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Essay] 스위스 염탐꾼 어떻게 잡았나 봤더니…김태영 코치 ‘매의 눈’

입력 2012-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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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코치. 스포츠동아DB

한국 훈련 훔쳐보던 스위스관계자 잡아내

올림픽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들은 김태영 수석코치(사진) 앞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김 코치는 올림픽팀의 작명가입니다.

선수 개성에 따라 별명을 하나씩 짓는데, 너무 절묘해 무릎을 치게 됩니다. 수비수 김영권의 별명은 화이바. 화이바는 헬멧을 뜻하는 비속어로 김영권의 머리가 크다고 붙여진 별명입니다. 김 코치는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르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합니다.

수석코치의 첫 번째 임무는 참모입니다. 전술의 밑그림을 짜고 선발 명단 등 굵직한 결정은 감독의 몫이지만 이 과정에서 수석코치와 가장 많은 의견을 나누죠. 또 훈련 전 장비 점검부터 훈련 도중 지친 선수들을 독려하는 일, 그리고 게임에 못 나가는 선수나 부상자를 살뜰히 챙겨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랍니다. 이 때문에 흔히 감독을 아버지, 수석코치를 어머니에 비유하곤 합니다.

선수단 안팎의 일을 훤히 꿰고 있다보니 수석코치들의 눈썰미는 대단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2년 전 남아공월드컵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는 정해성 전남 감독이었습니다. 하루는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버스에 올라탄 뒤에 정 감독이 갑자기 주무를 부르는 겁니다. 취재진 사이에 있는 낯선 사람이 누구냐며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결국 지방지 기자로 확인이 됐죠. 그 때 대표팀 훈련장을 매일 방문하는 국내 취재진이 100명 안팎이었는데, 그 중에 낯선 얼굴을 발견하다니…. 안목이 대단하다고 느꼈었죠.

영국 뉴캐슬에 와서 보니 올림픽팀 김 코치의 눈썰미도 만만치 않더군요. 24일 코크레인파크 스포츠클럽에서 훈련하던 중 김 코치가 소리를 지르며 훈련장 출입문 쪽을 가리켰습니다. 스위스대표팀 관계자가 출입구 틈으로 한국의 훈련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훈련 중 그걸 발견한거죠. 이번에는 취재진이 김 코치의 별명을 하나 지어줬습니다. ‘매의 눈’ 어떤가요? B조 상대국들, 조심하세요. 꼼수 부리다가 ‘매의 눈’한테 걸리면 큰 일 납니다.

뉴캐슬(영국)|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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