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양궁 개인전 금메달 기보배
세계 최강 한국 양궁 대표팀은 자신감과 담력을 키우기 위해 기상천외한 훈련을 실시했다.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건 번지점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를 찾은 한국 선수단은 아테네 코린트 운하에 있는 번지 점프대에서 차례로 몸을 날렸다. “누가 먼저 뛸래”라고 물었을 때 1번으로 나선 건 여자 대표팀의 박성현이었다. 이성진이 두 번째, 세 번째는 윤미진이었다.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들이 한 뒤에 번지점프를 했다. 공교롭게도 뛰어내린 순서대로 성적이 나왔다. 가장 먼저 뛴 박성현은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두 번째로 뛴 이성진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윤미진과 남자 선수들은 개인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박성현은 “보기만 해도 무서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먼저 뛰어내렸는데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했다.
그해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 같았던 번지점프 훈련은 올해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부활했다. 런던으로 출발하기 열흘 전인 지난달 9일.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와 이성진(27·전북도청), 최현주(28·창원시청) 등 여자 대표팀 3명은 경기 가평의 한 번지점프대를 찾았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맏언니 최현주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최현주가 가장 먼저 뛰었고 이성진이 뒤를 따랐다. 막내 기보배의 차례가 됐다. 하지만 기보배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금의 좋은 컨디션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가 이유였다. 코칭스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기보배는 컨디션이 좋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기보배는 에이스의 자리인 3번 사수를 맡았고 중국과의 결승전 마지막 발에 9점을 쏘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곱상한 얼굴의 기보배는 겉보기와 달리 이처럼 강단 있는 선수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빼어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번번이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던 그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대표로 선발된 뒤 꾸준히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바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과 꾸준한 연습이다.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양궁 선수로서 더없이 훌륭한 강점이다. 기보배는 첫 발에 6점이나 7점을 쏜 뒤 그 다음 발에 곧바로 10점을 쏘는 선수다. 어떤 상황에서건 밝은 쪽으로 세상을 본다”고 했다.
기보배는 또 지독한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대표 선발전이 열리는 3, 4월은 날씨가 추워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내에서 활을 쏜다. 하지만 기보배는 외부 환경과 바람에 적응하기 위해 언 손가락을 호호 불어 가며 바깥에서 연습을 했다. 황도하 협회 부회장은 “한국 선수들만큼 연습을 많이 하는 나라가 없는데 그중에서도 기보배의 훈련량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그 같은 맹훈련을 통해 기보배는 교과서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 양궁인들은 “예전 박경모의 자세가 교과서였다면 요즘은 기보배가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불굴의 노력으로 올림픽 단체전과 개인전을 모두 석권한 기보배는 명실상부한 한국 양궁의 ‘보배’가 됐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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