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류샹, 13억 울렸다

입력 2012-08-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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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언론 올림픽 탈락 뉴스로 도배
중국이 자랑하는 육상스타 ‘황색탄환’ 류샹이 7일 영국 런던 올림픽 110m 허들에서 예선 탈락하자 중국이 ‘멘붕(멘털 붕괴·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졌다.

관영 중국중앙(CC)TV 등 주요 언론은 8일 오후까지도 온통 류샹 관련 뉴스로 뒤덮였다.

류샹은 서방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육상의 한 종목을 제패해 국민영웅이 됐으며 TV 광고에도 자주 출연한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스타로 떠올랐으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결선 출발 직전 부상을 이유로 기권해 큰 충격을 줬다. 그 후 회복돼 올해 6월에는 비공인 세계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번 올림픽에서 그가 다시 정상을 탈환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높았다.

중국 관영 언론은 이번 경기에 앞서 류샹이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이례적으로 내놓았다. 만일의 경우 국민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하려 사전 조치를 한 것. 관영 신화통신은 7일 류샹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것이라며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포기하는 것은 치욕이 될 수 없다”는 논평을 실었다. 런던 올림픽을 취재하는 CCTV 기자는 “6일 동료들 사이에 류샹이 출발선에 나타나는 것만으로 승리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우려하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자 그 충격은 만만치 않았다. 위로와 슬픔,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됐다. 인터넷에서는 류샹을 격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가 광고주들 때문에 일단 경기에 나간 뒤 고의로 넘어진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은 8일 류샹의 코치진에 대해 △근육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알고 진통제 처방을 했는지 △베이징 올림픽 때의 등번호 ‘1356번’을 왜 다시 달아 심적 부담을 줬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올림픽과 관련해 중국인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도 발생했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최근 여자 200m와 400m 혼영에서 금메달을 딴 예스원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하자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중국인 학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학자 1060명은 연대 서명에서 “과학적으로 문제가 크고 인종차별 및 정치적 편견이 있는 글”이라고 비판했다. 네이처는 부랴부랴 사과문을 내고 기사를 수정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에는 ‘서구 언론의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라는 분노의 글이 이어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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