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런던 올림픽 D-3]南활北녀… 北 양궁 최종병기 권은실

입력 2012-07-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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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배 한국산 활로 런던 표적지에 ‘꿈 조준’

북한 여자 양궁 대표 권은실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산 활을 들고 동메달을 땄다. 당시 권은실이 들고 있던 활에 찍힌 한국 제조업체의 명칭이 선명히 보인다. 그는 런던 올림픽에서도 한국 여자대표팀 3인방 이성진 기보배 최현주에 맞서 메달 획득을 노린다. 동아일보DB

최근 출간된 ‘올 어바웃 올림픽’의 양궁 편에는 “한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력하다. 온통 신궁들로 포진한 여자 선수들은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 양궁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다. 선수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산(産) 활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 브랜드인 윈앤윈과 삼익 제품을 쓴다. 한국산 활을 쓰는 선수 중에는 북한의 베테랑 여자 궁사 권은실(29)도 포함돼 있다.

권은실은 북한 양궁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올림픽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다. 23일 연습을 하기 위해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권은실은 삼익 마크가 찍힌 활을 꺼내더니 활을 쏘기 시작했다.

권은실이 삼익 제품을 쓴 지는 꽤 오래됐다. 권은실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때도 삼익 활을 썼다. 삼익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삼익 활을 원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활을 무료로 협찬해 왔다.

권은실에게는 지난해부터 후원사가 하나 더 늘었다. 역시 한국 브랜드인 윈앤윈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중국과 북한의 친선대회 당시 권은실은 윈앤윈 관계자에게 “새 활을 하나 받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윈앤윈은 선뜻 활을 선물했다. 활과 액세서리 등을 합쳐 250만 원 상당의 고가 제품이었다. 최근 들어 중국 선수들이 윈앤윈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게 권은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권은실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의 몇 안 되는 메달 후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최근 북한 남녀 탁구팀과 더불어 권은실을 북한팀의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았다. 장영술 한국 총감독은 “여자 선수로는 파워 있게 활을 쏘는 선수다. 기복이 좀 있지만 8강권에는 충분히 들어올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어떤 활을 쓰든 권은실이 메달을 딴다면 한국 활 제조업체들의 지원도 한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권은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윤옥희에게 패해 메달을 놓쳤다.

권은실 이전에 한국 양궁과 깊은 인연을 맺은 북한 선수는 최옥실을 들 수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은 금메달(윤미진)과 은메달(김남순), 동메달(김수녕)을 모두 석권하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한국 팀이 시상대를 모두 차지하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최옥실이었다.

당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최대 난적은 이탈리아의 나탈리아 발리바였다. 그런데 최옥실이 8강전에서 우승 후보 발리바를 상대로 의외의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 선수들의 걸림돌을 제거해 줬다. 정작 최옥실은 4강전에서는 김남순에게 진 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김수녕에게 패해 결국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 선수단은 최옥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십시일반으로 선물까지 전했다고 한다. 한 양궁 관계자는 “한국 여자 양궁의 최고의 순간은 최옥실 덕분에 가능했다. 최옥실이 3, 4위전에서 패한 뒤 너무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10년이 지난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최옥실이 사용했던 활도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인 삼익 제품이었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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