니?’

-올해는 탈삼진이 많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넌 볼은 빠른데 왜 삼진을 못 잡니?’ 근데 그동안은 제가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준비가 안 됐었죠. 볼만 좀 빠른 것 빼면 변화구도 없고 제구력도 없고.”


-이젠 삼진 잡을 준비가 된 건가?

“8년 만에 투구 밸런스가 잡힌 것 같아요. 제가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이 들어가니까 좀더 자신 있게, 강하게 던질 수 있어요. 직구, 슬라이더, 스플리터 세 가지면 삼진 잡는 데 충분하죠.”


-슬라이더가 상당히 예리해졌더라.

“지난해 일본 마무리캠프 때 (노)경은이 형한테 배웠어요. 캠프 내내 공 한 박스 들고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했죠. 두산 선배들은 가르쳐달라고 하면 다 가르쳐줘요. 무척 고맙죠.”


○투구폼을 바꾸고 새 역사를 던진다!

-팔동작이 간결해졌다. 좋아진 이유인가?


“정말 그 동작 하나로 많은 것을 얻었어요. 제가 뒤에서 팔을 크게 휘둘렀는데, 원을 작게 하고 던지니까 밸런스가 딱 맞는 거예요. 항상 팔이 늦게 넘어오는 단점이 해결되니까 하체를 신경 쓸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새로운 폼은 어떻게 찾았어?

“지난해 일본 교육리그에 참가했어요. 요미우리 자이언츠랑 연습게임을 하는데 조성민 코치님이 부르더라고요. “지금 던지는 일본 투수 잘 봐! 팔동작이 간결하고 쉽게 넘어오지 않니?” 그 때 느낌이 왔어요. ‘아! 저거다.’ 그날 밤새도록 일본 투수 폼을 생각하며 새도 피칭을 했어요. 다음날부터 그 폼으로 던졌고, 그게 지금 폼이에요.”


-그때부터 술술 풀린 건가?

“그런 것 같아요. 그동안 잘 안됐던 것들이 막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경은이 형한테 슬라이더를 쉽게 배운 것도 폼 때문인 것 같아요.”


○내 꿈은 최고의 마무리투수!

-지난주 롯데전은 내가 본 서동환의 최고 피칭이었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내가 마무리투수다. 막아야 한다’는 그런 마음으로 올라갔어요. 생각보다 길게 던졌지만 재미도 있었고 점수를 주지 않아서 좋았어요.”


-선발과 불펜 어느 쪽이 좋니?

“감독님이 던지라는 곳 어디에서든 던져야죠. 선택하라면 불펜이 좋습니다. 제 꿈은 최고의 마무리투수예요.”


-왜 마무리투수지?

“제가 신인 때 팀에서 저를 마무리로 쓰려고 했어요. 2005년 4월 3일 LG와의 경기에 제가 첫 등판을 했죠. 8-3으로 앞선 9회 투아웃에서 감독님이 경험 쌓으라고 내보냈는데 나가자마자 몸에 맞히고 볼넷 2개 주고 내려왔어요. 다음 투수가 만루홈런 맞고 저희가 8-7로 힘겹게 이겼죠. 곧바로 2군으로 쫓겨 갔어요. 그리고 2군 첫 등판에서 10실점하고…. 꼭 다시 두산의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노란 볼 박스만 생각납니다!

-부상도 많고, 1군보다는 2군에 더 많이 있었다.


“아픈 날이 안 아픈 날보다 더 많았죠. 늘 재활하고, 참고 던지고.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노란 볼 박스입니다.”


-노란 볼 박스?

“보통 볼 박스가 노랗잖아요. 한 200개 정도 담죠. 틈만 나면 노란 볼 박스 쌓아놓고 공을 던졌어요. 수만 개는 던졌을 겁니다.”


-팔이 아픈데도 던졌단 말이야?

“2006년에 팔꿈치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근데 수술 안하고 보강훈련 하면서 버텼죠. 2군에서 아프다고 마냥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빨리 제 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진욱 감독님이 그때 2군 코치로 계셨는데, 제가 공을 던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말리셨죠.”


○감독님 아니면 유니폼 벗었죠!

-수술을 하고 임의탈퇴가 됐다.

“2008년 8월에 팔꿈치수술 하고 9월에 임의탈퇴가 됐어요. 사실 그때는 야구가 정말 싫었어요. 팔은 아프니까 재활을 해야 했지만 야구는 안하려고 했죠.”


-왜 그런 생각을?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어요. 기회를 주면 잘할 수 있는데, 팀이 기회를 안준다고 생각했죠. 같은 해 입단한 친구 윤석민(KIA), 최정(SK)은 펄펄 나는데….”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니?


“그땐 그랬어요. 그때 연봉이 2400만원이었는데,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달에 200만원을 더 벌었거든요. 감독님 아니면 정말 그만뒀을 거예요.”


-김진욱 감독?

“그때는 2군 코치셨죠. 일주일에 두세 번씩 문자를 보내세요. “동환아! 열심히 하고 있지? 넌 할 수 있다. 포기하지마라.” 그리고 한달에 한두 번씩 찾아오셔서 밥 사주시고, 커피 사주시고…. 감독님과 저의 공통점이 대화 좋아하고, 커피 좋아하고, 또 술을 한잔도 못 한다는 거죠.”


-임의탈퇴가 끝나기 전에 야구장에 갔다고 들었다.

“어느 날 야구중계를 봤어요. 근데 선수의 눈이 아닌 감독의 눈으로 보이더라고요. 경기의 흐름이 보이고 ‘이땐 이렇게’, ‘저땐 저렇게’, …. 근데 어느 순간 제가 감독이 되니까 서동환이란 카드는 별로 쓸데가 없더라고요. 그때 제가 한참 멀었다는 걸 느꼈죠. 주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습하러 갔어요.”


○기립박수에 심장이 뛰었다!

-훈련을 참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너무 많이 해서 가끔 코치님이나 선배들이 말릴 정도죠. 중학교 때부터 많은 훈련이 몸에 배었어요. 항상 아침산책부터 시작합니다.”


-뮤지컬을 좋아한다면서?

“유일한 취미예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구경 갔는데 참 좋더라고요. 그 후로 한 300편 본 것 같은데 티켓을 다 모아뒀어요. 최근에는 시범경기 때 ‘엘리자벳’ 봤어요.”


-올해 목표는?

“뮤지컬 커튼콜 때 관객들이 배우들에게 기립박수를 하잖아요. 배우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뭉클한 시간이죠. 롯데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데 팬들이 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거예요. 생전처음이었죠. 막 심장이 뛰더라고요. 올해 목표는 끝까지 1군에서 탈락하지 않는 겁니다.”


서동환은?


▲생년월일=1986년 3월 27일
▲출신교=부산초∼개성중∼신일고
▲키·몸무게=185cm·87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5 신인드래프트 두산 2차 1번(전체 2순위) 지명·입단
▲통산 성적(2011년까지)=43경기(57.1이닝 28탈삼진) 2승3패 방어율 5.97
▲2012년 연봉=28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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