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남자 66kg급 8강전 조준호(한국)와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의 경기에서 빚어진 희대의 판정 번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유도인들은 물론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판정 번복이 “정확했다”고 했다.
에비누마조차도 경기 후 “졌다고 생각했다. (판정 번복으로 승리해) 조준호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자국 선수가 승리한 것을 본 일본 교도통신은 “‘바보 삼총사(The Three Stooges)’ 영화를 패러디한 것처럼 3명의 심판이 잠깐의 회의를 마치고 처음 내린 판정을 번복했다”고 조롱했다.
그러나 정작 문원배 대한유도회 심판위원장은 30일(한국시간) 런던 로열 템스 요트클럽 내 팀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조준호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애초의 판정을 뒤집은 심판위원장의 판단이 정확한 것”이라고 면죄부를 줬다. 약속이나 한 듯, 국제유도연맹(IJF)은 30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가 승리하도록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가 매우 성공적이라는 게 이번에 다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유도인들은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예정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대한유도회가 이번 판정 번복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기춘 김재범 등 우리 선수들이 계속 출전하는 일정을 고려해 더 이상의 불협화음을 만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