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기의 역사를 말하다,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렉트릭 유니버스'

입력 2012-08-07 17: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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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중요성을 우리는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흔한 것들 중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가 없는 세상에 우리는 결코 적응할 수가 없을 것이다. 도시의 멋진 야경을 생각해 보자. 전기가 없다면 결코 즐길 수 없는 풍경이다. 우리가 요긴하게 쓰는 IT기기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전기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전기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의 생활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과학저술가)는 책의 앞부분에서 전기가 갑자기 사라질 경우 지구에서 일어날 모습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공항에 가 봤자 돌아가지 않는 공항 레이더, 먹통이 된 전화선, 멈춰 버리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 등. 어디 이것뿐이랴, 전기 자체가 아니라 전기력이 사라지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 분자들끼리의 전기적 결합이 끊어져 바닷물이 솟구쳐 올라 증발할 것이며, 전기적 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산소 분자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 분자와 결합하지 못하므로 생명체들은 질식사할 것이다. 실로 무시무시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전기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전기의 발전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충실하게 설명하는 한편, 재미있는 예시와 자료, 인물들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고자 쓰여졌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에 소주제를 담았다(여기서 5장은 뇌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것이다).

전기의 역사가 우리의 생활과 만났을 때

1장에서는 전선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전보의 탄생, 전화, 전구와 전동기의 혁명 및 전자의 발견에 대해 자세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전보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저자는 전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조지프 헨리가 전자석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야기나, 전지에서 뻗어나와 전자석으로 이어지는 도선의 길이를 늘여 전보를 만든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그리고 새뮤얼 모스의 모스 전보기(장거리 간에 신호의 시작과 멈춤만을 전송하는 원리로 제작됨)를 간략하게 설명하여 전보의 개념을 잡아 준다. 전보가 사회에 끼친 영향, 이를테면 신문 속보의 등장, 전보의 도움을 받은 세계화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한편, 전구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말한 토머스 에디슨(과학자이자 공학자)이 전구를 만드는 과정, 특히 이런 저런 좌절과 실패로 엮어진 그의 경험담을 상세하게 풀어 놓았다.

2장에서 저자는 ‘파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인 ‘역장’의 실체를 밝힌 마이클 패러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패러데이는 한 손에는 작은 자석을, 다른 손에는 전선 코일을 든 다음 자석을 코일 쪽으로 움직였고,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한편, ‘대서양 너머와 통화하다’라는 소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의 주인공 사이러스 웨스트 필드의 대서양 횡단 전선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준다.


3장에서는 파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독한 과학자의 무선 신호’라고 이름 지어 진 소주제를 저자는 하인리히 헤르츠(전자기파 발견)의 일기와 편지 형식으로 풀어 낸다. 이 일기를 통해 독자들은 헤르츠의 전자기선에 대한 연구, 전지와의 사투, 높은 진동수의 전기 진동에 대한 실험, 전기역학적 파동들의 효과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헤르츠의 개인적인 이야기, 이를테면 가족사나 그의 건강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엿들을 수 있다.

4장에서는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에서는 1820년대부터 컴퓨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어 왔으나 당대의 기술은 너무 조악했으므로 제대로 된 컴퓨터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계를 각각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만이 있어 왔다. 그 때 컴퓨터에 대한 개념을 세운 이가 앨런 튜링이다. 그는 오늘날 사용되는 컴퓨터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튜링 머신’을 개발했고, 인공지능에 대한 실제적 판단 기준인 ‘튜링 테스트’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책의 맨 뒤에 첨부된 ‘더 읽을거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용어의 설명이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시해 놓았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과학자들의 개인적은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만 하다.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평소에는 생소했던 용어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읽어 봐도 좋을 법한 부분이다.

전기, 미래를 밝히는 전구

저자의 말처럼 전기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전기가 사라진 우리의 삶은 풍요롭지 못하다. 아니, 풍요로움을 떠나서 제대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저자의 의도는 단순히 전기의 역사만을 훑고자 한 것이 아니다. 전기가 어떠한 식으로 이용될 것인가도 저자와 독자 모두의 관심사다. 그리고 전기가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 부족한 전력은 어디서 보충할 것인지도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책은 이러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정보전달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전기의 역사와 우리 생활과의 관계, 구체적인 지식 등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소장할 만 하다.

저자 : 데이비드 보더니스, 출판사: 생각의 나무, 가격: 1만 3,000원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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