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손바닥엔 ‘마법의 징표’ 있다

입력 2012-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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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도 원주 제1군수지원사령부 대운동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양궁대표팀의 최종 시뮬레이션 훈련 경기. 여자대표팀 박채순 코치(오른쪽·광주광역시청 감독)가 샌드페이퍼를 이용해 최현주(창원시청)의 오른손 검지 굳은살을 다듬어주고 있다. 샌드페이퍼는 굳은살 관리가 중요한 양궁선수들의 필수품이다. 원주|전영희 기자

런던 금 향한 하루 천발의 열정

오전·오후도 모자라 야간까지 훈련


선수들 손바닥엔 울퉁불퉁한 ‘훈장’
코치들, 제자들 굳은 살 손질이 일과


“천 발의 열정, 한 발의 냉정.”

한국양궁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양궁 관계자들이 종종 내놓는 답변이다. 2009울산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만난 해외의 한국 지도자들은 이런 얘길 하곤 했다. “한국에서처럼 오전, 오후, 야간 훈련까지 하면 애들이 못 배겨요.”

한국양궁의 훈련량은 고스란히 ‘신궁’들의 손바닥에 남아있다. 손바닥 곳곳에는 울퉁불퉁한 ‘훈장’들이 빛난다. 양궁대표팀 장영술 총감독(52·현대제철 감독)은 “보통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하루 400∼500발 정도 활을 쏜다”고 했다. 최대 800발까지 쏘기도 한다.

여린 손마디에는 물집이 잡히고, 그 고통을 참아내면 굳은살이 박인다. 활시위를 당기는 오른손의 검지·중지·약지뿐 아니라, 활을 지탱하는 왼손 엄지·검지 부위에도 작은 혹 같은 것이 생긴다. 예천군청 문형철 감독(54·2008베이징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은 “아직 과학적인 관리법이 정립되지 않았던 1970∼1980년대에는 물집이 잡힌 손에 성냥의 황을 넣고, 불로 태우는 선수도 있었다. 순간적으로 물집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4일 강원도 원주 제1군수지원사령부 대운동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양궁대표팀의 최종 시뮬레이션 훈련 경기. 여자대표팀 박채순 코치(47·광주광역시청 감독)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최현주(28·창원시청)의 오른손을 바라봤다. 검지 부위의 굳은살 때문이었다. 이 굳은살이 갈라져 통증이 생기면, 활을 쏘는 순간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현주는 “통증 때문에 때로는 테이핑을 하고 활을 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 코치는 샌드페이퍼로 정성스럽게 제자의 손을 문질러 굳은살을 다듬었다. 이는 양궁선수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손 관리법이다. 손이 건조하면 갈라지기 쉽기 때문에, 자기 전에 핸드크림을 바르는 선수도 있다. 여자선수들은 ‘예쁜 손’이 로망일 법도 하지만, 일종의 직업병으로 웃어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팀 맏형 오진혁(현대제철)의 손 곳곳에도 굳은살이 박여 있다. 그의 성실함을 알리는 특별한 징표다. 원주|전영희 기자



남자대표팀의 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맏형 오진혁(31·현대제철)의 손에도 곳곳에 굳은살이 박여 있다. 그의 부지런함을 알리는 특별한 징표다. 남자대표팀 오선택 감독(51·LH공사 감독)은 “오진혁은 사실 자세가 완벽한 선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엄청난 훈련량으로 뛰어난 감각을 유지한다. 성실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며 칭찬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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