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겨울 견뎌낸 봄꽃처럼 가수인생 2막, 다시 활짝 피울 것”

입력 2012-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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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간 박은혜‘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과거 신인시절 신비주의 콘셉트로 인해 자신을 감춰왔다는 아이비는 3년만에 발표한 이번 음반 활동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사진제공|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인간 박은혜‘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과거 신인시절 신비주의 콘셉트로 인해 자신을 감춰왔다는 아이비는 3년만에 발표한 이번 음반 활동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사진제공|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 아이비, 미니앨범 ‘인터뷰’ 내고 3년만에 컴백

남친 폭행·전소속사와의 전속 소송…
두번의 시련, 세상과 소통하며 받아들여
詩 ‘꽃은 시들어도 꽃이다’ 읽고 만든 곡 등
애절한 발라드 5곡 앞세워 서른 잔치 출발


‘꽃이 죽어/다시 꽃으로 피지 않으면/꽃이라 말하지 마라/꽃은 시들어도 꽃이다’. 시인 장종권의 시 ‘꽃은 시들어도 꽃이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아이비는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소송 중이던 어느날, 우연히 이 시 구절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나도 한때 꽃이었지, 나도 다시 필거야’라는 희망을 가졌다.

기약도 없는 컴백을 막연히 기다리며 아이비(박은혜·29)가 할 수 있었던 건 곡 작업 뿐이었다. 아이비는 장종권의 시를 본 순간, 그동안 노랫말을 붙이지 못한채 남겨두었던 자신의 데모곡이 생각났다.

그래서 ‘시들어도 그 이름만으로 아름다운 꽃’을 의인화해 노랫말을 썼다. 이 노래는 27일 나온 아이비의 미니앨범 ‘인터뷰’에 ‘꽃’이란 제목으로 수록됐다. 아이비가 데뷔 7년 만에 처음 발표하는 자작곡이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아이비는 꽃처럼 화사했다.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받아 활동을 중단한 일, 곧이어 터진 전속계약해지 소송. 두 번의 좌절로 상처가 컸을 터였지만, 그는 매우 씩씩했고 화통했다.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농담처럼 웃어넘기거나, 이전에 볼 수 없던 솔직한 화법으로 심경을 털어놓았다.

“연속된 좌절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특히 2009년 컴백 때는 의욕이 넘쳤는데, 활동을 못해 원망도 컸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땐 나의 그릇이 그것 밖에 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런 시련도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신인 시절 소속사에서 만들어준 ‘신비주의’ 콘셉트 때문에, 나를 감추려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젠 나를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세상과의 소통, 서른의 나이가 준 여유

아이비가 시련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계기는 블로그를 통한 세상과의 활발한 소통이었다. 2010년 개설한 블로그로 팬들을 만나고, 다양한 취향과 취미를 가진 블로거들을 만나면서 ‘가수 아이비’로 살 때는 몰랐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여러 생각과 취미를 가진 블로그 친구들과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하면서 나도 많이 여유로워졌다. 그간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가, 블로그를 통해 내가 모르는 세계가 많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가수 아이비’로만 살아왔는데, 지금은 ‘가수 아이비’와 ‘인간 박은혜’ 두 가지의 삶을 동시에 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았다.”

서른이란 나이도 아이비에게 여유로움을 안겼다. 그는 11월이면 만 서른이 된다. 아이비는 작년까지 ‘서른’은 서글픈 나이였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서른은 ‘희망의 나이’였다.

“인생 제2막이라 할 수도 있겠다. 서른이 되고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기고, 여유가 생긴다. 난 그저 내 나이를 즐기면 된다.”

이번 앨범에는 발라드만 5곡이 실렸다. 타이틀곡은 ‘찢긴 가슴’은 슬픈 이별을 담은 애절한 노래다. 그는 “이번 앨범은 나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일들이 해결되고 다시 시작하는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라고 의미를 뒀다.

“옛날에는 가수로서 꿈이 있었고, 생각도 많았다. 그런데 워낙 내 인생에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기다보니, 지금은 미래의 내 모습은 미지수로 남겨둔다. 그저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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