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런던 올림픽 D-3]“리듬체조 연재는 국민 여동생, 기계체조 선수는 국민 무관심”

입력 2012-07-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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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코치, 응원 당부
“유럽선 기계체조가 더 인기, 허선미에게도 큰 박수를”

기계체조 여자대표팀 김은지 코치(오른쪽)가 22일 런던 노스그리니치 경기장 인근의 체조 훈련장에서 여자 개인종합 경기에 출전하는 허선미와 함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허선미는 상위 24명까지 이름을 올리는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둔 대한민국은 체조하면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기계체조 여자 대표팀 김은지 코치(36)의 생각은 다르다.

김 코치는 여자 기계체조의 유일한 선수인 허선미(18·제주 남녕고)를 위한 전담 코치다. 여자 기계체조는 단체전 출전이 좌절돼 허선미 1명만 개인종합 경기에 나선다. 제주 출신 중 첫 체조 올림픽 대표에 선발된 허선미는 개인종합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일 런던 노스그리니치 경기장 인근의 체조 훈련장에서 만난 김 코치는 “체조에 대한 관심이 (손)연재에게만 쏠려있어 아쉽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이 예뻐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당시 여자 기계체조가 선전했지만 언론이 철저히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연재가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땄는데, 기계체조 조현주도 마루운동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조현주는 완전히 묻히고 손연재는 국민 여동생이 됐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 코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자 기계체조의 명맥을 잊고 있는 허선미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선미도 종목은 다르지만 연재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함께 결선에 나가서 같이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

김 코치는 험난했던 현역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기계체조에 대한 자부심이 그 누구보다 크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리듬체조 선수였다. 초등 4학년 때 루마니아 ‘체조 여제’ 나디아 코마네치의 강인함에 반해 기계체조 선수가 됐다. 유망주로 성장하며 탄탄대로를 가는 듯했다. 하지만 서울체고 시절 불의의 척추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체조 이론과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해 대한체조협회 기술위원과 심판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결국 지난해 대표팀 코치로 기계체조계의 심장부에 복귀했다.

김 코치는 여성 기계체조의 매력을 런던 올림픽에서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기계체조 선수들은 일반 여성이 갖지 못하는 강인한 몸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는 리듬체조보다 기계체조가 더 인기가 많다. 응원해주는 만큼 선미가 힘을 낼 것이다.”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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